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된 역배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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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비행기 타는 거나, 비행기 표 알아보는 거 및 항공 업계 자체에 대한 흥미가 아주 많습니다. 학기 중엔 밤에 집 와서 놀러가는 표 알아보는 게 유일한 낙입니다. 지금 대한항공에서 연락와서 일하라고 하면 지금 하는 모든 거 그만두고 갈 수 있을 정도로 흥미가 있습니다.
갑자기 웬 비행기 얘기를 하냐면 항공권 가격을 자세히 보다 보면 입시하는데 교훈을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항공권의 기본 원칙은 직항은 경유보다 비싸고 성수기가 비수기 보다 비쌉니다.
저는 보통 남들 다가는 방학에 여행을 가기 때문에 유럽을 간다고 치면 대한항공 기준 왕복 100만원, 경유편 기준 80만원 정도면 잘 샀다고 느낍니다. 동남아의 대표적인 휴양지인 코타키나발루의 경우 약 35-40만원 정도가 기준입니다.
몇 주 전에 학교 삶이 심히 재미가 없어서 한 주 정도 째고 따뜻한 코타키나발루로 여행을 다녀오려고 표를 알아보니 왕복 18-19만원이었습니다. 기름 값은 나오려나 싶을 정도로 저렴해서 갈까 하다가 이런 저런 일이 겹쳐서 못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지난 주말에 시간이 되어 잠깐 다녀오려고 알아보니 전에 알아 본 같은 항공사 같은 스케쥴 기준 가격이 60만원이었습니다. 전자 같은 경우엔 남들 안탈 때 타기 때문에 가격도 엄청 저렴하고 심지어 승객도 별로 없어서 비행도 쾌적합니다. 남들 다 갈 때 가기 때문에 돈은 돈대로 비싸고 만석에 가까워서 쾌적하지도 않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통상 갖는 인식에 비해 가격 차이도 엄청나게 큽니다.
아주 비슷한 상황이 입시 판에서 벌어집니다. 정시에서 자기 점수를 손해 안보려는 경향이 아주 강하기 때문에 약간의 유불리에 굉장히 민감합니다. 그래서 나한테 좀 유리하다 싶은 학교나 반영비가 있으면 거기를 쓰고 싶은 욕구가 강하게 나타납니다. 문제는 나만 그런것이 아니라 거의 모든 학생들이 그렇다는 것입니다. 일례로 시립대 자전 같은 경우가 있습니다. 탐구를 거의 안 보기 때문에 탐구를 망치고 국어 수학을 잘 본 학생들에게 구세주 같은 학과입니다. 문제는 그게 나만 그런게 아니라는 겁니다. 나름 자기 점수를 잘 사용해서 지원한다고 시립대 자전 같은 모집 단위를 쓰지만 남들도 그렇기 때문에 점수 상의 절대우위(점수 그 자체 혹은 누백)은 있지만 상대열위(다 같이 유리해지는데 유리해 지는 정도가 다소 약함)가 있는 경우 이른바 폭발로 인해 떨어지는 결과가 있습니다. 마치 크리스마스 시기에 좁디 좁은 비행기를 엄청난 가격을 지불하고 낑겨서 가는 것처럼. 비행기는 그래도 목적지에라도 데려다 주지만 입시판은 정원이 차면 가차없이 내리라고 합니다.
물론 입시는 제로썸이기 때문에 반대의 경우도 있습니다. 중경외시 라인 같은 경우엔 상대평가 기준 보통 영어1등급 반, 2등급 반인데 올해 같이 어려운 경우엔 절대평가여도 1등급이 굉장히 적습니다. 따라서 2등급 감점을 어마어마 하게 하는 K대 같은 경우엔 해당 라인 지원자 모두에게 굉장히 불리해 보입니다. 그래서 여기를 쓰려는 학생들이 다른 대안을 납두고 굳이 쓰려고 하지 않습니다. 결국 입결이 떨어지는데 이는 절대열위(점수 그 자체가 불리하게 반영)의 영향보다 상대우위(남들과 다같이 불리해지는 것보다 내가 좀 덜 불리해지는 것)의 영향이 크면 이득을 볼 수 있습니다. 돈도 조금 내고 같이 타는 사람도 없어 쾌적하게 누워서 갈 수 있죠.
저는 2014학년도 입시를 했는데 이 때가 A, B형 도입 첫해라 상당히 혼란스러운 해였습니다. 저는 국어, 수학, 영어, 탐구를 각 한 문제씩 틀려서 나름 수능을 잘 봤다고 생각했는데 입시 직전에 예측치는 한참 안 좋게 나왔습니다. 그 회사 기준으로 제가 최종 진학한 고려대 경영 같은 경우엔 1칸 내지 2칸이었고 장학금을 받고 합격한 S대 경영은 5칸 추합으로 나왔습니다. 당시 누백으로는 대략 0.4-0.5였는데 제가 갖고 있던 입시 상식으로는 도저히 납득이 안가는 결과였습니다.
그래서 일일이 표본을 다 세어보았습니다. 그 땐 시간도 많고 딱 제 것만 했으니까 얼마나 정밀하게 했을까요. 어쨌든 다 세어본 결과 현재 누백 추정은 말도 안 된다는 나름의 결론을 얻었습니다. 그 원인은 영어 B형 도입과 사탐 과목 축소로 인해 점수가 디플레이션(실제 가치에 비해 명목상 점수가 떨어져 보임) 된 것을 적절하게 반영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실제 수험생은 최소한 연고대 라인에서는 붙을 학교를 쓰기 때문에 제 점수 바로 위 그 곳 기준으로 3-4칸인 수험생들(실제로는 연고대 프패)이 결국에 입시를 할 때는 붙을 학과로 내려 쓸 개연성이 있고 한 5-10명만 그렇게 해도 제가 추합으로 붙을 수 있겠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래서 저는 재수생 신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무슨 용기에서였는지 가군 5칸짜리 추합, 나군 2칸짜리 불합격 원서를 쓰고 결국엔 가군은 최초합 나군은 여유있게 추합되었습니다. 모두에게 불리하게 보이던 해에 분석과 나름의 확신에 기초해서 남들이 잘 안하는 선택을 한 것이 주요했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그 해는 양 교 상위 학과는 다 박살이 났고 오히려 독문처럼 그 학교를 지키기 위해 쓰는 학과가 입결 탑을 찍었습니다.
저는 수시 완료 전에는 그 회사에서 만드는 데이터를 크게 의미 있게 검토하지 않아서 잘 인식하고 있지 못했는데 여러 글을 보니 굉장히 짜다는 여론이 강하더군요. 이것은 오히려 기회입니다. 나한테만 짜게 주는 것이 아니라 모두에게 짜게 주는 것은 그 반대의 경우보다 실제 입결을 훨씬 떨어트립니다. 물론 과정에서는 불합격이라는 글자를 너무 많이 보여주기 때문에 심적으로 힘들 순 있습니다.
제가 인생의 큰 결정을 하는데 덮어 놓고 자기에게 불리한 것을 쓰라는 것이 아닙니다. 충분한 분석이 뒷받침되어서 내가 불리한 것 보다 남들이 더 불리하겠다는 판단이 들면 과감하게 역배를 선택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는 뜻에서 글을 씁니다. 왜 매년 서울대 농경제, 고대 식자경 등의 과가 입결 탑을 찍는 지를 곰곰히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과연 그 학과들의 선호도가 가장 높아서 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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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번에 이과 재수하는 학생입니다 여기저기 알아보다가 결국에 분당...
깜짝이야 피아트님 안주무세요?
저는 종강도 했고, 쪽지 답변하다 보니까 벌써 4시반이네요
와... 지금 제가 하던 고민에 대한 조언을 해주는 느낌..
표본을 센다는게 이사람이 빠질지 예측하신다는 건가요?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단순히 타군으로 몇명빠질지가 아니라, 실제 여기를 쓸까하는 생각도 해야합니다. 저보다는 높지만 컷보다 낮은 경우, 그리고 그 점수가 비슷한 학과에 합격점수로 나오는 경우 실제 지원시에는 옮길 개연성이 높으니까요.
표본 다 세신거 존경..
그때는 어렸고, 시간도 많고 그랬으니까요 ㅋㅋㅋ
역시 확신을 가지고 자기 갈길 가는것이 제일이에요
네! 맞습니다. 제 글을 읽고 오해하실까봐 말씀드리면 아무 생각없이 역배로 가면 보통 틀립니다. 분석을 통해 확신을 얻고 그 다음에 갈길을 가야죠
글 진짜 술술읽히게잘씃시네요
근데 우리 교수님들은 왜그러실까요?
ㅋㅋㅋㅋㅋ 아 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
닥추.. 이번 입시가 기회가 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난세에는 정공법이 답입니다.
와.... 수능치고 3주동안 매일 자기전에 침대 누워서 1시간 넘게 하던 고민에 대한 조언을 들은 느낌이네요...
지금도 불안해하는 마음은 똑같지만 희망을 갖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원래 입에 쓴게 몸에 좋고 입에 단게 몸에 나쁘다고, 작년에는 컷을 후하게 줘서 과정에선 사람들이 다 행복했지만 결과적으로 고통받는 입시었습니다. 저는 그런 측면에서 올해는 존버는 승리하는 입시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아니 이걸 왜 말하십니까ㅠㅠ저만 알고싶었는데
좋은건 다같이알아야죠.. 어차피 제 말듣기전에 혼자 아실 수 있는 정도 인사이트면 뭐든 하실 수 있을겁니다.
정말 좋은 글이네요 서울대 표본 하나하나 다 세봐야지...
서울대 지원하시는 거면 서울대는 표본세는게 큰 의미가 없습니다 ㅠㅠ
빠질데가 없어서 그런가요ㅠ ㅋㅋ 결국 내려써야하나 gs식 0.04인데 고민이 많이 되네요
서울대는 전체 둥수 세기, 수시이탈률 확인 및 안넣어보고 쓰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에 대한 데이터가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0.04면 지금에서는 그냥 써도될듯한데
답글 감사합니다 현역땐 수시로 가고 군대에서 본 수능이 우연찮게 잘 풀려서 여기저기 둘러보고 있는 중인데 오르비에서 도움 정말 많이 받는 것 같습니다. 조언 감사합니다.
검고생이라 1년 빨리 가는데 점수가 좀 아쉬워서 걸고 반수하려고합니다! 그런데 이번에 지원하는 대학이 셋 다 안정이거나 무난한 추합을 쓰는건 아깝겠죠? ㅠㅠ 글 보니 수나로 마음이 흔들리네요
어차피 반수할껀데 셋다 안정쓸필요가 있을까요
그런데 막상 스나할 대학을 보면 고속이나 페잇은 확률이 그럭저럭인데 낙지는 확 불합이라고 떠서 좀 그렇다라구요 ㅠㅠ 그리고 나군은 완전 안정이긴한데 교대라 면접이 있어서 붙을거알아도 불안하네요 ㅎㅎ 분석 혹은 다 포기하고 안정만이 답이겠죠?
재수생인데 5칸추합 쓰실정도면 베짱자체도 두둑하시네요 ㅎㄷㄷ 2칸 스나 성공까지.. 저도 표분 분석 훌륭히 할 수 있길....
배짱이라기 보단 욕심이 많았죠. 잘 하시길 바랍니다.
우와 논술 광탈하고 걍 모의지원 대충 돌려서 넣어야지 했는데 왜 원서영역이라고 불리우는지 처음 알았네요 표본분석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ㅜㅜ
감사합니다.
칸수는 그냥 참고용이군요 근데 글의 누백은 그회사 누백인가요?
지금은 발표안하는데 청솔이라고 있었습니다.
와 표본분석은 어떻게 하신거죠 존경스러운데요
말이 좋아 분석이지 하나씩 세본거죠
3년 입시의 마지막을 정시에서 연고대 또는 성대 한양대 공대를 골라가는 장면으로 마무리하고 싶었는데 인생 참 생각대로 되지 않네요...ㅎ 저는 엔젤스님 23일 정시 대면 결제했다가 수시 합격으로 환불 받은 학생이에요! 논술 6장 중 제일 낮은 곳을 붙었지만 그래도 일단은 여기서 끝난 걸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뭔가 여기서 고민하고 계신 분들을 보니 여러분들이 부럽네요.. 하나같이 잘 보신 분들이라..
수시로 가는게 제일 맘편합니다. 축하드립니다.
누백은 어디서 알수있는거에요?
오르비에서도 알 수 있고, ㄱㅅㅅㅈ 계산기도 있고 알려면 금방알수있습니다.
ㄱㅅㅅㅈ이나 '그 사' 등 누백이 차이를 보이는데 어느 수치를 봐야할까요?
뭘 보든 상관없는데 작년 입결이랑 비교하려면 작년 입결의 기준이 된 누백을 봐야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는 상위권에선 fait이 제일 정확한것같습니다.
아그런가요? 오히려 fait이 저 두곳보다 1퍼가까이 후해서 의심하던 자료였는데 다시 검토해봐야겠네요.. 감사합니다
....
역배팅 갑니다...
덮어놓고역배쓰면 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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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치만... 핵빵이 아니면 어차피...그치만... 덮어놓고 쓰면 대학은돌아봐주지않습니다
이분혹시에에에전에 비행기표싸게끊는법글올렷던분이신가
가물가물
아닐껄요
엔젤스 컨설팅은 그럼 표본분석을 성적대에 맞게진행해주고 그에 따른 전략을 짜주는건가요?
그렇죠
페이트를 실지원 군만 사면 될까요? 아니면 할인많아 가격차이 크지않으니 혹시 모를 스나를 대비해서 전체를 사야할까요? 며칠째 고민중이에요. 컨설팅은 신청했구요.
다른 상품구매여부에 대해 저희가말씀드리는것우 부적절한것같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두루뭉술하게 생각했던 부분이 정리 되네요 감사해요
다른 학교로 이탈할 확률이 거의 제로인, 서울대 문과만 노릴때는 어떤 전략이 필요한가요. 그냥 다 표본을 다 세고 어디로 이동하는 지 파악하면 되나요
서울대문과는 세는거별로의미없습니다. 그래서 제일단순하면서도 어렵습니다. 수시이탈률고려해서 전국등수추정하고 표본현황이랑 대입해서 안넣어보고 원서쓰는애들이몇명인지 파악하는게 핵심입니다. 이건수시이탈률이랑 전국등수추정하는historical data가있어야됩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표본을 세신다는게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는건가요?
구체적인것은 업무사항이라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 기본은 내위에있는애중에 이학과에남을애가얼마인지 세는겁니다. 안남는 경우는 타군상위학교합격 허위표본 실지원시 빠질인원 등이 있겠네요
감사합니다
속시원히 답변못드려 죄송합니다.
표본 세는거 언제부터하는게 좋을까요?
크리스마스?
표본세는 학과 정할때 칸수가 의미가 있을까요? 어차피 0~3칸이라 다 불합격뜨긴 하는데..
그건본인이가고싶은과중에 가능성이있는과를 골라야하는거니 칸수도참고는해야겠죠
감사합니다!
그 회사가 짜게 잡으면 입결이 내려갈 확률이 높아지나요? 오히려 학생들이 겁을 먹고 내려써서 입결이 올라가는 게 아니라요? 입시 쌩초보라..ㅠㅠ
그학생들은 어딘가에서 내려오니까 내려오는 출발점인 학과는 빵꾸가 나고 거기가 추합이 돌면 연쇄적으로 그 다음 라인이 빵꾸가 나죠. 일부 폭이 나도 대부분 빵이납니다.
그렇군요.. 답변 감사합니다.
연대의 희망하는 학과가 점수대가 낮은 편에 속하는 과입니다. 현재 '그곳'과 GS상으로 널널하게 최초합이 나와서 표본분석을 하지 않을 생각이었는데, 저보다 높은 점수대가 낮춰 쓰는 바람에 제가 불합할 가능성도 생각해야 하는건가요?
네! 근데 갑자기 넘어오는건 분석해도 잡아낼수없습니다.
컨설팅 대기 관련 여쭤봐도 되나요?
쪽지주세요
보냈어용
확인한번더부탁드립니다
실제 여기를 쓸까.. 제가 정외랑 행정 마지막 등수 표본들을 보며 했던 생각이네요. 결국 저 또한 포기하고 학교를 지켰지만.
그런데 진짜 정상입결로는 절대 안뚫리는 점수로(2027연세대심리) 스나이핑을하는 것은 이것과 얘기가다른거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