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 정치 [762906] · MS 2017 (수정됨) · 쪽지

2018-11-30 21: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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옯문학) 디지털 대치동에 어서오세요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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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생성 


모든 문명이나 문화는 근원을 설명함에 있어 많은 공을 들인다.

비단 정통성이나 정당성을 넘어서, ‘근본‘이 사회에서 가지는 역할은 단순한 역사 나부랭이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겉보기에 이해할 수 없는 ’행위’도 ’근본’이 부여되면 ‘관습‘이란 탈을 쓰고 정당화되는 것이, 얼핏 슬프게도,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럼 PDF의 근본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하물며 장편소설 성경에도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셨다고 하는데,

PDF의 창조자는 누구인 걸까? 

일단 필자는 분명히 아니다.




유명 모의(더프, 이투스월례)같은 경우는 아예 PDF로 판다(중국 동물 판다 아님).

그러나 오르비언 여러분들의 구미가 당길만한 제품들, 즉, 이감, 서바이벌, 간쓸개, 기타 현강 자료들은 대체로 오프라인 자료를 디지털화 하는 과정에서 생성된다.

이 말인즉슨, 여러분들이 마우스로 스크롤하면서 보는 페이지 하나하나는

누군가가 직접 복합기 앞에 서서 페이지를 넘겨가며 스캔을 했단 뜻이다.


놀랍게도, 여기서부터 개인의 기량 차이가 나타난다. 


여기까지 여러분이 읽었다면, 얼핏 의문이 들 것이다.

 ‘아니, 불법복제 나부랭이 새끼들이 뭔 개같은 소리를 하는 게냐?’ 

하지만 여러분, 필자를 믿어라. 정말로 기량의 차이는 존재한다. 


그럼 과연 무슨 기량일까?





파일의 퀄리티는 복합기의 사용 능력과 비례하고, 이는 '물건의 크기'에 비례한다.

일단 여러분들 것은 아니다.


스캐너에 읽히는 물건들은 크게 3개의 종류가 있다. 

첫째: 8절지 모의고사, 둘째: A4 떡제본, 셋째: A3 중철.


모의고사 스캔 시 제일 멍청한 새끼는 높은 dpi로 컬러 스캔을 뜨는 새끼다.

이건 시간도 오래 걸릴 뿐만 아니라 파일 크기도 커지기 때문에 추후 편집에도 골치가 아프다.

가장 표준 방식은 300dpi, A3, 흑백 스캔이다.

이는 모의고사 시험지를 가장 온전하고 빠르게 스캔 뜰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이다.

하지만 여전히 A3는 8절지보다 크기 때문에 스캔 후 파일을 열면 여백이 생긴다. 

이렇게 말이다.


이는 추후 PDF 편집 프로그램을 통해 제단할 수 있는데, briss라는 프로그램이 자주 이용된다.

선택된 영역만 살리고 나머지는 짜르는 것이다.


여기까지 하면 원본과 상당히 유사해진다.


마지막으로 원본과의 유사도를 극단으로 올리는 과정의 연속이다.

페이지 회전을 하고, 삭제 기능을 이용하여 잡티를 제거한다.

PDF 제작에 장인 정신이 있다면 표지 다음 페이지에 빈 페이지를 추가하여 인쇄 시 원본과 같은 정교함을 구현할 수도 있을 것이다.

요렇게 말이다.


A4 떡제본은 대체로 페이지수가 많은 간쓸개나 강민철 자료들이 해당된다.

이들의 무지막지한 두께 때문에 많은 인쇄소에서는 분철 제본을 해준다.

그리고 이곳에서 많은 자료들이 새로운 형태로 재탄생한다.

마치 에너지 보존 법칙처럼.


대체로 제본을 맡기면 하루 정도 시간이 걸린다.

이때 인쇄소에서는 기계 스캔을 돌린다.

저 파란 원 안에 제본당한 간쓸개를 올려놓고 버튼 하나만 누르면 여러분의 간쓸개는 디지털화되어 복합기에 공유된 ‘scan’ 폴더에 저장된다.

PDF 판매 오픈챗에서 유독 특정 강사의 현강 자료들이 많아보인다 싶거나, 페이지수가 많은 파일들이 상당수 리스트에 있다 싶으면,

‘아, 이새끼는 복사집 주인이구나’

하는 킹리적 갓심이 드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A3 중철로 제본되는 현강 자료들은 페이지 하나가 A4 사이즈이다.

이는 PDF 제작에 있어 개인의 실력차를 보여주는 요소로 작용한다.

초보는 페이지를 하나하나 스캔 테이블에 눌러가며 스캔한다.

50페이지면 스캔 버튼을 50번을 누른다는 소리다.

고수는 불필요한 노동을 최소로 한다.

스캔 옵션에 들어가면 ‘한 페이지를 두 페이지로 분할 스캔’ 기능이 있다.

이는 버튼 한 번으로 두 페이지를 스캔 뜰 수 있는, 기존 대비 두 배의 효율을 보여주는 끝판왕이다. 

 

저 노란 원 안의 버튼이 변별력이다.







물론 위에 서술한 절차들은 어디까지나 개인의 만족이고 재량이다.

실제로 매물로 돌아당기는 PDF들은 저렇게 정교한 수정 없어도 된다.

페이지 수만 온전해도 감사할 정도로, PDF 시장은 더럽고 추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가가 예술미의 달성을 위해 일반인의 눈에는 사소한 요소들도 신경쓰듯이,

제작자 역시도 원본의 정교한 구현이라는 극치를 달성하기 위해 오늘도 복합기와의 혼연일체를 통해 또 다른 예술을 발현한다.









다음 회차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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