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minum [487666] · MS 2014 · 쪽지

2019-01-18 12: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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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견 공유] 전 진보 교육감에 대한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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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신: 곽노현 전 서울교육감의 수학교육에 대한 생각 http://21erick.org/bbs/board.php?bo_table=11_5&wr_id=100790


진보교육의 스타 중 한 명인 곽노현 전 서울교육감은, 수학교육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없다면서 다음과 같은 의견을 내었다.


"수학은 실용성이 없다. 국어와 문학은 평생 써먹는다. 외국어도 빈도는 낮지만 평생 활용한다. (...) 그런데 수학은 다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고급수학을 접하든가 중고교 수학문제를 다시 풀어보는 사람은 아무리 많이 잡아줘도 5%도 안 될 것이다. 실은 평생 간단한 암산이 가능한 정도의 산수 실력이면 생활인으로 살아가는 데 어떤 지장도 없다. 간단한 통계를 해석하는 정도면 민주시민으로 사는 데도 아무 지장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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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이런 글은 공유하면 안 되지만, 비판을 하려면, 공유를 할 수 밖에 없다. 곽노현 전 교육감은 이 글 하나로 그가 교육이란 무엇인지 잘 모른다는 사실을 잘 드러내줬다.  


 CNN에 한번씩 나오는 파리드 자카리아가 쓴 책이 있다. 그가 표절에 휘말린 적이 있어서 그가 쓴 책들이 예전만큼 깊은 인상을 주진 못해도 그가 쓴 책, 은 한번쯤 읽어볼만 하다. 번역본도 있다. 이 책에서 인도 출신인 그가 인도에서 받은 교육과 예일대에 있으면서 받은 교육을 비교했는데, 그 차이를 실용성에 두고 있다. 그가 예일대에서 받은 교육은 겉으로 보기에는 전혀 실용적이지 않았다. 공부한다는 것은 실용적인 것을 익히는 게 아니라, 비판적으로 생각하는 법을 익히는 것이고, 문제가 생겼을 때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익히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비판적으로 생각하기는 중학교 때부터 대학교 때까지 학생이라면 반드시 몸에 배이게 익혀야만 한다. 자카리아가 고백하길, 사회에 나와서 자신에게 크게 도움이 되었던 건, 예일대를 다니면서 익혔던 쓸 데 없는 교육이었다고 했다. 그가 대학에서 배운 건, 생각하는 법이었다.

     

 한 때 교육감까지 지낸 사람이 교육의 목표를 수능과 대학 진학에만 맞춰있다는 사실이 사람 참 암담하게 만든다. 수학교육이 사교육 문제의 근원이기 때문에 수학 교육의 수준을 낮추는 것, 그건 답이 아니다. 그가 쓴 글 첫 문장에 쓴 "수학은 실용성이 없다"는 글, 역설적이지만, 말 한번 잘했다. 수학은 실용적인 지식을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학문이 아니다. 수학은 우리가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가를 가르쳐 준다. 누군가 논리적인 사고를 기르고 싶다면, 수학을 익히는 게 크게 도움 된다. 버트런드 러셀은 "무용한 지식의 유용함"을 이야기했다. 그것도 1930년대에. 그때나 지금이나 유용함이 있어야 교육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 사람들은 많았다. 그러나 세상을 바꾼 사람들은 무용한 지식의 유용함을 익힌 이들이었다. 수학도 인문학도 과학도, 그 본질은 무용함에 있다. 그러나 그 무용함이야말로 유용함을 좇던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걸 보게 해준다. 교육이란 그런 거다. 지금 배워 당장 써먹어야 하는 걸 가르치는 게 아니라, 한 사람 인생 전체를 보고 가르치는 것 말이다. 


 수학은 어렵다. 집합도, 사칙연산도, 인수분해도, 2차방정식도, 복소수도, 미분도, 적분도, 확률도, 통계도 모두 어렵다. 어려운 건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지 그 내용들을 다 알고나서도 어려운 건 아니다. 무엇이든, 낯선 걸 배울 때는 다 어렵다. 자전거를 타는 것도, 운전을 배운 것도, 피아노도, 피리도, 그게 무엇이든 처음에 배울 때는 다 어렵다. 그러나 익숙해지고 나면 할 수 있다. 수학이 그런 거다. 생전 처음 보는 낯선 개념을 오직 논리에 의존해서 배운다는 것, 그건 중고등학교 때 배워야 할 필수적인 것이다. 문과든, 이과든, 모두. 

 유감스럽게도 21세기에 수학의 역할은 훨씬 더 중요해졌다. 4차산업혁명이라던가, 인공지능이라던가를 이야기하지만, 본질적으로 무엇이 중요한지 놓치는 이유는 정치를 한다는 사람들 대부분이 수학을 모르기 때문이다. 그들은 쉽게 수학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하는 말을 무시한다. 그 피해를 보는 건, 21세기와 22세기를 살아가야 할 학생들이다. "수학에 실용성이 없다"는 말로 수학 교육 수준을 대폭 낮춰야 한다고 주장하는 건, 그야말로 어리석은 말이다.


 초등학교 때 배운 사칙연산은 그저 더하기 빼기 곱하기 나누기를 배우는 게 아니다. 단 몇 가지 선험적인 공리에 바탕을 두고, 모든 수의 연산을 할 수 있다는 걸 가르치는 게 산수(대수)다. 그걸 모르니 수학이란 그저 사칙연산이면 다 된다는 말을 하는 것이다. 에드문트 란다우라는 수학자가 쓴 라는 책이 있다. 이 책에서 화학과 다니는 자기 딸이 1+1=2 뒤에 숨어있는 수학의 원리를 몰라서 썼다고 밝히고 있는데, 이 책을 살펴보면, 수학이라는 학문을 왜 인간 사고의 정수라고 부르는지 조금은 알 수 있다. 이 책에서는 자연수에서 시작해서 어떻게 유리수를 만들어내고, 유리수에서 다시 실수를 창안해낼 수 있는지 보여주는데, 이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수학자들이 불면의 밤을 보냈을까 조금은 상상해볼 수 있다. 그러니 자연수부터 시작해서 어떻게 실수까지 갈 수 있는지 안다는 건, 인간 지성의 한자락을 알아가는 것과 같다.  이런 걸 모른다고 해도 잘못된 건 아니지만, 이런 걸 모르면서 단 한 마디로 이 모든 게 무용하다고 말하는 건, 정말이지 교양 없고, 어리석은 것이다. 우리가 미분을 할 수 있고 적분을 할 수 있는 건, 다 거기서 출발한다. 그리고 미적분이 없다면, 우리가 지금 누리고 있는 것 태반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정말이지 이젠 저런 어리석은 자들이 정치를 하는 걸 그만 보고 싶다.


출처: https://www.facebook.com/hch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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