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minum [487666] · MS 2014 · 쪽지

2019-01-14 21:5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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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을거리] 서울대 배철현 교수의 표절 및 사임 사태에 대한 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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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장영실 쇼에 많이 나오셨던 서울대 배철현 교수의 표절 및 사임 사태에 대한 소견.


만30살이 되기전 고려대 경영대 조교수에 임용되면서 계약서에 서명을 하던 날에 아마도 교무처장님이 그런 이야기를 했다. "방송 출연하시면 안됩니다."


이 말은 어린 나이였던 나의 귀에 오래 남아있었다. 무슨 뜻이냐면, 고려대 교수 정도면 방송에서 한마디로 개나 소나 부르게 되어 있다는 뜻이다. 그러니, 방송에서 부르면 잘난줄 알고 가지 말라는 뜻이다. 너가 잘나서 부르는 것이 아니라 네가 고려대 교수라서 부른다는 뜻이다.


내가 1999년 ~ 2001년 고려대 교수로 있는 동안 인터넷 붐이 일었다. 그래서, 방송 출연 섭외가 많았다. 당시 인터넷 붐을 설명할 수 있는 교수가 많지 않았다. 지금도 매주 일요일 오전에 하는 KBS 일요 진단에 나와 당시 산자부 장관과 1시간 토론을 하기도 했고, EBS 명사 특강을 1시간 정도 했다. 1999년이나 2000년 이야기다. 그리고, 다음 이재웅 사장님 부인이 된 황현정 아나운서가 진행했던 아침 프로에서 생방송으로 나와 당시 이금룡 삼성물산 상무 또는 옥션 사장님과 같이 전국의 인터넷 벤쳐 현황에 대한 프로에 한번 출연하기도 했던 기억이다. 그리고 매경TV가 했던 인터넷 성공시대를 아마도 매주 출연해서, 20회 정도 여러 벤처기업 심사를 한 일이 있다.


그렇게 방송에 노출이 되다보니, 어느날 결정적으로 KBS에서 연락이 왔는데, 매주 또는 매일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양 과학 프로에 나와달라는 이야기였다. 그때 조금 갈등했다. 그러나, 이내 거절했다. 왜냐하면, 내 전문성과 관계없는 것이었다. 나는 교양 과학과 상관이 없다. 방송국에서 나를 부른 것은 내가 30대 초반의 고려대 교수로서 인터넷 벤처가 붐인 상황에서 나를 부른거다. 그러나 나는 교양 과학과 상관이 없다. 이제서야 말하지만, 아마 내가 거절한 자리를 지금 KAIST의 정재승 교수가 당시 고려대 연구 교수(테뉴어 트랙이 아닌)로서 맡게 된 것이 아닌가 싶다. 믿거나 말거나.


나는 최근 4년동안에 KBS 장영실 쇼, KBS 명견만리, CBS 세바시, YTN Science, EBS 등에 출연했지만, 원칙이 있다. 내가 전문적으로 연구한 것을 논하는 자리가 아니면 거절한다. 


그리고, 매주 출연해달라고 하는 것은 거절한다. 매주 출연한 것은 2000년에 매경 TV 인터넷 성공시대였는데, 이것도 사실 녹화는 한꺼번에 두세개를 해서 그리 오버헤드가 크지 않았다. 그리고 훌륭한 벤처기업을 일주일에 한두개 만나는 기회라 방송에 나오는 것보다는 그들 기업을 알게 되고, CEO를 만난다는 기회관점에서 수락했다. 


앞으로도 매주 출연해달라고 하는 것은 거절할 예정이다.


이제부터 본론이다. 왜 TV에 자주 나오는 교수가 문제가 되는가? 그것은 이렇게 생각해야 한다. KAIST 정재승교수, 김대식 교수가 KAIST에서 특별히 우수해서 TV에 나오는 것이 아니다. 다른 우수한 KAIST 교수가 TV에 안나가는 것이다. 배철현 교수도 결과적으로 마찬가지다. 그분이 서울대 인문대에서 특출나서가 아니라, 다른 더 훌륭한 교수들은 방송에서 불러도 안나가는 것이다. 배철현 교수가 방송에 나가는 교수가 된 것이다.


여기서 한단계 더 나아가면, 물론 아무나 방송에 나가는게 아니다. 방송에서 살아남는 교수는 나름 의미가 있다. 즉, 방송에 나가고 싶다고 해서 다 나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방송은 유명대학 교수를 왠만하면 섭외하고 싶어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섭외를 해봤는데, 그 사람이 방송에 끼가 있으면 그 사람은 살아남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정말 훌륭한 교수는 방송 출연 자체를 거부하는 경우가 많고, 혹시 해보고 싶어해도 그 재능이 거기까지는 미치지 않기 때문에 계속 방송국에서 불러주지는 않게 된다. 결국 방송에는 방송에 재능이 있는 교수가 살아남아서 대중에게 알려진다. 대중은 학계에 대한 판단 능력이 없기때문에 그 교수가 어느 대학에 있는지가 후광효과로 작용하게 되고, 그의 방송 재능이나 끼가 그를 방송에 남게 한다.


대중들이여.  방송에 매주 출연하는 연구중심대학교수? 그것은 마치 모순형용과도 같은 것이다. 연구중심대학은 총성없는 전쟁터이다. 매주 방송에 나갈 방법이 있을수가 없다. KAIST, 서울대 교수가 매주 방송에 나간다? 이것은 전쟁터에서 사령관이 없는 것과 유사하다. 그럼, 벤처기업을 만드는 교수는 뭐냐? 그건 더 심한 전쟁터에 나가는 것이니까 그건 더 어려운 일을 하는거다. 믿거나 말거나. 연구보다 사업이 어려운 것은 누구나 알것이다. 그래서, 방송나가는 교수와 벤처하는 교수를 비교하지는 말아 달라. 차원이 다르다. 사업 역시 총성없는 전쟁이다.


그리고, 사족하나. 대학의 일반 랭킹이 교수 개인의 랭킹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 경희대 물리학과의 어떤 교수보다 못한 서울대 물리학과 교수가 많다는 점만 알고 있으면 된다. 경영학과도 마찬가지다.  물론 방송국이나 일반 대중은 이런 것을 판단하기는 어렵다. 사실만을 밝혀둔다.


- 경희대학교 경영학과 이경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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