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푸념...(수학/물리울렁증?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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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필자의 현재 수학(가형) 점수는 29번까지가 확정으로 풀리므로 앞에서 실수 여부에 따라 88~92를 진동하는데(21 찍맞제외) 울렁증은 무슨 울렁증이냐 할수도 있겠지만 있는걸 어떡해요.
어디서 시작되었느냐 하면 아마 초5쯤인거 같습니다. 당시 제 인생 최대 목표는 과학고에 가는 거였요. 계기는 잘 기억 안 나는데, 어쨌든 어떤 계기로 그런 멋진 학교와 사람들을 알게 되었고 그냥 동경했던거 같아요.
그래서 초5라는 상대적으로 늦은, 랄까 거의 포기 안 하냐? 수준으로 늦은 타이밍에 과고 준비를 노베부터 시작했어요. 사실 다니던 동네수학학원을 때려치고 고입전문수학학원으로 갔는데, 처음엔 과고반에 못들었죠. 그치만 그 바로 밑에반에서 서서히 패왕짓을 하고 다니니까 한 한달쯤 다니다가 과고반으로 승격이 됐어요.
그런데 처음으로 올림피아드 수학을 위해 10가나하고 수학I, II(미통기 있던 시절의 수학원투)를 배우는데, 10가나는 어찌어찌 따라갔지만 수학1, 2는 그냥 거의 문제를 외워서 겨우겨우 꼴찌를 면하고 이런 수준으로 못했었어요. 그리고 애초에 학원에서 수업하는것도 이미 다 알고 있겠지 하는 느낌으로 수업해서 격차가 더 걷잡을 수 없이 벌어진 것 같아요. 그렇게 기초를 날림으로 쌓고 정수론이랑 평면기하를 들어가니까 당연히 무슨 지진 난 것마냥 실력이 무너지는건 필연적이었겠죠? 사실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 그때 같은반에 있던 애들은 죄다 고교과정 따위는 이미 다 끝내고 올림피아드 수학도 어느정도 보고있던 애들이었으니까 잘 따라갔던 거겠지만, 저는 당시 그런 사정을 몰랐어서 그냥 제가 재능도 없는 주제에 노력도 부족하면서 학원비나 축내는 후레자식처럼 느껴졌어요. 학원 내에서 시험만 치면 맨날 뒤에서 2등이 제 고정석이었고, 당연히 학원 내에서 엄청 공공연히 무시를 받았죠.
뭐 이런 일도 있었어요. 어떻게든 과고는 가고 싶었으니까 담당쌤한테 말씀드려서 매일 학원에 1시간 반씩 일찍와서 개인적으로 보충을 받고 공부하고 그러기도 했는데, 다른 선생님이 보시고 "공부 엄청 열심히 하네" 하니까 담당쌤이 "얘 어차피 해도 절대 안 되는 저능아인데 일단 학원에 돈은 내니까 붙들고 가르치고는 있는거에요" 라는 말을 제가 듣는 앞에서 당당히 하시기도 하셨죠. 또 언제는 학원 월례고사를 보는데 그거 출제하는 쌤이 바빠서 그냥 교재 예제를 숫자만 바꿔서 내신거에요. 저도 빡대가리까지는 아니니까 이런건 당연히 맞췄죠. 그런데 그거 채점하면서 그 시험조차도 망쳤던, 유일하게 제 밑을 깔아주던 걔한테 선생님이 이렇게 혼내시더라구요. 저를 가리키면서 "얘는 외워라도 왔잖아! 너는 뭐 하는 놈이냐 진짜!" 하는데 '얘는 외워라도 왔잖아' 부분에서 같은 반에 있는 모든 애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웃음을 터뜨렸다던가...
그래도 나는 과고를 가겠다는 일념 하나로 진짜 그당시 생각으로는 지옥같은 생활을 견디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자존심이 허락하질 않았어요. 그래도 학교나 동네에서는 날고 기고 영재소리 듣던 내가? 이렇게 생각이 들더라구요. 당시 저는 같이 과고준비하던 애들이 먼저 해놔서 그런게 아니라 그냥 천재라서 그런줄 알았어요. 그래서 저도 뭔가 하나로는 걔들한테 이기고 싶었죠. 그러다가 과고를 가는 방법에 수학 말고 과학도 있다는걸 깨달았어요. 그날 서점에 가서 하이탑 코너를 보는데, 물리책이 제일 마음에 들더라구요. 이거다 싶었습니다. 그래서 6차 하이탑 물리 I, II를 사고는 미친듯이 혼자 공부했어요. 당시 학원 자습이 2시까지였는데(학원 10시 규정 제정된지 얼마 안되서 대충 넘어가던 시절) 제일 구석탱이 끄트머리에 앉아서 몰래몰래 물리공부하고, 집에 들어와서 쓰러져 잔 다음에 다음날 학교 가서 남들 막 수학 익힘책 풀고 있을때 혼자 서랍안쪽에서 몰래 물리공부하고 그렇게 독학으로 엄청 열심히 해서 비록 오개념이 좀 있긴 했어도 어쨌든 "올림피아드에서 중간 난이도 정도 수준의 문제를 적당적당히는 풀어내는"수준까지 어떻게 도달했어요.
그리고 중학생이 되고 학원에서 본격적으로 과학올림피아드를 준비시키는데, 당연히 물올반에서 제가 최강이었죠. 근데 주변 애들 반응이 "와 쟤는 수학은 그냥 개병신인데 물리만 핵천재네 야 물찐따!ㅋㅋ" 이런 느낌이었어요. 그렇게 어떻게 물리는 해결이 되었지만 근본적인 KMO에서의 나약함이 해결되지 않은 점(어차피 과고 가려고 면접 보려면 이 수준이 되어야 하니), 그리고 처음 보는 물리올림피아드 시험을 응시하러 가는데 학원 원장쌤이 "괜히 과고 갈 애들 앞길 막지 말고 적당히 해서 은상 정도만 받아라" 따위 소리를 하는 것에 질린 점 등으로 결국 과고준비는 때려치게 되었어요. 그 말에 너무 열이 받아서 어떻게든 금상 이상 받아보겠다고 미친듯이 시험쳤는데 결국 은 상 나온게 너무 빡쳐서 손목 그으려던걸 부모님한테 들켜서 삼류 신파극을 벌이기도 했지요.
근데 그렇게 때려치고 말아버리니까, 진짜 수학하고 물리는 무슨 시험만 칠 때마다 환각이 보이고 환청이 들리는 것 같아요. 수학시험칠때 잘 나가다가 조금이라도 막히면 바로 당시 담당강사가 옆에서 "넌 어차피 그거 절대 건드리지도 못해" 하고 같이 공부하던 애들이 낄낄거리면서 쪼개는 것 같고, 물리시험칠때는 약간 이걸 망치면 내 존재가치가 부정당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진짜 감독교사가 진지하게 퇴실할래? 물어볼 정도로 부들부들 떨고... 결국 마음을 잡고 내신 어찌어찌 잘 챙겨서 자사고에 도전하려 했지만 중3 내신수학때 저 증상이 제대로 터져버리는 바람에 시험지 글자가 읽히지도 않고 역대급 쓰레기 점수를 받고 좌절된 이후로 더 심해진 것 같아요.
정말 바보같이 들리는 이야기라는거 저도 정말 알고 있지만 아직도 내신, 모의고사 이런시험 칠 때마다 이런 식의 울렁증이 없어지질 않네요. 진짜 해당과목들 시험 칠 때마다 정신병 걸릴 것 같아요. 그런 주제에 또 과탐은 물리 말고 장애인 수준이라 선택과목은 지1물2 골라놓고 바들바들 덜덜덜 떨어대면서 시험치네요 맨날.
어쩌면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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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고생많으셨네요ㅜㅜㅜㅜ 어쩌다 저런 나쁜 사람들을 만나게 되셨는지ㅜㅜㅜㅜㅜ
혹시 심리상담 받아보시는거는 어떠세요...?ㅜㅜㅜㅜㅜ 상담받는거에 대해서 사회적 인식이 그닥 좋은것은 아니여서 거부감이 느껴지실수도 있습니다만 계속 지금 상태를 유지하시면 고3되면 입시 스트레스까지 더해지셔서 정말 더 힘드실 수도 있어요. 사회적인 인식을 고려하다가는 정말 나중에는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아프실수 있어요.ㅜㅜㅜㅜㅜ 한번 부모님과도 이 문제에 관하여 깊은 대화를 나눠보고 상담을 진지하게 고려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 중에 하나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