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로 가야할지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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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잘 모르겠습니다.
도대체 이 세상 어디에서 푸른 호흡을 내쉬어야 하나를.
매일 묶던 머리를 풀어버리고,
단발을 택할만큼의 자신감이 내게 없어서 답을
찾지 못하는 것일까.
답은 찾지 못했는데, 시간은 계속 흘러갑니다.
겨울이 가는 중이고, 서서히 봄은 제 시간을 바라보고 있어요.
가본 적도 없는 영국에서 해양 일을 담당하는
친구를 보며, 한국에서 집에 틀어박혀 꼼짝 안하는
내 스스로에게 모멸감을 느낀 적이 있고,
가본 적도 없은 대학에서 과잠을 입고
대학로를 누비는 친구를 보며, 예비도 받지 못한
내 자신에게 증오감을 느낀 적이 있지요.
나를 기다리는 공간이 있으리라 믿고
달려왔던 길이었는데, 지금 와서 도착해보니,
나를 기다렸던 곳은 없던 것인가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요.
허나, 그런 불안정감에도 불구하고, 나는 계속 나를 붙잡으려
발악을 하고 있는 듯 합니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누군가는 나를 기다릴 테니까요.
내 색깔을 알아보고, 그 색을 깊이 평가하는 누군가가
반드시 있을 테니까요.
또, 그 불안정감을 느낀 나를 증오하지 않습니다.
인간이라면 다 불안할 수 밖에 없으며, 그것들이
모이고 합력하여, 온전한 나를 이루니까요.
실패와 좌절했던 당신을 증오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것들이 합력하여 반드시 선을 이룰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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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비아사막 ㄱ
혹 대입에서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다고 해도
그게 결코 실패를 의미하는 것은 아닐겝니다.
지금은 쓰디 쓴 현실이 견디기 힘들 수도 있겠지만, 커피 한잔하며 사유를 가다듬고, 필연의
길을 따라 집요하게 본인의 길을 갈 준비만 되어 있다면, 성장한 '자신'과 대면하게 되는 것이
먼 미래의 일이 아닐겝니다.
평생 수능 공부를 하게 되더라도, 그게 지적 순수를 좇는 일이라면 가치 있는 일일게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