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sqpdlffld [823762] · MS 2018 · 쪽지

2018-11-30 23:16:14
조회수 1,230

어린 소녀와 소년에게 바치는 글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19568111

- 약간 제가 쓰고싶어서 쓰는거라서 어디 안 퍼가셧으면 좋겠어요

- 오글거릴 수 있습니다

- 재밌게 읽어주세요.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너는 너무 냉소적이야. 날 볼때 사랑이 안느껴져.. 감정기복도 없어 너는...??? 헤어져!"


몇달전, 연애하다가 그 사람에게 마지막으로 들은 이야기 이다.


"맞아, 나는 사실 마음속에 남긴 사람이 있어.. 미안해" 라고 말해야 했나? 라는 생각이 가끔 들곤 했다


언제까지 이럴지 모르겠다. 나는 아직 너를 잊지 못한거 같다.




우리의 만남은 참 신기하게 시작되었다.


나는 너가 다니던 학원에서 6년간 먼저 다녔고, 고3이 지난 후 20살에 내가 학원에 강사로 가게 되었다.


그때 널 처음봤다. 


너를 본 순간 바람이 날리고, 주위에서 빛이나는 그런 로맨틱한 이야기를 하려는건 아니다.


너는 내 스타일이 아니였거든. 나는 널 보고 그냥 흔한 귀여운 아이라 생각했지.


내가 너를 직접 맡게 된건 아니지만.. 그냥 너가 눈에 한두번 스쳐 지나간게 이런 인연이였나 싶어.


그 뒤로 난 재수를 하기 위해 학원을 다시 나오고, 또 11월 말에 다시 학원에 들어가게 됐지.


글쎄.. 너도 날 알아볼줄은 몰랐지만, 내가 맡게 된 반에 너가 있는건 확실히 알겠더라 난.









말 잘하고, 잘 웃고 우리는 그렇게 친해지게 되었지.


하루 너만 강의실에 있는 날이였나? 그날 우리가 처음으로 연얘인 얘기, 게임얘기 말고 진로 상담을 했었는데


그때 너가 나에게 과외를 받고 싶다고 한 순간. 


뭔가 영화를 보거나 혹은 뭐.. 난 과외강사니까 영어 빈칸 자리라 치면


그 순간이 핵심이 아닌가 싶어. 


학원에 심심한 인사를 보내고 너와 난 학원에서 독립하게 됐지.














어린 날에 난, 굉장히 거칠게 컷고 사고도 많이 쳐서 그런가


타인의 생각이 굉장히 잘 보이고 눈치가 빠른 편이였는데


너가 날 무서워 하는거 같았어.


나는 눈매도 날카롭고 말도 굉장히 직설적이니까. 너가 그렇게 말했듯이.


언제 과외하다가 배고파서 같이 밥을 먹는데 너가 그랬지

"쌤은 뭔가 상처가 많은 사람인거 같아요" 라고 


난 그말에 좀 놀랐거든 


일단 나를 그렇게 본 사람이 거의 없었고, 겁없이 나한테 그런말을 건낸 사람도 없었거든 


그날 이야기를 서로 하면서 우린 서로를 알게됐지.


신기하더라 우리. 너무 살아온 환경이 비슷하고, 상처도 많고 그랬다.












우리는 참 특이한 인연이였어


뭐 많은 연인이나, 썸타는 사람들이 흔하게 하는 착각이지 '우리는 특별한 사람이야' 라고.


나쁘다는게 아니고 다들 그렇다는 거지만 그래도 우린 특별했어


우리는 공/차가 정말 특이한 구조였자나? 기억나니??


사람이란게 이렇게 다양하면서 획일적인지.. 그때 느꼇지.


너와 나 모두 사랑을 많이 받지 못하고 자랐지. 가정내에서.


재밌게도 그에 대한 대응으로 너와 난 달랐잖아.


나는 세상 모두를 의심하고 적대적으로 보고 냉소적으로

너는 세상 모두를 사랑하고 따뜻하게 보고 언제나 웃는 얼굴로


난 언제나 발라드

넌 언제나 댄스


난 언제나 직설적이고, 확실하고, 강하게.

넌 언제나 돌려말하고, 소심하고, 약한척.


깊은 이야기를 나누고 나니, 너가 달라보이더라.


난 그냥 프로의식 있는 선생님이였는데, 그냥 뭔가 의지하게 됐어.


나쁜건 아니잖아. 너도 그랬고 


그때부터 우린 서로가 서로의 세상이 되기 시작했지.












그래. 그렇게 우리 마음이 좀 통한다는걸 알고 우리 대학에도 놀러갔었지.


지금은 과거 다니던 내 대학이지만 멀리 1시간 반동안 지하철 타고 가면서 재잘재잘


애들은 애들이더라.. 나도 수다하면 안지는데 나의 적수가 된 사람이니 넌 ㅋㅋ


아! 말나온 김에 우리 얘기 하는게 참 재밌었지.


뭐 주제 안가리고 아무 얘기나 했자나 우리 ㅋㅋ 서로 하는 게임 소개하기 

집안얘기, 연얘인얘기, 뭐 서로 친구가 이랬다 저랬다, 여고생이랑 정치얘기라니 어후 ㅋㅋㅋ


내생각에 너랑 나랑 1:100 같은 코너 나갔으면 1등했을꺼야 서로 잡지식이 너무 많으니 얘기가 끊어지질 않지.


아무튼 우리 놀러 가면서 수다도 떨고 맛있는거도 먹고.. 


대학 캠퍼스 소개하는데 너가 그랬지 불쑥.


내년에 여기 와서 같이 통학하자고 자기랑. 


나. 매일 일기쓰는거 알지? 아직도 매일매일 쓰고있어 엄청 아픈날 빼면.


19살부터 썻는데 저날 일기 엄청 길게썻다? 진짜? 원래 5줄정도 쓰는데 너 얘기로만 1장 가까이 썻어













우리하면 빼놓을 수 없는게 노래실력 아니겠어??


이거도 우리 공/차 잖아? 


나는 축제때마다 무대에 선 발라더이자 밴드 보컬이고


넌 ... ㅋㅋ 음치잖아 ㅋㅋㅋㅋ 지금은 노래 잘해졌어???? 아닐거같아 ㅎㅎ


근데 노래방은 왜이리 좋아하는지.. 어휴 


과외날 노래방 가자고 하면 내가 진짜 정색하고 혼내고.. 주말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 노래방가서


노래 부르는게 그 시절 나에겐.. 아니지 지금도 뭐 느낄 수 없는 즐거움이야.


너 못보게 된 이후로 그남잔말야 부른적이 없다. 그냥.. 뭔가 못부르겠더라.


marry me 도 그래. 이거 녹음한거 있는데 아직도 가끔 내가 부른거 랜덤재생해서 듣다가 나와.


같이 다시 부르고 싶다. 니 목소리가 그리워. 

















즐거운 시절이였어. 우리는


우리는 정말 완벽했거든 그때.


제자로서 너는 정말 대단했지. 아, 내가 잘 가르치는거 같아 솔직히.


인수분해도 못하던게 삼차함수 개형을 여러개 그리면서 미적분 킬러를 푸는걸 보면서


또 너 국어도 잘했자나 나처럼. 


영어는 또 나처럼 못했고.. 


6평을 너랑 나랑 둘다 현장에서 치고 와서 너가 나보다 국어 한문제 더 맞았다고 나를 얼마나 놀리던지.. 


그때 솔직히 나 다 맞았었는데.. 넌 죽을때까지 모를걸? ㅎㅎ
















고전소설을 내가 가르칠때 뭐라 그랬지?


무조건 위기상황을 정리하고 어떻게 풀어나가는지 보자 그랬자나?


근데 너랑 나 둘다 이해를 제대로 못했나봐. 우리는 그 때 위기를 잘 풀지 못했자나??


어느날 너랑 치킨먹고 있었나? 너가 나한테 그랬지


"쌤, 나 고백받았어요. 근데 쌤때메 거절했어요." 


나는 눈치가 빠른편이잖아. 왜?? 이런 대답은 너무 바보같았고


"음..잘했어" 라고 대답했지. 


뭘까.. 그냥 그때 우리가 무슨 상황인지 알게 된걸까?? 


우리는 그때 뭐였을까?? 


연인이였나? 아니면 친한 제자과 선생님??? 아니면...?
















우리는 아주 여렸어. 그때. 이건 확실해


나도 뭔가 잘 모르겠었는데, 사춘기가 늦게 찾아온 넌 어땠을까?


어린 나이의 소녀가 - 마음도 참 여렸지 너는 - 어른인 척 하는 소년과 만들던 이야기는 


결국 동화같은 이야기 아니였을까?


난 너에게 사랑한다고 말한적이 없어. 너도 그랬나?


난 너에게 좋은 선생님으로 남고 싶었거든.


물론 그냥 쌤으로 평생 남아야지! 이런 순수한 생각은 아니였어. 적어도 너가 학생이고, 난 고3 학생의 선생님이니


수능 전까지는 아무 일 없기를 바랐지. 


난 겉으로는 정말 어른같고, 너가 가진 세상 모든 고민을 해결할 수 있었지만


나도 알았거든. 내가 무슨 생각과 마음인지.


소개팅도 다 거절하고, 학과에 날 좋아하는 누나가 있었는데 관심도 안가더라.


결국 내 안의 문제는 해결이 안되는거지. 사람 감정이란게 그런거인가? 그때 처음 알았지.

















내가 친구들과 오랜만에 술을 마시러 갈때, 너한테 전화가 왔었지.


술 많이 마시지말고 조심히 들어가라고. 


너가 학교에서 조퇴하고 병원에 가야할 때, 


난 학교에 가지않고 너랑 병원에 갔다가 하루종일 카페에서 수다떨었지.


주위에서 말하는 너와 난 커플이자, 결혼 어쩌고 농담 할 사이가 되어있었는데


우리는 서로 선을 지키며, 의식적으로 그랬지. 그래.























"사랑해요 쌤" 


아니 암묵적 합의 아니였어?? 우리??


내가 바보처럼 몰라서 안사랑한다고 한게 아닌걸 알면서 너가 이런다고? 나를 제일 잘 알던 너가??


아니 식당에서 커플이세요? 할때도 아니라고 손사래 친건 너잖아! 그때 좀 서운했는데..


..


그날도 평소처럼 너의 집앞에 걷다가 너가 뱉은말이지. 


난 어땠냐고? 너도 알잖아 내가 너 사랑하는거. 아니 했던건가?


난 아직도 말을 잘해. 과외생도 너 이후로 10명이나 더 있었고 매달 부모님들이랑 상담할 때 막히지 않고 술술 잘말해


마지막 아닐까? 내가 누군가 앞에서 아무 말 없이 그냥 얼어버리고 말문이 막힌 그런거는?


어떤 행동, 말이 그 순간 좋았을까? 


내가 한 행동은 어땠어? 괜찮았니? 대답으로 느꼈으려나?


7개월간의 우리 관계에서 처음있는 스킨십이였지. 더운 여름밤에.. 너의 집 밑에 가로등에서 느낀 너는 아름답더라.


단순한 포옹 이후 집에 뛰어 들어간 너는 정말 영화에 한 장면 같았다. 


나도 누군가에게 이 글로 영화의 한장면인건 아닐까? 싶네 ㅎㅎ























우리는 현명했기에. 그 이후로 과외를 지속하진 않았다.


그렇다고 커플일 순 없었다. 수능이 많이 남은 시기는 아니였고, 한적한 시기는 아니니까.


그렇다고 이별할 순 없었다. 우린 서로에게 전부였으니까. 




















"쌤은 나랑 사귀면 어떨거 같아요?"

"내 이상형은 노래잘하는 사람이라서 넌 별로야"


"쌤 나는, 가끔 소원이있어요.. 2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쌤이 죽어버리는 거에요"


"왜?"


"그냥 .. 나에대해 너무 큰 사람이라 가끔 무섭기도 해요"


"그럼 두번째는 뭐야?"


"그건 .. 세상사람이 다 사라지고 우리 둘만 남는거. 나를 아는 사람은 쌤뿐이니까."


"좀 무서워"


"농담이에요 진짜~ 근데 가끔 꿈에는 나와요"



물론 농담이 아니라는거 정도는 알았다. 뭐 진짜 죽어! 이런건 아니였고..


서로에게 우리는 너무 큰 사람이였고, 우리만 이해할 수 있는 관계라는건 


다시말하면 남들에게 좋지 않고, 구설수에 오르기 좋은 이야기, 

즉 남들이 이야기하면서 흥미롭고, 또 각색되기도 쉽고, 또 ..인정받을 수 있는 이야기는 아니라는 뜻이다.



우린 너무 어렸고, 주위에 신경쓸 것들이 너무 많았다.

























어머님에게 전화를 받았다.


알고 있는,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말이였다. 


그때쯤 그 아이는 이런 스트레스에 너무 힘들어했다. 현실에 도전하기에 그 아이는 너무 어렸고, 지쳐있었다.


우리는 그때, 사진 수백장과 서로를 위한 편지를 남기고 또, 그냥 같이 부른 노래파일 몇개도 남기고..
























술먹고 20살이 된 아이한테 전화가 온적이있다.


진짜 쌍욕을 섞어가면서 나에게 뭐라뭐라 하던데.


쌤일때 내가 제자들을 혼내고 보낸 장문의 카톡처럼, 아이에게도 편지를 썻다.


다시 본 너는 정말 아름답더라. 어린 소녀에서 음.. 아니야 너 어린 소녀야 그냥 아직도 


이만 줄일게. 이 이상은 쓰면 안될거 같아. 


너가 써준 편지 다시 읽느라 오늘 밤 새야겠다. 



아직도 너가 좋아하던 노래, 너가 좋아하던 연예인들을 보면 머리속에 너가 너무 선명하게 생각난다.


난 이기적이라 그 뒤로 날 좋아한다는 사람을 여러번 만나고 그때마다 상처를 준거같다.




가을이 지나고, 겨울을 부르는 바람이 오면. 늘 니가 생각나.


넌 나에게 어떤 사람일까. 


첫사랑도 마지막 사랑도 아닌 사람인데.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 약간의 각색이 있습니다 과한 셀털을 막으려고.

- 재밌네요. 제 이야기 제가 읽어도 ㅎㅎ





0 XDK (+0)

  1.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