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스 [349151] · MS 2010 · 쪽지

2011-11-08 16:58:16
조회수 5,942

D-2, 수험생 여러분께 반드시 들려드리고 싶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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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지금까지 정말 셀 수 없이 많은 문제를 풀었고, 끝이 보이지 않는 지루함과 언제나 여러분을 조여오는 압박을 모두 견뎌내고 수능 이틀 전을 맞이하고 계십니다. 저는 말씀을 드리기 앞서 여러분 자신이 대단한 존재라는 걸 다시 한 번 돌이켜드리고 싶습니다. 많은 노력을 쏟아부었던 지난 시간을 되돌이켜보며, 여러분께 일어날 수 있는 가장 행복한 결과를 상상하시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여러분을 그렇게 만들어 드릴 사람은 행운의 여신이 아닌 여러분 자신입니다.








이제 제가 반드시 들려드리고 싶었던 말씀을 전하려고 합니다.


대수능 시험 문제들은 결국 여느 모의고사와 같은 형식으로 만들어진 190문제일 뿐입니다. 여러분은 그것의 수십 배는 달하는 지문을 공부해두었고, 어려운 문제들을 잘 풀어냈습니다. 적어도 앞으로 이틀 동안은 충분히 쉬셔도 어떤 문제를 만나든지 여러분은 지금까지 쌓아온 실력을 충분히 발휘하실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풀어냈던 문제들을 쭉 훑어보시거나 기억을 더듬어 보십시오. 수리영역 4점짜리 고난이도 문제를 잘 풀어내셨습니까? 쉬운 문제를 다 풀어놓고 계산 실수로 틀리거나 선택지를 잘못 고른 적이 많습니까?
수능 시험의 190문제는 여러분이 접해온 몇 천개의 새로운 문제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 숫자입니다. 여러분의 수능 점수는 자신이 풀어냈던 어려운 문제들의 정답률, 쉬운 문제들 중에서 다 풀었지만 실수로 답을 피해간 오답률에 의해서 결정될 것입니다.

또 반드시 그래야만 합니다! 왜냐하면 그것이 여러분이 쌓아온 실력이자, 어떻게 보면 '확률'이기 때문입니다. 항상 100점을 맞을 정도로 완벽하게 공부를 하지 않은 이상, 어쩌다 운 좋게 자신 있는 문제들만 킬러 문제로 등장해서 여러분이 그것을 다 맞춰내는 경우의 수는 없다고 장담합니다. 반대로 말해서 취약한 단원의 개념들만 조합한 킬러 문제가 등장할 경우의 수 또한 전혀 없다는 것입니다.
또한, 여태까지 문제를 풀면서 실수를 많이 해오셨다면 수능 시험장에서 아무리 문제지를 몇 번이고 검산해도 실수를 잡아내지 못할 가능성이 큽니다. 반대로 말해서 지금까지 모의고사를 풀며 단 한번도 마킹 실수를 하지 않으셨다면 수능 시험 때의 마킹 실수 걱정은 전혀 쓸모가 없습니다.

아주 간단히 요약하자면, '수능 대박'도 없고, '수능 쪽박'도 없다, 아니 없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수능 시험은 우리의 뇌가 선천적으로 갖고 있는 본능과 연결된 지혜를 시험하지 않습니다. 수능 시험은 우리가 뒤늦게 새로이 저장한 사고 방식을 통해, 어떤 상황에서도 냉철하게 판단할 것을 요구합니다. 그렇기에 수능은 우리의 본능과 정반대되는 시험이고, 확실히 어려운 시험입니다.
물론 태어날 때부터 수능형 공부에 필요한 사고력과 적용력이 뛰어난 사람들은 확실히 있습니다. 그러나 수능 공부는 타고나지 않은 사람이 타고난 사람을 절대로 이길 수 없는 공부가 아닙니다. 방금 말한 두 무리 사이에는 어떤 갭이 있는 것이 아니라, 단지 출발선과 배우는 속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라는 것입니다.

한 마디로 수능은 본질적으로 철저히 쌓아온 실력에 의해 줄세워지는 시험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보면 제 말은 틀린 것처럼 보입니다. 저 역시 평소에 전부 1등급을 맞던 아이가 수능 때 점수가 추락하는 사태를 많이 보았습니다. 왜 그들은 평소에 하던대로 지문을 잘 읽지 못하고, 문제를 잘 풀어내지 못하는 것일까요? 또 극단적인 예를 들자면, 수능 점수 440점 이상의 메이저 의과대학을 노리는 수험생들 사이에는 실력의 차이가 없어 수능 당일의 운이 작용한다는 말이 정설입니다. 그런데 누가 수능 시험을 잘 볼 것인지는 운이 다일까요?








수능 시험 반드시 그 동안 공부해왔던 습관대로 풀어야 합니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그렇게 하지 못하기에 "수능은 운이다!", "수능을 잘 볼지는 아무도 모른다!"라는 헛소리가 마치 진리인 것처럼 나돌고 있는 것입니다.

여려분은 평소에 어려운 문제를 풀 때 '이 문제는 어려운 문제니까, 남들도 다 못 풀거야.' 이런 생각을 하면서 문제를 풀지 않습니다. 자신의 실력을 믿고 그냥 풀어내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평소에 너무 어려워서 못 풀어내는 문제는 다른 문제를 끝내고 돌아와서 다시 풀거나 합니다.
그런데 여러분은 수능 시험장에서 킬러 문제를 마주치면 무슨 생각을 할 지 서로 고민하고 계십니다. "이거 꼭 풀어야 되는데" 하면서 문제를 못 풀고 초조해하는 분은 수능 시험, 평소 나오던 모의고사 점수보다 떨어질 확률이 100%입니다. 왜냐, 평소에는 '그 문제 꼭 풀어야 한다'는 압박 없이 공부했기 때문입니다. 수능에서 소위 '대박'을 경험하신 분들이 어려운 문제를 만나면 "어차피 남들도 다 못 푸는거 까짓거 포기하고 이따가 다시 풀자." 라는 마음가짐을 가지라고 하시죠? 그런 마음가짐은 여러분께 수능 시험이란 거대한 벽을 잊게 해주고 문제 자체에 몰입하게 하는데 다른 어떤 생각들보다 훨씬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저에게 마치 이 현상은 이중 슬릿을 통해 전자의 이중성을 확인하는 실험을 연상케 합니다. 평소에 여러분이 최고난이도 문제를 접할 때, 뇌의 사고는 자신이 배운 모든 지식과 적용력을 통해 마침내 문제지에 답을 내놓습니다. 전자가 두 가지 길을 동시에 지나가서 반대편 벽에 간섭 무늬를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그런데 여러분이 문제에 몰입하지 못하고 다른 생각을 하는 순간,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없게 됩니다. 전자가 이중 슬릿의 어느 쪽으로 지나가는지 관측하면 그 때 간섭 무늬가 사라지는 현상에 비유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여러분이 수능을 잘 보기 위해서, 즉 시험장에서 제 실력을 온전히 발휘하기 위해서는 평소에 공부하던 그대로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문제 자체에 몰입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자신이 수능 시험을 치르는지, 학교에서 보는 사설 모의고사를 치르는지, 집에서 혼자 모의고사 문제를 풀고 있는지 최대한 의식하지 않아야 합니다. 그리고 이 연습은 지난 몇 개월간 충분히 해왔습니다. 엄청나게 많은 문제를 반복해서 풀어오시지 않았습니까?

수능 시험 점수는 인생의 중요한 한 부분을 결정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수능 시험장에서 접하는 190문제는 여러분이 그동안 해왔던 공부의 연장선상에 있을 뿐, 문제 자체는 어떤 특별한 의미도 가지지 않습니다. 늘상 봐오던 똑같은 문제일 뿐입니다. 그저, 해온대로 하시면 됩니다. 그 동안 여러분은 각종 킬러 문제를 많이 접해오셨습니다. 풀던대로 풀어내시면 됩니다.




부디, 어떠한 생각도 가지지 마시기 바랍니다.

"이번에 나는 반드시 100점을 맞을 것이다!"는 패기는 가장 강력한 독입니다. 킬러 문제를 맞닥뜨렸을 때 자신이 100점을 맞지 못할거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악순환의 고리를 시작하게 됩니다.
"못 풀면 재수하면 되지~"라는 마인드는 차라리 낫습니다. 왜냐하면 평소에 여러분이 공부하시던 그 마인드와 상당히 유사하기 때문입니다. 지난 동안 문제집에서 어려운 문제를 만나고 풀어내지 못했을 때 여러분은 풀지 않고 넘어가셨습니다. 그 다음 문제를 풀 때 이전에 못 풀었던 문제가 자꾸 생각나서 방해가 되신 적이 있으십니까? 당연히 한 번도 없으시리라 생각합니다. 틀렸다고 체크하고 다시 복습하시지 않으셨습니까? 여러분이 다음 문제를 풀 때도 못 풀고 넘어간 문제를 계속 머리 속에 담아두고 계시다면, 제 실력대로 그 다음 문제를 풀지 못하실 것입니다.


수능 시험을 치르는 동안에는 수능 시험의 어떤 의미도 생각하지 마십시오! 아예 모든 생각을 지우고 시험지와 물아일체가 되셔야 합니다. 비꼬는 것은 절대로 아니지만, 그 동안 '듄아일체'가 되셨으면 시험장에서도 '듄아일체'하시기 바랍니다.

또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수능 시험 문제 자체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어차피 내년에는 '2012년 기출문제'가 될 문제들입니다. 평소에 흔히 기출문제를 풀어내셨듯, 수능 시험장에서도 그렇게 풀어내시기 바랍니다.








물론 저도 제가 지금까지 이야기한 것을 지키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을 압니다. 저 또한 백 퍼센트 몰입하지 못했습니다. 잠깐 제 얘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3년 동안 마킹 실수를 딱 한 번 했는데 수능 언어 영역에서 마킹 실수로 2점을 날렸습니다. 수리 영역에서는 반지름이 1인 원의 둘레를 파이로 생각해서 3점, 15분의 파이를 15도로 계산해서 4점을 날렸습니다. 또한 정답률이 극악이었다던 24번 문제는 일필휘지로 풀어놓고도, 25번 블럭쌓기 문제를 초고난이도 문제로 생각하여 남은 10분 동안 손도 대지 못하고 틀렸습니다. 외국어 영역에서는 한 번도 틀리지 않았던 듣기 문제를 틀렸습니다.
저는 평소에 다른 이들보다 실수를 몇 배는 많이 했습니다. 여러분이 지금 하시는 계산 실수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 실수를 잡기 위해 몇 달 간 노력했지만, 결국 끝끝내 그 실수를 잡지 못했습니다.

남들이 다 어렵다고 한 문제를 잘 풀어내신 여러분, 봐줄 수 없을 정도로 잔실수를 하지 않으셨던 여러분, 그리고 파멸을 초래할 정도로 마킹 실수를 하지 않으셨던 여러분들께 마지막으로 말씀드립니다.




수능 시험 문제 자체는 특별한 문제가 아닙니다. 늘상 풀던대로 몰입해서 푸시길 바랍니다.
여러분이 자꾸 마음에 담아두시는 최악의 상황은 여러분의 노력에 비추어볼 때 결코 일어나지 않습니다.

자신감을 가지시기 바랍니다.

여러분은 성공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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