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 앞으로의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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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고백
권태와 불안이 묘하게 조화되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재수 생활에서 누릴 수 없던 음식들, 시간들, 활동들을 하며
힘들게 달려온 나 자신을 쓰다듬는 한편, 입시의 종결을 위해
여러 통계 자료 혹은 표본 자료를 살펴 보며 ‘대학’ 갈 준비를
하고 있는 것.
일전에 그런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나는 이제 자유의 팻말 앞에 서 있다.’
진리를 좇으며, 내가 가진 역량을 내가 직접 키우는 것을
‘자유’라고 생각하고 있고, 그 ‘자유’로 인해 나는 더
나 다워지리란 확신을 담아낸 글.
한 가지 변수가 생긴 것 같습니다.
‘자유’에 가까워지고 있는 지금, 나는 꽤 무서워졌다는 것.
재수 생활 때에, 내가 그려놓은 잠깐의 청사진.
그 안에는 수학과 문학을 탐구하며 새벽 밤을 알차게
새는 한 청년이 있었습니다.
남들이 흔히 얘기하는 ‘취업’ 혹은 ‘취직’에 구애 받지 않으며
학문이 주는 그 짜릿함을 온 몸으로 느끼는 한 청년이
있었습니다.
헌데, 그를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조금 무섭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잘 가지 않는 길이라는 것.
항간에, 이런 나를 두고, ‘개똥 철학’ , ‘이상주의자’라는
얘기를 하고 있는 것.
그것이 무섭습니다.
그 무서운 것 때문에 그 간 나는
철저하게 내 자신을 숨기려 들었던 것.
누구한테도 얘기하지 않고, 남들과 다르지
않게 행동하기 위해, 이 사안에 대해선 침묵을 유지했고,
관심 없는 척 했다는 것.
그런 나날들을 보내오며, 내가 그려두었던 그 청년의
모습이 조금씩 희미해져감을 느꼈습니다.
그렇게, 그의 색을 점차 잃어가려던 찰나,
내 머릿속을 가차없이 두드렸던 순간이 기억났습니다.
어떤 이와 나누었던 짧지만 강렬했던 대화.
종강하면서 내게 해줬던 말이 있었습니다.
-만나서 영광이었다.
-당신은, 처음에 가졌던 뜨거움을 온전히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다. 그를 보며 자랑스럽기도 하였고,
부끄럽기도 했다. 앞으로, 당신의, 당신만의 ‘에어리어’를
구사하기를 진심으로 기도한다.
그 소망을 떠올리며, 다시 일어서서, 이제는 더 이상
숨기지 않고, 내 자신에 대해 서술하기로, 고백하기로 했습니다.
그 사라져 가는 청년의 모습을 다시 되살리기로 작정한 것.
‘대학’의 팻말 뒤에 적혀있는 ‘이념’을 다시 펼치기로 한 것.
그리고, 그 앞에 놓인 ‘자유’의 팻말 앞에 서 보기로 한 것.
다시 한 번, 대학 보다는 이념을, 취업보다는
자유의 함성을 외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그것이 내가 가진 재능이고,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나 다운 선택.
#02. 앞으로의 계획
재수 생활 때에는, 이 ‘오르비’라는 사이트에
플래너를 줄곧 올리곤 하였습니다.
이제는, 수험 플래너가 아닌,
내가 나를 찾아가는 여행의 일기를 쓰려 합니다.
주제는 책이 될 수도 있고, 대학 서적 안에 있는
지식이 될 수도 있고, 현실을 살아가며 나를 막아서는
‘저항’이 될 수도 있을 듯 합니다.
또, 세계 여행을 다니며 봤던 문화, 종교, 철학 등이 될 수도
있겠지요.
그를 이 곳에 조금 써보고 싶습니다.
단순한 공부를 넘어서, 나를 찾아가는 공부에 대한 공부를
하고 싶습니다.
수능 플래너를 넘어서, ‘삶’의 플래너를 내년에는
구현해 볼 생각입니다.
고2 부터 재수생활 까지 작성해왔던 플래너들.
저는 감히 그것을 제 ‘삶’의 전부라 역설해왔습니다.
이제는, 그 주장에 맞게 ‘삶’에 집중하는 플래너를
써 볼 생각입니다.
그 안에는 여느 플래너와 마찬가지로,
수업 시간표, 그리고 오늘 해야하는 것에 대한 내용이 있겠으나, 여느 플래너와 다른 점이라고 사려되는 것은,
내가 원할 때 맘대로 플래너의 리스트를 수정할 수 있다는 것.
도서관에서 윤동주의 를 읽고,
갑자기 여러 생각이 나면, 그 곳에서 뛰쳐 나와
나를 가장 슬프게 만들었던 이의 무덤을 찾아가서
통곡해보기도,
서울의 밤 거리를 거닐다, 문득 대전 시청의 거리가
생각나면, 밤 버스를 타고 그 거리에 가 보기도,
대학 수학의 내용에 취해,
조금 더 공부를 하고 싶다면,
대학 기숙사에서 야식을 먹으면서
재미있게 그것에 대해 조금 더 깊은 탐구를 해보기도.
그것을 그 플래너에 담고 싶다는 것.
나는 분명, 미친놈임에는 틀림 없을 것입니다.
허나, 누구보다도 행복할 자신은 있습니다.
그것을 믿고, 다시 한 번 내 자신에 대해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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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원합니다

님 멋있어요 작년부터 응원하고 있어요앞으로 글 많이 써주세요
처음에는 남자가 닉네임도 이상하고 말투도 공주스러워서 이상한 사람인줄 알았는데 계속 볼수록 내면이 깊고 크게 되실 분 같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