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음을 기다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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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을 왜 무서워 하는 것일까.
대체 ‘이경’은, 왜 어둠을 혐오하는 것일까.
아, 전쟁이구나.
어둠은 전쟁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던
한 소녀의 트라우마와도 같은 게다.
정확히는, 박완서 자기 자신의 트라우마인 것.
그 누구도, 자기 자신의 트라우마를 완벽하고도
면밀하게 이겨낼 수는 없는 일일 게다.
‘이경’ 뿐만 아니라 박완서도, 여기 서 있는 나 자신도,
그네들이 만든 ‘판옵티콘’의 죄수들인 것.
언제 어디서든, 시도 때도 없이, 우리는 그들이 아직도
우리네의 내면 속에 존재하고 있음을 알지 않으면 안 된다.
치유를 하고 싶어도, 그 때 당시의 그 쓰라린
충격 비슷한 자극을 떠올리면 곧 죽을듯이
몸부림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젠가는 이 아픔이 사라지기를,
구걸하듯 빌어본 적이 많은 것은, 아직 그것에 저항할
힘이 남아있다는 의미일 게다.
그렇게, 나는 나의 어둠과 수 없이 많은 전쟁을 해왔고,
매 순간을 그를 억누르려 내 딴에는 치열하게 발악해왔던 것.
없애고 싶었던 과거의 결말들과
지워내고 싶었던 말의 상처, 그리고 남겨진 흉터.
그와 직시하는 것 자체가 내게는 저항이었고, 전투였던 것.
내게도, ‘옥희도’와 같은 사람이 나타날 수 있을까.
같이 거닐기만 해도, 잠깐이나마 ‘판옵티콘’에서 가석방될 수
있는 시간을 만들 수 있는 이가 나타날 수 있을까.
상흔을 위한 상흔.
간절하게 기다리는 한 사람이 이 곳에 있다.
그를 생각하며 책을 다시 읽는다.
아, 내 자기 자신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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