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견] 스카이캐슬은 잘 굴러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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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캐슬은 잘 굴러가고 있다. 결국 처음에 극의 흐름을 주도하던 상위 0.1%의 입시시스템이라는 틀은 점점 깨지고 있고, 극은 전반에 흐르는 BGM인 슈베르트의 마왕과 같이 비극으로 흐르지 않고 있다.
서울의대라는, 애초부터 공감이 잘 가지 않는 목표는 점점 흐려지고 있고, 각자 학부모가 아닌 병원 기조실장이 아닌 입시생이 아닌, 한서진 강준상 강예서 개인으로 변모해 나가고 있다.
어찌보면 뻔한 스토리로 흘러가는데에 대한 아쉬움이 있지만, 감독과 작가는 다양한 영화적 기법을 통해 숨 쉴 틈이 없이 극을 전개해 나간다. 예컨대 핸드헬드 기법과 앵글의 변화를 통한 심리묘사, 빛의 배분교차로 표현하는 감정의 콘트라스트, 복선과 메타포, 그것들을 통해 시청자들이 스스로 추리해나가게 만드는 요인까지.
이 드라마가 시청률이 높은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어쨌든 그 얼핏 듣기에는 현실적이지 않은 캐릭터들이 막상 극에 몰입하다보면 이해가 간다는 점이다. 이젠 김주영까지도 슬슬 이해가 가게 만드는 건, 작가의 큰그림은 어디까지인지 궁금할 정도다.
이 드라마로 인해 학생부종합전형이라는 제도가 이슈가 된 건 사실이고, 많은 분들이 입시에 조금 더 관심을 갖게 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정작 입시제도와 마주하는 학생이나 학부모들은 이미 무엇이 사실이고 무엇이 허구인지 구분을 할 수 있다.
애초에 그 600,000명의 아이들 중에 단 100명 내외가 진학하는 서울의대는 보통 사람들의 관심사는 아니었다. 전국의 초등학교가 6,000개 가량 있는데, 거기서 전교 1등을 하는 아이들도 서울대 정원인 3천명에 미치지 못한다. 사실상 전교 1등도 한 세명정도 번갈아 가면서 한다면 18,000명, 스카이 정원을 훌쩍 뛰어 넘는다.
이런 상황에서, 어느 학부모가 자기 자녀를 서울의대, 혹은 스카이 아니면 답이 아니라고 강요하겠는가. 그런 사람 별로 없다. 현실은 그렇게 특정 무언가 커트라인이 아닌, 가능하면 조금 더 좋은 학교에 보내고 싶은 것이 부모의 마음일 것이다.
사회를 살아가면 누구나 인지하겠지만,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고 좋은 학교를 나온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얻을 수 있는 유무형의 혜택이 많이 있다. 전문대보다는 사년제, 그냥 사년제보다는 지거국이나 인서울 사년제, 그냥 인서울보다는 스카이.
의사는 원한다면 요리사가 될 수 있지만, 요리사는 원한다고 의사가 될 수 없다. 회계사는 원한다면 백종원 식당을 차릴 수 있지만, 백종원 식당 주인은 원한다고 회계사가 될 수 없다.
물론 그렇다고 의사나 회계사가 요리사나 백종원 식당 주인보다 행복한 인생을 산다는 보장은 없다. 그러니 다그치는 것은 아니고, 그저 그렇게 내 자녀가 선택의 폭을 넓게 가져갔으면 하는 것이다.
물론 내가 아이들을 잡고 국어니 영어니 수학이니 가르쳐주면 좋겠지만, 현실은 매일같은 업무에 출퇴근시간으로 아이들 얼굴도 보기 어려운 맞벌이, 그러면 의지하게 되는 것이 사교육이고. 그게 보통의 학부모인 것이다. 물론 내가 가르친다고 사교육 전문가분들보다 나을리 만무한 것이고 말이다.
스카이캐슬의 한서진은 충분히 그렇게 행동할만한 이유가 있고, 그것을 깨뜨려나가고 있다. 그리고 우리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그 깨뜨려나가진 한서진의 모습으로 살아갈 것이다. 아이가 공부를 잘하면 어떻게 하면 조금 더 잘할 수 있게 만들어 줄까. 공부를 못하면 다른 어떤 재능으로 이 아이가 스스로 밥벌이를 할 수 있게 만들어 줄까. 대안학교는 정말 대안이 될 수 있을까. 그러한 고민.
이런 것도 저런 것도 모르겠고 그냥 사교육에 몇백만원씩 쓰는 학부모를 그저 맹목적이고 이기적인 이상한 사람들로 만드는 그러한 시각이, 나는 좀 안타깝다. 시간이 있으면 있는 시간을 아이에게 쓰는 것, 돈이 있으면 있는 돈으로 아이에게 쓰는 것, 어찌되었든 나의 아이가 조금 더 세상을 편하게 살게 만들어주겠다는 부모의 욕심을, 그렇게 함부로 재단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제 나는 대형 쇼핑몰 커피숍에 앉아 아이 영어숙제를 도와주었다. 놀러 온 주변 사람들은 어린 아이를 붙들고 여기까지 와서 무얼 하느냐고 말할 수 있겠지만은, 아이는 토요일 내내 친구들과 놀고 다시 일요일 저녁에 집에 가서 게임을 하기 위해 오히려 나에게 쇼핑몰에서 숙제를 먼저 같이 하자고 한 것이다.
친구들과 노는 것도 좋고, 게임을 하는 것도 좋고, 축구나 야구를 하는 것도 좋다. 다만 스스로 자기가 해야 할 일을 할 수 있고, 공부든 일이든 효율적으로 짧은 시간 안에 빨리 하고 놀며 인생을 즐길 줄 아는 자세, 나는 이것을 나의 자녀에게 가르쳐주고 싶을 뿐이다.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효율적으로 했는데도 학업성적이 좋지 않다면, 그 나름의 다른 방법을 찾아주는 것, 그게 부모가 할 일이지 않은가 싶다. 학생 때 공부를 안하고 방치하는 것은, 그건 결코 답이 될 수 없을 것이고, 올바른 부모의 자세도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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