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후✨ [541907] · MS 2014 · 쪽지

2018-11-24 23: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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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 앞으로의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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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고백


권태와 불안이 묘하게 조화되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재수 생활에서 누릴 수 없던 음식들, 시간들, 활동들을 하며

힘들게 달려온 나 자신을 쓰다듬는 한편, 입시의 종결을 위해

여러 통계 자료 혹은 표본 자료를 살펴 보며 ‘대학’ 갈 준비를

하고 있는 것.


일전에 그런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나는 이제 자유의 팻말 앞에 서 있다.’

진리를 좇으며, 내가 가진 역량을 내가 직접 키우는 것을

‘자유’라고 생각하고 있고, 그 ‘자유’로 인해 나는 더

나 다워지리란 확신을 담아낸 글.


한 가지 변수가 생긴 것 같습니다.


‘자유’에 가까워지고 있는 지금, 나는 꽤 무서워졌다는 것.


재수 생활 때에, 내가 그려놓은 잠깐의 청사진.

그 안에는 수학과 문학을 탐구하며 새벽 밤을 알차게

새는 한 청년이 있었습니다.


남들이 흔히 얘기하는 ‘취업’ 혹은 ‘취직’에 구애 받지 않으며

학문이 주는 그 짜릿함을 온 몸으로 느끼는 한 청년이 

있었습니다.


헌데, 그를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조금 무섭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잘 가지 않는 길이라는 것.

항간에, 이런 나를 두고, ‘개똥 철학’ , ‘이상주의자’라는

얘기를 하고 있는 것.


그것이 무섭습니다.


그 무서운 것 때문에 그 간 나는 

철저하게 내 자신을 숨기려 들었던 것.


누구한테도 얘기하지 않고, 남들과 다르지

않게 행동하기 위해, 이 사안에 대해선 침묵을 유지했고,

관심 없는 척 했다는 것.


그런 나날들을 보내오며, 내가 그려두었던 그 청년의

모습이 조금씩 희미해져감을 느꼈습니다.


그렇게, 그의 색을 점차 잃어가려던 찰나,

내 머릿속을 가차없이 두드렸던 순간이 기억났습니다.

어떤 이와 나누었던 짧지만 강렬했던 대화.


11월 초 즈음에, ‘심찬우’라는 사람이

종강하면서 내게 해줬던 말이 있었습니다.


-만나서 영광이었다.

-당신은, 처음에 가졌던 뜨거움을 온전히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다. 그를 보며 자랑스럽기도 하였고,

부끄럽기도 했다. 앞으로, 당신의, 당신만의 ‘에어리어’를

구사하기를 진심으로 기도한다.


그 소망을 떠올리며, 다시 일어서서, 이제는 더 이상

숨기지 않고, 내 자신에 대해 서술하기로, 고백하기로 했습니다.


그 사라져 가는 청년의 모습을 다시 되살리기로 작정한 것.


‘대학’의 팻말 뒤에 적혀있는 ‘이념’을 다시 펼치기로 한 것.

그리고, 그 앞에 놓인 ‘자유’의 팻말 앞에 서 보기로 한 것.


다시 한 번, 대학 보다는 이념을, 취업보다는

자유의 함성을 외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그것이 내가 가진 재능이고,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나 다운 선택. 



#02. 앞으로의 계획

재수 생활 때에는, 이 ‘오르비’라는 사이트에

플래너를 줄곧 올리곤 하였습니다.


이제는, 수험 플래너가 아닌, 

내가 나를 찾아가는 여행의 일기를 쓰려 합니다.


주제는 책이 될 수도 있고, 대학 서적 안에 있는

지식이 될 수도 있고, 현실을 살아가며 나를 막아서는

‘저항’이 될 수도 있을 듯 합니다.


또, 세계 여행을 다니며 봤던 문화, 종교, 철학 등이 될 수도

있겠지요.


그를 이 곳에 조금 써보고 싶습니다.


단순한 공부를 넘어서, 나를 찾아가는 공부에 대한 공부를

하고 싶습니다.


수능 플래너를 넘어서, ‘삶’의 플래너를 내년에는

구현해 볼 생각입니다.


고2 부터 재수생활 까지 작성해왔던 플래너들.

저는 감히 그것을 제 ‘삶’의 전부라 역설해왔습니다.

이제는, 그 주장에 맞게 ‘삶’에 집중하는 플래너를

써 볼 생각입니다.


그 안에는 여느 플래너와 마찬가지로,

수업 시간표, 그리고 오늘 해야하는 것에 대한 내용이 있겠으나, 여느 플래너와 다른 점이라고 사려되는 것은,

내가 원할 때 맘대로 플래너의 리스트를 수정할 수 있다는 것.


도서관에서 윤동주의 를 읽고, 

갑자기 여러 생각이 나면, 그 곳에서 뛰쳐 나와

나를 가장 슬프게 만들었던 이의 무덤을 찾아가서

통곡해보기도,


서울의 밤 거리를 거닐다, 문득 대전 시청의 거리가

생각나면, 밤 버스를 타고 그 거리에 가 보기도,


대학 수학의 내용에 취해,

조금 더 공부를 하고 싶다면,

대학 기숙사에서 야식을 먹으면서

재미있게 그것에 대해 조금 더 깊은 탐구를 해보기도.


그것을 그 플래너에 담고 싶다는 것.


나는 분명, 미친놈임에는 틀림 없을 것입니다.

허나, 누구보다도 행복할 자신은 있습니다.

그것을 믿고, 다시 한 번 내 자신에 대해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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