광야_Gloria [878538] · MS 2019 · 쪽지

2019-03-16 15:2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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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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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났는데 학교 가기가 죽기보다 싫을 때가 있다. 차라리 병에 걸려 쓰러지고 싶다. 세상이 무너져 내렸으면 좋겠다. 그래도 무거운 발걸음으로 꾸역꾸역 등교를 하고 보면 생각보다 괜찮은 기분에 흠칫 놀랄 때가 있다. 심지어는 오길 잘했다는 생각까지 든다. 그것은 우리의 인지 부조화의 순간으로 순간의 감정에 내 모든 미래가 경직돼버렸기 때문이다. 그러니깐 순간의 감정을 너무 믿어서는 안 된다. 지금 이 순간이 너무 슬퍼서 나의 전 생애를 슬픔으로 만들고 지금 이 순간이 너무 괴로워서 나의 남은 모든 생을 괴롭히지 말자는 소리다. 순간에 감정에 내 삶을 아무런 저항 없이 내맡겨버리는 순간 삶은 영원처럼 굳어버린다. 아무런 미래도 희망도 없어져 버린다. 순간을 너무 믿지 말자. 싫은 감정은 그 순간뿐일 수도 있다. 매일 아침 우리는 그것을 느끼고 있다. 우리는 이불 속 5분의 감정을 잘 알고 있다. 그러니깐 일어나기 5분 전의 싫은 감정만 이겨내면 된다. 그런데 그 싫음을 이겨내지 못하면 무기력이 내 몸을 잠식해버린다. 그 순간 삶이 밀려버리고 온종일 밀린 삶을 뒤쫓아 가다 보면 진절머리가 나고 온몸의 기력이 소진된다. 그러면 내일도 피로에 지쳐 어제와 같은 끔찍한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그래서 확인해야 한다. 내가 진짜 싫었던 것인지를 말이다. 싫어도 일단 밖으로 나가고 싫어도 일단 책상에 앉고 보자. 두려워도 사랑을 시작해보자. 잠깐뿐일 두려운 감정을 영원히 두렵게 만들지 않도록. 그런데도 싫다면 진짜 싫은 것이니깐 일단 움직이고 생각하자. 우리의 뇌가 단순한 착각을 자주 한다면 그 착각을 이용해야 한다. 작업하기가 죽기보다 싫어도 일단 무작정 책상에 앉아 무언가를 끄적이다 보면 그런대로 작업물이 나온다. 그것은 우리의 인지 부조화를 이용하는 일이다. 움직이기 전까지 삶이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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