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치피 죽을 것인데 왜 사는가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21615967
순수한 어릴 적에, 되게 철 없지만서도, 한편으론
매우 철학적인 이 질문을 던진 적이 있다.
삶의 끝에, 날 기다리고 있는 곳이 천국이라면,
지금 당장 목숨을 끊는 것이 어쩌면, 천재다운 발상이지
않을까.
어차피 죽을 거니까.
그리고, 천국을 가능한 빨리 갈 수 있으니까.
그 곳에서는 명랑만화 속의 내용처럼 간단하게 상상하면
모든 것이 이루어질 테니까.
무한 츠쿠요미처럼, 꿈 속에 나를 가두고
내게 거짓희망을 불어넣는 곳이 아닐 테니까.
그렇지만, 그 질문을 내 스스로에게 던질 때마다
불편한 감이 있었다. 살고 싶었다. 죽는 것이 무서워서는
아니었다.
그런데, 내가 왜 살고 싶은지 정확하게 얘기하기는 힘들었다.
그냥 이 세계에 태어나졌을 따름이었던 것.
그 질문에 대한 답을 내릴 것을 내 인생의 과제 중 하나로
선택한 이유는 단 하나였다. 내가 앞으로 살게될 삶이
고귀하리란 것은 직관적으로, 선천적으로 알고있지만
그것을 조금 더 구체화 시키기 위함이었던 것.
직관적으로 생각했을 때 삶은 고귀하니까, 삶을 살아간다고 얘기하는 것이 내 스스로 많이 부끄러웠던 것. 무언가 내 뇌를 울릴만큼 명료한 것이 있어야 했던 것.
그를 과제로 삼고서, 내가 생각한 것은,
죽는 그 순간에 내가 가져갈 수 있는 것이었다.
부동산, 명예, 돈, 페이스북 팔로우 수, 부모의 재력은
그 순간을 맞이하면서 부터 내가 이 세상에게 다시 돌려주어야 하는 것이었다.
그것을 위해서 살아서는 안되겠단 생각을 그 때부터 했다.
죽는 그 순간이 너무도 무서웠기 때문이다. 그를 쟁취하기
위해 기존의 세계를 재인식하며 발악했다는 그 역사가
한순간에 몰락하게 되는 셈이 아닌가.
그럼, 정말 죽는 그 순간까지도 내가 가져갈 수 있는 것은?
인연, 나, 추억이었다.
죽는 그 순간에 내 머릿속에 채워질 것들.
이 보잘것 없는 나의 연결고리, 인연.
어디로 부터 왔으며, 어디로 향해 가야하는 지는 모른채 삶을 살아왔지만 어느새 기특하게도 죽음이라는 순간에 위치하게된,
어떤 사회적 조건으로도 환원될 수 없는 나.
그러한 나를 그려왔던 그림, 추억.
이것 만큼은 저 세상에서도 나의 재산이 될 것 같은
확신이 있었다.
가끔, 친구들과 이런 얘기를 할 때가 있다.
어차피 죽을건데, 우리는 왜 이렇게 힘들게 살까하는 얘기.
그 때 마다, 내 자신에게, 그리고 친구들에게 얘기한다.
저런 것들을 만들고 가꾸면서 사는 것이 결국 내가 태어난
이유라고 생각하기에, 그것들을 더욱 내게로 끌어당기기 위해서살아본다고.
나와 인연과 추억을 조금 더 내게로 끌어 당기기 위해서
살아본다고.
그래서, 인생을 살아가면서 저 세 가지는 버리지 않겠다
다짐했다. 글쎄, 하늘에 계신 외할머니가 지금의 나를
어떻게 보실지는 모르지만, 지금의 나는 저 세 가지를
잘 지키면서 걸어가는 것 같다.
잘 나서 그런 것은 아니다.
그저, 이렇게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사람이라서 그런 것일 게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이거만큼 좋은 프사가 없음
-
세젤쉬 끝나고 0
세젤쉬 듣다가 이미지쌤이랑 안 맞는 거 같아서 정상모 올인원 들을까 하는데 이게...
-
들어볼만혀??
-
잡담태그 2
알림 켜고 싶은데 버튼 아무리 찾아봐도 잘 모르겠음
-
왜 22번급만 6문제 연속으로 짱박아논 거지 하 ㅆ
-
24학번 + 증원된 25학번 26수능 과탐 표본도 망했네 씨 ㅋㅋㅋㅋㅋ.......
-
자러감뇨 2
다시 6일동안 공부모드...
-
공군 질받 8
정보사 운전병
-
온갖 똥꼬쇼 안해도 되고
-
오르비 상주고닉 13
한 50명정도 되려나
-
자신을 돌아보기 2
빙글빙글
-
자취 꿀팁 3 11
환기를 아침 저녁으로 무조건 시켜야 됨 곰팡이 생기는 거 억제 할 수 있고 거기에...
-
시대 기출 과탐 0
시대 기출 과탐은 어떤가요? 수학은 말 많던데 과탐은 딱히 말이 없어서 이제 중고로...
-
맞다요?
-
내려도 내려도 끝이 없네 보일때마다 다 한건가...ㄷㄷ
-
아무튼사탐을하자 0
평범한사람도대학을잘갈수있어요!!!!!
-
서울가서 할거 추천 좀 12
가서 머하지
-
오늘 개념 끝났는데 38..? 낫배드인듯..? 근데 나머지 2로 밀었는데 다 틀리노
-
양수t에 대해서로 풀어주세요!!
-
그냥 뭔가 이게 맞는거 같아
-
자취 꿀팁 2 4
파스타가 건강에 좋고 돈도 적게 들고 맛있다 데이트할 때 해주려고 연습 좀 했었는데...
-
감사합니다
-
시즌1 일주일당 기초연습문제수준 20문제 본교재 수업문제 21문제 본교재 n제...
-
정시vs수시 8
내신등급은 2.2정도고, 나름 학군지입니다. 아마 수시로는 고대~중경외시 라인으로...
-
최근기조에 동떨어진것들 다풀어야댐?? 또는 무슨 로그에 나오는 실생활 문제 이런거...
-
그런 걸로 아는데
-
현역 재수 성적 ㅇㅈ 12
현역(중약5칸)->쌩재수(중약3칸)
-
중간에 하다가 포기함 중딩 때 비슷한 사이트에서 해봤는데 134나왔는데 솔직히 걍...
-
진짜 그냥 약 먹어도 되는거임? 근데 왜 병원에선 식후에 먹으래
-
작년엔 새벽에 독서실 휴게실에서 디지 자소서쓰면서 들으면서 울었는데 그땐 실낱같은...
-
이건 뭐하는 새끼임 15
15수능 때 이과누백 1.8-9가 한서삼이었음?
-
보통 여자들은 어디 머리가 더 이쁘기 어렵나요? 둘다 앞머리는 없다고 가정시
-
배고파 0
바ㅓㅂ 사줘
-
25번째염색체 0
-
최근에 나오는 그런거 말고 옛기출들 보면 진짜 어려움 예를 들어 아까 말한...
-
안녕하세요 반수 실패해서 삼반수를 하기로 했습니다.. 근데 도저히 수능 때 과탐을...
-
정든 사람들이 많다 그냥 현생에서 털어놓을 사람이 많이 업ㅎ기도 하고 각자의 삶이...
-
2016 슈퍼볼로 유입됐는데 개좋네
-
그럼 제가 아는 히키니트님이 아닌가보네요...
-
허들링부터는 현강 녹화본 그대로 올려주면 좋겠다 모두에게 좋은 선택 아닐까...
-
새로운사람이많구나
-
지금까지 메인글 1번만 가봄
-
지금이라도 노선 틀어야되나 고민중
-
근데 죄 틀딱밖에 없어서 아직 그런 사람은 없음
-
댓글ㄱㄱ 바로 팔로우 걸어버려
-
살려주세여...컥
-
자취 꿀팁 6
섬유향균제를 쓰면 세계가 달라진다 쿠팡에 섬유향균제 검색하고 아무거나 사면 되고...
-
좋다좋다 1
평일 잇올 쉬는시간이랑 주말 의무 아닌시간만 오르비함요
-
막 2008 2009에서나 볼수있는 이상한 유형들 있잖아요 정사각형 위에 삼각형...
ㅇㅎ
빛다라 센세...
장얼의 등산은 왜 할까 란 노래가 떠오르네여
등산은 도대체 왜 하는 걸까
뭐하러 힘들게 높이 오를까
어차피 내려올 걸 알면서도
뭐하러 그렇게 높이 오를까
술은 또 왜 그리들 마시는 걸까
뭐하러 몸 버려 가면서 노나
어차피 깨버릴 걸 알면서도
뭐하러 그렇게 취하려 들까
내가 지금 마음이 차가운 건
따뜻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야
나는 그냥
아무렇지 않았으면 좋겠어
이렇게 다시 슬퍼질 바에야
애초에 기쁘지도 않았으면
나는 그냥
아무렇지 않았으면 좋겠어
이렇게 다시 외로울 바에야
애초에 곁에 아무도 없으면 좋겠어
내가 지금 혼자라 느끼는 건
애초에 네가 있었기 때문이야
나는 그냥
아무렇지 않았으면 좋겠어
이렇게 다시 슬퍼질 바에야
애초에 기쁘지도 않았으면
나는 그냥
아무렇지 않았으면 좋겠어
이렇게 다시 외로울 바에야
애초에 곁에 아무도 없으면 좋겠어
가산데 몬가 비슷한 질문같네요 ㅋㅋ..
전 아직은 경험 너머, 선험적인 무언가가 있다고 믿어요
많은 사람들이 경험적 가치를 중시하고, 비물질적이고 관념적인 가치를 경시하고 비웃는 세태가 아쉬워요
음 구체적인 생각의 방향은 달라도, 공주님도 그 너머의 무언가를 믿는 것 같아요
교양 강의에서 교수님께서 관념적 가치의 중요성을 말씀하시면서 스스로를 "마지막 중세인"이라고 말씀하신 걸 들은 적이 있는데
마지막 중세인인 공주님을 응원해요. 행복하세요

마지막 중세인이라.. 진짜 멋있는 말이에요 :)카카오톡 상메에 적어 놓았네요..
가르쳐주셔서 고마워요, 그리고 못난 저를 그리도 좋게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사랑해요 그반님 ㅠㅡ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