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견 공유] 전 진보 교육감에 대한 비판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20848955
추신: 곽노현 전 서울교육감의 수학교육에 대한 생각 http://21erick.org/bbs/board.php?bo_table=11_5&wr_id=100790
진보교육의 스타 중 한 명인 곽노현 전 서울교육감은, 수학교육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없다면서 다음과 같은 의견을 내었다.
"수학은 실용성이 없다. 국어와 문학은 평생 써먹는다. 외국어도 빈도는 낮지만 평생 활용한다. (...) 그런데 수학은 다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고급수학을 접하든가 중고교 수학문제를 다시 풀어보는 사람은 아무리 많이 잡아줘도 5%도 안 될 것이다. 실은 평생 간단한 암산이 가능한 정도의 산수 실력이면 생활인으로 살아가는 데 어떤 지장도 없다. 간단한 통계를 해석하는 정도면 민주시민으로 사는 데도 아무 지장이 없다."
--
원래 이런 글은 공유하면 안 되지만, 비판을 하려면, 공유를 할 수 밖에 없다. 곽노현 전 교육감은 이 글 하나로 그가 교육이란 무엇인지 잘 모른다는 사실을 잘 드러내줬다.
CNN에 한번씩 나오는 파리드 자카리아가 쓴 책이 있다. 그가 표절에 휘말린 적이 있어서 그가 쓴 책들이 예전만큼 깊은 인상을 주진 못해도 그가 쓴 책, 은 한번쯤 읽어볼만 하다. 번역본도 있다. 이 책에서 인도 출신인 그가 인도에서 받은 교육과 예일대에 있으면서 받은 교육을 비교했는데, 그 차이를 실용성에 두고 있다. 그가 예일대에서 받은 교육은 겉으로 보기에는 전혀 실용적이지 않았다. 공부한다는 것은 실용적인 것을 익히는 게 아니라, 비판적으로 생각하는 법을 익히는 것이고, 문제가 생겼을 때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익히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비판적으로 생각하기는 중학교 때부터 대학교 때까지 학생이라면 반드시 몸에 배이게 익혀야만 한다. 자카리아가 고백하길, 사회에 나와서 자신에게 크게 도움이 되었던 건, 예일대를 다니면서 익혔던 쓸 데 없는 교육이었다고 했다. 그가 대학에서 배운 건, 생각하는 법이었다.
한 때 교육감까지 지낸 사람이 교육의 목표를 수능과 대학 진학에만 맞춰있다는 사실이 사람 참 암담하게 만든다. 수학교육이 사교육 문제의 근원이기 때문에 수학 교육의 수준을 낮추는 것, 그건 답이 아니다. 그가 쓴 글 첫 문장에 쓴 "수학은 실용성이 없다"는 글, 역설적이지만, 말 한번 잘했다. 수학은 실용적인 지식을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학문이 아니다. 수학은 우리가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가를 가르쳐 준다. 누군가 논리적인 사고를 기르고 싶다면, 수학을 익히는 게 크게 도움 된다. 버트런드 러셀은 "무용한 지식의 유용함"을 이야기했다. 그것도 1930년대에. 그때나 지금이나 유용함이 있어야 교육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 사람들은 많았다. 그러나 세상을 바꾼 사람들은 무용한 지식의 유용함을 익힌 이들이었다. 수학도 인문학도 과학도, 그 본질은 무용함에 있다. 그러나 그 무용함이야말로 유용함을 좇던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걸 보게 해준다. 교육이란 그런 거다. 지금 배워 당장 써먹어야 하는 걸 가르치는 게 아니라, 한 사람 인생 전체를 보고 가르치는 것 말이다.
수학은 어렵다. 집합도, 사칙연산도, 인수분해도, 2차방정식도, 복소수도, 미분도, 적분도, 확률도, 통계도 모두 어렵다. 어려운 건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지 그 내용들을 다 알고나서도 어려운 건 아니다. 무엇이든, 낯선 걸 배울 때는 다 어렵다. 자전거를 타는 것도, 운전을 배운 것도, 피아노도, 피리도, 그게 무엇이든 처음에 배울 때는 다 어렵다. 그러나 익숙해지고 나면 할 수 있다. 수학이 그런 거다. 생전 처음 보는 낯선 개념을 오직 논리에 의존해서 배운다는 것, 그건 중고등학교 때 배워야 할 필수적인 것이다. 문과든, 이과든, 모두.
유감스럽게도 21세기에 수학의 역할은 훨씬 더 중요해졌다. 4차산업혁명이라던가, 인공지능이라던가를 이야기하지만, 본질적으로 무엇이 중요한지 놓치는 이유는 정치를 한다는 사람들 대부분이 수학을 모르기 때문이다. 그들은 쉽게 수학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하는 말을 무시한다. 그 피해를 보는 건, 21세기와 22세기를 살아가야 할 학생들이다. "수학에 실용성이 없다"는 말로 수학 교육 수준을 대폭 낮춰야 한다고 주장하는 건, 그야말로 어리석은 말이다.
초등학교 때 배운 사칙연산은 그저 더하기 빼기 곱하기 나누기를 배우는 게 아니다. 단 몇 가지 선험적인 공리에 바탕을 두고, 모든 수의 연산을 할 수 있다는 걸 가르치는 게 산수(대수)다. 그걸 모르니 수학이란 그저 사칙연산이면 다 된다는 말을 하는 것이다. 에드문트 란다우라는 수학자가 쓴 라는 책이 있다. 이 책에서 화학과 다니는 자기 딸이 1+1=2 뒤에 숨어있는 수학의 원리를 몰라서 썼다고 밝히고 있는데, 이 책을 살펴보면, 수학이라는 학문을 왜 인간 사고의 정수라고 부르는지 조금은 알 수 있다. 이 책에서는 자연수에서 시작해서 어떻게 유리수를 만들어내고, 유리수에서 다시 실수를 창안해낼 수 있는지 보여주는데, 이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수학자들이 불면의 밤을 보냈을까 조금은 상상해볼 수 있다. 그러니 자연수부터 시작해서 어떻게 실수까지 갈 수 있는지 안다는 건, 인간 지성의 한자락을 알아가는 것과 같다. 이런 걸 모른다고 해도 잘못된 건 아니지만, 이런 걸 모르면서 단 한 마디로 이 모든 게 무용하다고 말하는 건, 정말이지 교양 없고, 어리석은 것이다. 우리가 미분을 할 수 있고 적분을 할 수 있는 건, 다 거기서 출발한다. 그리고 미적분이 없다면, 우리가 지금 누리고 있는 것 태반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정말이지 이젠 저런 어리석은 자들이 정치를 하는 걸 그만 보고 싶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살려주세여 4
속 ㅈㄴ 뒤집어진거같은데 토는 안나오고 지금 미칠거같아요 숭실대에서 집까지 내가 갈수있으려나ㅡㅡ
-
어캄?? 확통런데 미적해버린거 같은데
-
으아구ㅜㅜㅜㅜㅜㅜㅜ
-
갑자기 뭔가 슬픔
-
수학이라면 몸이 배배꼬여서 진로까지 바꾼 사람인데 집에서 시발점 완강한적이 없음....
-
크흡 크허어엉 3
미적 뭐부터 하지..... 일단 본인 미적 개몬함 작수 미적에서 28,30틀.......
-
여론은 무조건 약사 욕 하는구나.. 그렇게 간단한 문제는 아닌것같은데
-
현여기 n제 4
드릴345, 2025 지인선 풀었고 강기원 단과 듣는데 병행할만한 n제 추천좀요
-
탈릅 14
ㅂㅂ
-
투표ㄱㄱ
-
지금은 엄마가 진료실 들어가서 의사샘하고 얘기하는중 기다리는 거 좀 심심하당
-
이정도면 공대로는 ㅇㄷ랑 비슷함
-
아. 1
틀딱기출한테 쳐맞고있늠 뭐지이거어캐품 (배불뚝이틀딱아저씨의 거대한 원통(진짜임)에...
-
하필이면 동갑인 남자들이 거의 전부 군대가있음 작년에 이미 갔거나 늦어도 올해는...
-
피 쏠리네 거꾸로 보는세상 재밋음 이게 중력의 힘인가
-
극한의 실모훈련 5
고선생
-
웰컴 투 메뚜기월드
-
스타일리스트님이 커피 마시고가라함… 쥰내멋슥…
-
다들 두각, 시대인재 가겠지
-
아..
-
사실항시숭배하긴하는데 인나면 꼭 1시간정도 윈터 시청함 의식하고 보는건 아니구요 손이 막 글로 가요
-
미적 2틀호소인(29번시발) 공통만점호소인(22번시발)인데 미적수분감 스텝0은...
-
고2때까진 높2이여서 영어를 많이 게을리하고 했더니 고3올라오니까 3으로...
-
6평 전까지 모든 기출을 정복하겠다는 생각으로 기출만 봐도 될까요 정확히는 기출만...
-
과학기술이 그정도로 발전못한건 아닌거같은데 밥먹기 존나귀찮다
-
상위권이 다 회피했음 유입 없는게 나쁜게 아님 큰일난건 지2 비웃던 생2임
-
내 인생은 나아지진 않지만
-
제 친구 성적대입니다. 국어: 2등급 진동 (화작) 수학: 높은 3등급 (확통)...
-
지금 보닌 1
물리하기 좋은 상태
-
아웃백갔다가 머리하고 카푸치노사서 햇살 받으며 산책하기
-
동네에 슈퍼없고 대형마트 없어서 웬만하면 여기서 사는중 근데 5만원 채우기 너모힘듦..
-
설의법 고의입니다 삼국지연의 성의있게 중의적 표현 울의질감 경의를 표합니다 인의예지 전의상실
-
기숙 잘 맞음+전장 이러면 되게 기분 좋게 공부하고올듯
-
저는 건국대 교육공학과를 가고 싶은데 부모님은 충북대 국어교육과를 원하셔요. 어디를...
-
20번은 준킬러or쉬사 11
-
사회공학부 (x) 사회호모섹슈얼안드로진메카닉스학부 (o)
-
지하철 좀 답답하고 버스타면서 바깥구경하는게 넘 좋음 그래서 어디 갈때는 늦으면...
-
기회 1번
-
ㅇㅇ
-
지거국 추가모집 1
자연계열이고 예비 10번이면 가망없나요
-
ㅠㅠㅠ
-
강기원 3월부터 라이브로 들을라는데 1주차부터 듣는게 낫나요?
-
아 존나 졸려, 2
이리 피곤할꺼면 왜 일어난거니 나의 바디야좀 더 자게 두지
-
가천대 추가 0
엄청 잘 도네 자율전공 예비11이였는데 하루만에 전화옴
-
우리 모두 광복의 기쁨을 만끽하자
-
중앙대 자퇴 해보신 분 계시나요? 부모님 연락 가던가요? 0
도장 필요한 건 아는데 연락도 가는지 궁금하네요
-
난군인이싫다 2
내사랑이떠나갔으니
-
지도교수님의 지도교수님의 지도교수님이 노벨상 수상자라니 3
증조(?) 대에 계시는군 생각보다 가깝네
-
둘 다 맞말이긴 해~
-
사실 전 봇임 11
상식적으로 현역고3이 항상 오르비에 있을 순 없잖음?
예전부터 친구랑 얘기하면서 생각했던게 너무 똑같이 써놓으심 결국 교육부가 바뀌어야 하는데 5급공무원 그쪽직렬(뭐였지..? 정확히 기억이 안나네)로 시험보는 사람은 이과일리가 없으니..
세금만 축내는 앵무원들 특히 저런 정신너갱이 빠진놈들이 빨리 없어져야하는데.. 제일 비효율적이고 무개념한 집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