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dio GuGu [804497] · MS 2018 · 쪽지

2018-12-15 15:5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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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균 논쟁에 대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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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균 논쟁은 1학년 때부터.. 더 이전에는 본인이 중 고등학교 때부터 발생했음. 고3 때인가? 울릉도에서 처음으로 서울대생을 배출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었음. 근데 그 사람의 수능성적이 재수를 하게된 나보다 낮은 걸 보고 분노했음. 지금 돌이켜 보면 분노를 하게 된 원인은 크게 두 개의 팩트가 묘하게 겹쳐서 내 말초신경을 자극했기 때문이었던 것 같음


1. 그 사람이 서울대에 갔다


2. 근데 나보다 수능을 못보았다.



'공부를 잘하는 사람이 좋은 대학에 가야한다' 라는 명제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많지 않을거라 생각함.그렇다면 어떤 것이 공부를 잘하고 좋은 대학이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이 제기되는데, 20여년 전만해도 '수능점수'라는 것이 매우 편하게 이 두 문제를 해결해 주었음. 수능점수가 공부를 잘하는 능력을 변별해 주었고, 대학에서는 그 점수가 높은 사람들을 유치하는 게 그 대학의 수준과 직결되었음. 


 우사인볼트나 마이클 펠프스가 최고의 육상선수, 최고의 수영선수라는 데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은 거의 없음. 왜? '정해진 지점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기준으로 선수들을 줄을 세웠고 그 중에서 1등을 한 사람들이기 때문임. 이 시간은 '계량적'인 초단위 시간으로 평가되고 정확하게 측정되기 때문에 누구나 다 납득할 수 있음.  과거 정시 100%일 때는 학력고사 점수, 수능점수가 이러한 기준의 역할을 했음. 수능점수로 인해 대학이 쫘아악 서열화 되다 보니까 어떤 사람이 xx 학교에 다닌다고 하면 그 학교에 걸맞는 대학수학능력을 가졌겠다고 추정이 되었음. 또한 헬조선에서 좋은 대학에 다닌다는 것은 그만큼 지적능력과 지혜로움을 겸비한 사람으로 추정되기 때문에, 수능점수는 단순히 대학에서 수학할 수 있는 능력을 넘어서 개인의 지적 자산이 문서화되는 것이었음.


 21세기에 접어들면서 수능점수라는 단일적인 기준을 깨뜨리려는 시도가 발생했음. 참여정부 초기 때는 영어만으로 서울대에 입학하는 전형이 생겨났고, 이 때즘 정운찬 총장에 의해서 내신으로 수학능력을 평가하는 지역균형 전형도 생겨났음. 또한 비교과를 중심으로 하는 특기자 전형도 생겨났고.. 한마디로 대학과 정부가 공모해서 '공부를 잘한다'는 기준을 수능이라는 단일한 기준에서 내신, 비교과, 외국어 능력 등으로 다변화시켰음.  우사인볼트나 마이클 펠프스가 각 종목에서 1인자이지만, 축구에서 1인자는 누구일까? 호날두vs메좆, 박지성vs손흥민 에서 누구가 최고의 축구선수인지는 득점력, 팀웍, 시야, 체력 등등 다양한 기준에 의해서 평가되기 때문에 명확하게 서열화가 불가능하게 됨. 예시와 같은 다변화된 기준은 수능점수로 서열화되어있던 대학구조와 필연적으로 모순이 생길 수 밖에 없었음.


 동일과 기준으로 어떤 사람이 서울대에 다니고 어떤 사람이 연세대에 다닌다고 했을 때 예전에는 전자가 후자보다 공부를 잘할 거라고 '기대되었음'. 수능이라는 점수가 전자가 후자보다 높을 것으로 추정되기 떄문임. 그런데 '영어 특기자로 서울대에 온 사람과 수능으로 연세대에 온사람. 동일과 기준으로 누가 더 공부를 잘할까?'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발생하게됨. '지역균형으로 최저 2등급 겨우 맞추어서 서울대에 온사람과 특목고에서 전교권하다가 아깝게 서울대에 떨어져서 연세대에 온사람은 누가 더 공부를 잘할까?' 이런 예시들은 수도 없이 많이 만들어 낼 수가 있음. 예전에는 하나의 기준으로 입학하는 학생들의 수준은 비교하기 쉬웠지만 기준이 다변화되면서 대학교 간 학생들의 비교가능성이 줄어들게 된 것임. 


 기준의 다변화는 카스트 제도처럼 서열화된 대학의 위상을 흔들어 놓았음. 개인적인 경험상 지균이나 현 수시제도에 가장 크게 혐오하는 집단은 스누라이프에 상주하는 고학번 출신 졸업생들이었음. 하나의 기준으로 서열화된 대학의 최상부에 진입한 경험과 그로 인한 자부심은 비교가능성이 떨어진 학생들에 대한 멸시로 표출되었음. 새로 들어온 후배들이 자신들이 나온 대학의 위상을 허물어 놓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임. 두번째로 수시제도를 싫어하는 집단은 n수생 집단, 그 중에서 상위 학교 정시 입시에 실패한 집단이었음. 수시제도가 존재하지 않았다면 자신들은 상위 학교로 진입할 수 있었을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임. 또한 이들은 자신보다 낮은 수능 점수로 상위 대학에 간 사람들을 인정하지 않는 경향이 강함.. 또한 대다수 인터넷 여론 조차도 30대 이상은 대부분이 정시 세대이기 때문에 단일한 기준에 의해 평가되는 수능에 대한 애착이 강함. 


ㄷㅓ 쓰고싶은데 배아파서 똥싸러 가야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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