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공주✨ [541907] · MS 2014 · 쪽지

2019-02-25 20: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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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아름다운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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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무섭고, 슬프고, 안타까운 감정들을 인간에게 주곤 한다.

예전에는, 그런 것들을 보며 참 이 세상이 사람을 아프게 하는 것 같아 증오했었다 — 물론, 염세주의는 아니었다. 하지만,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당연하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인간은, 행적과 출처를 모르는 책 과도 같으니까. 어디로 갔는지, 어디로 가야하는지, 어디에서 왔는지, 우리는 알 수 없으니까.


자기가 자신을 완전히 모를 수 밖에 없는 인간이, 당연히 이 거대한 세상을 살아가면서 위기와 위험을 완벽히 피할 수 있다는 것은 어불성설인 것.


그러니, 인간이 ‘나는 무섭고, 불안하고, 힘들고, 슬프다.’고 말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 수 밖에 없단 생각이 든다. 또 그런 마음을 전부 풀어놓고 다른 사람에게 공감을 받고, 또 나와 같은 이 —불안, 무서움, 슬픔 이 삼각형의 도식에 갇힌 인간 — 에게 내가 공감을 해주는 것이, 인간의 미학이 아닐까.


헌데, 이상하게도 한 인간이 아프다고 말하면, 그 누군가는 ‘나약해서 그렇다’고 한다거나, 그 아픔을 이용해 또 다른 아픔을 줘버리는 것이 이 세상인 것 같다.


자기의 감정을 솔직히 풀어놓는 사람에게 ‘감성충’이라는 레테르를 붙이고, 그를 혐오하곤 하지 않는가.


어느 새인가 부터, 인간은 ‘흐느끼며 우는 방법’을 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위의 이유 때문이다. 강한 척을 해야하고, 아무렇지도 않은 척을 해야 우리는 비로소 이 사회 ‘정상인’으로 남을 수 있으니까.


충분히 아프고 또 다쳤는 데도,

나는 그를 역설하면 나약하다는 사람으로 판정받고, 그런 과정이 반복 되면 아마도, 나는 입을 다물게 될 것이며, 후에는 이 세계가 나를 구석까지 밀어붙일 지도 모를 일이다. 아니, 언젠가는 내 스스로 목숨을 끊게끔 만들 수도.


그렇기에, 인간은 ‘자살’이라는 것으로 부터 영구히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게다. 누구나, 단 한 번이라도 저것에 대해 이끌리는 법이 있기 마련이라는 것.


허나, 그 자살이라는 것을 막는 인간이 이 세상에는 있는 것 같다. 부끄럽지만, 그들 중 나도 포함이 되는 셈이다. 나도 누군가의 자살을 막은 적이 있고, 누군가의 세계를 구해본 적이 있다.


심지어 그런 나 또한 ‘자살’이라는 것을 수 없이 많이 생각해 본 사람이지만, 이제까지 그 유혹에 버티고 또 버틸 예정인 이유는, 바로 저런 사람들 때문인 것.


내 얘기를 들어주고, 내 비애를 공감하며 치유하는 이들이 있고, 나는 그들의 응원에 힘 입어 내가 가야할 길을 갈 수 있다는 믿음이 있는 것.


이 세상은 여전히 내게 무자비 하게 강함과 아무렇지 않음을 요구하지만 적어도 내 삶에 힘듦이 있다면, 그를 속 시원히 앞서 말한 저들에게 얘기할 것이다.


그것이, 인간들이 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대화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며, 나의 세계를 더 나아가 누군가의 세계를 구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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