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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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해 온 세월만큼, 가치 또한 많이 바뀌지 않았을까.
잔뜩 기대하는 마음으로 나 자신을 들여다 보곤 한다.
그러다 떠오른 한 말.
“어... 김 군은 한국 사회에는 조금 안 맞는 사람인 것 같네?
차라리, 미국 사회에 태어났으면 좋았을 것을....”
씨발. 그 때 그 말을 들었던 내 자신의 감정과 정신상황을
표현하라면, 저 단어만큼 어울릴 것도 없었다.
충동적이었으되, 참았어야 했고, 참아야 했으되, 충동적이었다.
나는 아무래도 타인들과 같아질 수는 없다고 생각하고는,
그 자리를 겸연쩍게 피하지 않으면 안되었으리라.
사회부적응자인가 했다.
온통 주위사람들이 내게 던진 얘기는,
내가 듣고 싶어했던 보편적이고 상투적인 얘기와는
방향이 다른 얘기었으니 말이다.
보편적으로 살기 위해 노력할 수 밖에 없는 인생이었다.
나는 왜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거쳐 오며 ‘왕따’라는 타이틀을
벗을 수 없던 것일까. 아마도, 보편적이고 상투적인 모습보다는
특수적이고 괴랄한 모습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고
생각했고, 그를 고치기 위해 발악했던 적이 많았으니.
허나, 본성은 끝내 지지 않았다.
마지막까지도, 아니, 그 순간 그 말을 들을 때까지,
본성의 데메테르는, 이성의 씨앗들을 수확하는 것을 허락지
않았던 것.
결국 본성이 이끄는 삶을 살겠다고
무의식적으로 다짐했다.
그를 실행하기 위해, 학교라는 체계를 거부했던 것일 게다.
더 나아가 졸업장을 거부했던 것일 게다.
내가 조금 특별할 수도 있다 생각하게 되는 부분을
철저히 억압했던 공간으로 내게 다가왔던 터라,
끝내 그들과 본능적으로 동조할 수 없었던 것.
이내 말을 잃어버렸다.
과분하고도 무모한 선택을 했던 이유에서 일까.
교사들은 나를 보기를, 벌레보듯 했다.
무언가를 얘기할 수는 없어도, 얘기하지는 않아도,
그 사람의 감정을 알 수 있는 듯한 눈표정.
그 비스무리한 것이 내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알겠습니다.’
‘조금도 섭섭하지는 않습니다.’
사실 정말 섭섭했던 것은, 내게 오는 아픈 운석이 아니라,
내가 들어보지 못한 작은 돌덩어리였다.
-김 군은, 왜 이 곳을 거부하나? 무언가 불편한 부분이 있나?
끝내 듣지는 못했다. 아니 그것을 굳이 얘기할 필요는
없었겠지. 벌레였으니까. 아, 이미 벌레였으니까가 맞는
표현이라고 해야하나.
그렇게 졸업을 했다.
졸업장이 없이. 졸업 사진없이.
그저 그네들에게는, 언젠가 지워지고야 말 사람으로
남을 수 있다는 것에 무한한 영광을 보내고 싶었다.
나도 모르게 느낀 해방감의 크기.
그것이 나로 하여금 재수 생활에 더 집중하도록
만들었을 게다.
재수 생활을 하면서, 그네들로부터 받은
트라우마를 조금이라도 더 객관화 시키기 위해서,
내가 가진 본능과 본성을 조금 더 자극시키려고 노력했다.
나는 분명, 조금 다른 사람이리란 것.
우열에서의 다름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존재론에서의 다름을 의미하는 것.
내가 가지고 있는, 가질 수 밖에 없는
그들을 억압하려들기 보다는 감싸 안으려 노력했다.
그리하면, 트라우마가 조금은 없어지리라 믿었기 때문이리라.
그렇게, 종강이 다가왔다.
비참하거나 비대한 성적을 얻겠지만,
내가 키워 온 본능과 본성에 대해서 나름의 자부심을
가졌기에, 아쉬움과 함께 ‘변태적인 뿌듯함’을 가질 수 있었다.
-김 군, 잠깐 수업 끝나고 나 좀 봐.
그 트라우마가 다가왔다. 이 얘기는
내가 그네들에게 제일 듣고 싶었던 말인데,
왜 하필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이 얘기를.
손떨림을 바로하고 자리에 앉아
그가 얘기하는 것을 들을 준비를 했다.
-음... 김 군은 이대로만 하면 될 것 같아....
씨발. 이 얘기를 이제 듣는구나.
그토록 듣고 싶었던 얘기를, 들을 수 없다면
부끄러운 나라도 과거의 내게 해야하는 얘기를.
-....자네는, 한 번 가졌던 뜨거움을 그대로 가져가는
멋있는 사람이야. 그게 남들과는 조금 다른 부분이지.
처음이었다. 그 본능을 좇은 벌레와도 같은, 나 자신의
존재를 긍정하는 어투가.
-자네를 보면서 많이 부끄러웠고 자랑스러웠어.
순간 끌어당기는 듯한 느낌이었다.
손떨림과 땀은 가라앉고, 마음은 편안해졌다.
’김 선생, 김 선생, 김 선생, 김 선생....’
그렇게 수업을 마치고 그 세 글자를
머리속에서 되뇌이었다. 내가 이긴 것 같아서 였다.
그와 함께 완벽히 트라우마를 털어내고 싶어서 였다.
숨겨진 가치.
나는 지금 어디메로 와 있을까.
본능이 지배해온 삶일까. 이성을 짓밟아온 삶일까.
답은 모르겠다. 다만, 둘 다 모두 나란 사람을 담고있는 게다.
언젠가는 졸업장을 가져와야 겠다는 생각이 드는 날이다.
갑자기 벽장에 놓인 4년치의 플래너가 맘에 들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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