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수라고 말할 때 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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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것들이 나를 옥죄었다.
부모마저도, 내가 열심히 걸어오려 노력했다는 것을 무시했고,
주위사람들마저도, 나를 어여삐 여겼다.
자주 내 글에서 내 과거를 이야기 하는데,
그 과거들의 공통 본질은 ‘실패’ 였다.
성공 보다는 압도적으로, 실패가 많았던 삶이었고,
기회보다는 위기가 압도적으로 많았던 삶이었다.
그럼에도, 항상 저 ‘실패’라는 단어는 내게 익숙해지지 않았다.
너무도 많은 것들을 잃게하고, 나를 아프게 하며, 더 나아가
본연의 나를 지워버리기도 하니까.
그러니, 감히 ‘삼수’를 한다고, 나는 누군가에게
자신있게, 떳떳이 말할 수 있었겠는가.
당연히, 애매히 성공한 척, 누군가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내 실패를 가려버리는 것이 내게는
더욱 좋은 방향으로 보였다.
삼수를 하기 보다, 일단 대학이라는 공간에 가면,
실패 자체를 애매한 성공이라고는 속일 수 있으니까.
마음은 편해질 테니까.
그렇게 몇 번이고 정신승리를 하고,
마음은 편해지리라는 자기최면을 몇 번이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프게 앓았다.
도망치는 것 같았다.
성공한 사람들은, 몇 번이고 들려왔던 대답들을 무시하지 않았고, 또 몇 번이고 일어섰는데, 나는 2번 넘어졌다고 포기하려는 듯했다.
다시 일어서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번에는, 거짓말로 실패를 성공이라 감싸지 않고,
실패를 삶의 진행과정쯤으로 여기기로 했다.
삼수를 하고 싶다고, 부모님께 먼저 말했다.
당연히 돌아오는 말은 차가웠고 냉담했다.
2번의 시험에서나 보여준 것이 없고, 적지않은 돈을
쏟아부었음에도 길이 나오지 않았으니, 나는 분명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는 논리였다.
또 아프게 앓았다.
실패를 인정하고, 또 그 과정에서 아프게 앓으며 끝내 다시 일어서겠다는 그 결심도, 누군가에게는 아무것도 아니었던 것.
그렇게 철저히, 나는 혼자가 되었다.
새벽 아래에서 외로이 걸어가는 데, 비추는 달빛을
친구라고 말할 정도로의 고독감을 느끼고,
과거의 나를 찾아다닐 만큼, 나는 지금의 앓고있는 현재를 증오했다.
그 증오의 고독 속에서, 나는 나와 대화하기를 시도했다.
그 증오가 본연의 나를 갉아먹을 것을 보기 너무 싫었으니까.
어쩌면, 내가 쌓아놓은 나만의 생각이 싸르르 무너질 수도 있으니까.
내가 왜, 이 현재를 증오하는 지부터 내 자신에게 물었다.
나는, 위로가 듣고 싶었던 것. 재수 생활을 해오면서
많은 것들을 내 스스로 돌아보고 바꿀 수 있는 시간을
만들었으니까. 그것에 대해서 인정받고 싶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를 인정하고 알아보고 감싸는 이 보다는,
‘삼수’라는 타이틀을 먼저 보고, 나를 뭉개버리는 이가 많은 것 같아서 증오를 느꼈던 것.
그런 상황에서는, ‘나’라도 내게 위로를 건넸어야 하는데,
나도 나를 몰랐던 나머지, 지혜롭게 나를 감싸지 못했다는 사실에 눈물을 참 많이 흘렸다.
막막한 절벽에 있을 때, 내가 믿을 것은 나 뿐임을 너무나도
잘 아는데, 내면에서 외쳐대는 내 목소리를 내가 무시했다는 것을 뉘우치고, 나를 위로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지금은 많이 괜찮아졌다.
처음 느꼈던 증오도 많이 사라져가고 있고,
이제 ‘삼수’라는 타이틀을 받아 그를 자랑스레 여길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실패라는 큰 녀석을 온 몸으로 받아칠 수 있는,
단단한 내가 됐음을 느낀다.
많은 것들에 앓았고, 또 나 자신의 부족함에
수 많은 눈물을 떨궜지만, 다시 일어서보겠다는 그 의지를
소중히 여기게 됐다는 것.
삼수라고 말할 때 까지,
나는 힘들었다. 버텨내줘서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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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말하면 삼수는 쉬운것이 아님. 저는 그냥 인생을 졷박아서 사수를 해야함.
으앟 대신 우리는 같이 뛰자나영!—!
삼오안 아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