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야 테일러조이 [815490] · MS 2018 · 쪽지

2019-02-14 21: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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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르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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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고등학교 졸업식이 있었습니다


학교를 졸업하는 김에 약 8개월정도, 정들었던 오르비도 졸업하고자 합니다.


원래는 어떤 이유가 있어 조금 더 남아있으려고 했는데


보아하니 그 '이유'가 이제는 사라졌달까요, 어쩌면 좌절된 것으로 보이므로


미련없이 떠날 수 있을 것 같네요.


길었던 학창 시절, 돌이켜보면 좀 비벼지는 대로 살았던 것 같습니다. 세계대회 무대를 두 번 밟아봤던 로봇올림피아드를 제외하면 더 열심히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더 일찍 준비했어야 하는 걸 알았으면서도 놀다가 늦게 과고준비를 시작하고. 그러다가 (https://orbi.kr/00017503291) 이런 일을 겪으니까 그냥 포기해버리고. 어떻게 추슬러 도전한 자사고는 면접을 절어버리고, 한참 남는 점수지만 가기 싫다며 자공고는 가지 않았고, 결국 랜덤배정 쓰레기 똥통 고등학교에 입학해서 하기 싫다며 내신 관리는 적당적당히...


여튼 이제 졸업했고, 게임에 비유하면 튜토리얼 끝난 셈인데, 역시 튜토리얼은 어느 정도의 플레잉 미스는 눈감아주는 자비로움을 가졌죠.


가령 던졌다고 했던 내신만 해도 1점대 극후반까지 곤두박질쳤던게 서울대 가보겠다고 내신시험 몇 번 빡세게 치니까 1.28이 되듯


수능날 긴장해 여기저기서 삐끗삐끗해대고, 목표로 삼았던 서울대 수시 1차광탈했지만 그래도 현실에서 부끄럽지 않은 대학에 간신히라도 붙듯 


국어 표점이 하늘을 뚫어 준 덕분에 정시를 썼어도(폭/빵 등 무시하고 일렬로 세운다는 전제 하에) 아마 고/연 공대는 갔겠거니 싶고(컴퓨터과는 무리일지도 모르겠지만요.), 그런 등등.


하지만 이제 튜토리얼 끝이고 챕터 1 시작이니까 그런 플레잉 미스 눈 감아 주지 않겠죠.


그래서 더 이상 비벼지는 대로 사는 삶은 그만두려고 합니다.


그래서 반수는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서울대가 목표였다며? 너 학계로 가고 싶은 거 아니니? 비벼지는 삶을 살기 싫다며? 고대에 안주할 거야?


물론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곰곰히 생각해 보니 그건 '서울대 졸업장을 가지지 못했으니까 학자가 될 수 없어'라는 식의 또 다른 회피, 안주. 즉 비벼짐이라는 결론이 섰습니다.


(물론 뚜렷한 목표를 향해 몇 번이고 다시 일어나는 것은 그것대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N수생 분들 파이팅. 하지만 제 반수결심은 그런 거랑은 핀트가 약간 어긋나 있었다고 성찰하게 되었네요.)


그런 마인드라면 반수실패했을땐 말할 것도 없고, 반수를 성공해도 역으로 '서울대니까, 어떻게든 될 거야'식으로 생각하게 될 거라는 결론입니다.


그래서 고컴 다니며, 더 주도적으로 열심히 인생을 살아서 학부 학벌이라는 디메리트를 극복하고 멋지게 꿈을 이뤄내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이유'도 사라졌고 반수도 하지 않기로 마음 먹었으니까 이제 더 이상 여기 있을 이유가 없어졌네요.


여기서 정말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공부, 입시에 대한 자료는 물론이고 여러 조언들, 그리고 무엇보다 같은 공감대를 갖고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할 수 있었던 오르비언 여러분들까지, 글로 감사를 표하기엔 받은 것이 너무 큰 것 같습니다.


그래도 이렇게라도 해야죠. 정말 감사했습니다.


조금 더 미려하게 또 자세하게 감사를 표하고 싶었는데 잘 안 되네요. 그럼 이만 인사 올리려 합니다. 다들 목표하시는 바 꼭 이루셨으면 좋겠습니다. 그간 정말 감사했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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