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 11번 출제오류 이의제기 '정답없음' (보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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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지]
2019학년도 국어 11번의 나 선지에 '정확히/총/최대' 같은 한정기술(definite description)이 없다. 이런 이유로 ③이 적절하지 않다고 단정할 수 없고, 따라서 이 문항은 정답없음으로 처리되어야 한다.
[참조문헌]
· 안건훈(1990), 「‘적어도', ‘많아도', 그리고 ‘정확히'의 관계」, 『철학』, 33집, 219-227.
· 200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6월 모의평가 - 문제 및 정답 이의 신청 관련 답변 자료
[참조문항]
· 2013년 5급 행정고시 PSAT 언어논리 인책형 40번 선지 ⑤
[이유]
1. 문제 이해
"고유어들을 모은 [A]에서 최소 대립쌍들을 찾아 음운들을 추출하고, 그 음운들을 [B]에서 확인"하면, 총 4개의 평순모음(ㅣ, ㅡ, ㅓ, ㅏ)이 확인된다.
2. 다툼의 대상
4개의 평순모음을 확인할 수 있는 상황에서, "추출된 음운들 중 3개의 평순모음을 확인할 수 있군."이 적절한지 여부이다.
3. 이의신청 이유
해당 문항의 정답은 ③(3개의 평순 모음)으로 발표되었다. 하지만 총/최대 4개의 평순 모음이 확인되는 상황에서, 이보다 적은 수의 모음을 “확인할 수 있”다고 진술하더라도 논리적으로 거짓인 것은 아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ㄱ. 평순 모음 ‘ㅣ, ㅡ, ㅓ, ㅏ’를 확인할 수 있다.
ㄴ. 평순 모음 ‘ㅣ, ㅡ, ㅓ’를 확인할 수 있다.
ㄷ. 평순 모음 ‘ㅣ, ㅡ’를 확인할 수 있다.
ㄹ. 평순 모음 ‘ㅣ’를 확인할 수 있다.
ㄱ은 ㄴ, ㄷ, ㄹ를, ㄴ은 ㄷ, ㄹ를, ㄷ은 ㄹ을 논리적으로 함축한다. (문장 X가 문장 Y를 함축한다는 것은, 문장 X가 참이면 문장 Y가 반드시 참임을 뜻한다.
ㅁ. 4개의 평순 모음를 확인할 수 있다.
ㅂ. 3개의 평순 모음를 확인할 수 있다.
ㅅ. 2개의 평순 모음를 확인할 수 있다.
ㅇ. 1개의 평순 모음를 확인할 수 있다.
이때 ㄱ, ㄴ, ㄷ, ㄹ 자리에 숫자를 넣더라도 이 관계가 달라질 이유가 없으므로, ㅁ는 ㅂ, ㅅ, ㅇ를, ㅂ는 ㅅ, ㅇ를, ㅅ는 ㅇ를 논리적으로 함축한다.
ㅈ. 평순 모음를 확인할 수 있다.
참고로 ㄱ~ㅇ는 전부 ㅈ을 함축한다. 문장이 담고 있는 정보의 양을 고려하면, 이러한 함축이 성립하는 것은 당연하다.
만약 4개를 초과하는 평순 모음을 확인할 수 있다고 하면 거짓임이 확실하다. 하지만 이보다 적은 개수의 평순 모음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참이기 때문에, ③을 ㉠에 대입한다고 하더라도, 거짓이 아니다. 따라 이 문항은 정답이 없다.
③이 정답이 되기 위해서는 ‘총/정확히/최대' 같은 한정기술(definite description)이 필요하다. 이를 표현할 수 있는 위치는 고정되어 있지 않다.. 선지가 ‘총/최대/정확히 3개의 평순 모음’으로 표현되거나, ㉠ 앞에 ‘총/최대/정확히’가 덧붙여져도 된다. 검토과정 중에 ‘총’ 한 글자만 추가했어도 이러한 이의제기를 차단할 수 있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 오기(‘바라고’를 ‘바라보고’로 인쇄)와 동일한 수준의 단순실수로 보이나, 이 문항의 경우에는 정답판단에 영향을 준다는 점이 다르다.
4. 예상되는 반론
(1) 출제의도는 ‘모두/전부’를 찾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반론: 시험지에 명시되지 않은 출제의도를 주관적으로 단정하여 이를 풀이의 근거로 삼을 수는 없다. 문제풀이는 시험지에 드러난 명시적 표현에 바탕을 두어야 한다. '모두/전부’를 임의로 덧붙여야 이 문제를 풀 수 있다면, 이는 잘못 출제된 것이다. 만약 그것이 실제로 출제자의 내심과 일치할지라도 마찬가지다.
(2) 논리적으로는 참일지 몰라도, 뻔히 4개가 확인되는데 3개가 확인된다고 답하는 것은 자연스럽지 않다.
반론: 4개를 확인할 수 있는데 3개를 확인할 수 있다고 답하는 것은 그라이스(P. H. Grice)의 대화 격률에 어긋난다고 볼 수는 있다. 그런데 이를 근거로 ③을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다. 일단 이 문항은 대화 격률에 어긋나는 것을 찾는 화법 문항이 아니고, 무엇보다 정답의 기준은 자연스러움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서는 200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6월 모의평가 - 문제 및 정답 이의 신청 관련 답변 자료'를 참고할 만하다. 당시 수리영역 '나'형 28번이 복수정답으로 인정되었다.
“본 문항의 xn은 n의 양의 약수 중 짝수인 약수의 개수에서 홀수인 약수의 개수를 뺀 값이다. 따라서 이 문항에서 문자 m에 대한 구체적 설명이 없더라도 m을 자연수로 간주하는 것이 자연스럽고, 그 경우 ㄷ은 참인 명제가 되어 이 문항의 정답은 ④가 된다.
그러나 문자 m에 제한을 두지 않았으므로 m의 값으로 모든 실수가 될 수 있다고 해석하여, 예컨대 m=log2가 ㄷ의 반례가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따라서 본 문항에서는 ①도 정답으로 인정한다.“
보다시피, m을 자연수로 간주하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할지라도, 수험생에게 임의로 이러한 경계조건을 추가하는 것을 요청할 수 없기 때문에 복수정답을 인정한 사례다. 같은 잣대가 2019학년도 수능 국어 11번에도 적용되어야 한다.
(3) 문항의 내적 완성도가 떨어지더라도 정답이 될 수 있는 것은 1개뿐이니 ③이 정답인 것은 당연하다.
반론: 이는 시험장에서 문제를 풀어야 하는 수험생의 입장과 출제오류를 검토해야 하는 출제기관의 입장을 혼동한 것이므로 고려할 가치가 없다. 수험생에게는 정답이 1개라는 것이 당연한 전제지만, 출제과정이나 이의신청을 검토하는 과정에서는 정답이 1개라는 것이 결론으로 도출되어야 한다. 이 문항의 경우 한정기술이 빠짐으로 인해, 정답없음이 결론으로 도출된다.
5. 참고문항
2013년 5급 행정고시 PSAT 언어논리 인책형 40번을 이 문항과 관련하여 참고할 만하다. 아래는 해당 문항에 제시된 선지이며, 모두 옳다. (참고로 ‘α규칙’은 특수귀결조건, β규칙은 역귀결조건을 뜻한다.)
① α규칙을 적용하면, “모든 A는 B의 속성을 지녔다.”라는 명제를 입증하는 사례는, “모든 A는 B의 속성을 지녔다.”라는 명제가 함축하는 모든 명제를 입증할 수 있다. (O)
④ β규칙을 적용하면, “모든 A는 B의 속성을 지녔다.”라는 명제를 입증하는 사례는, A를 부분집합으로 갖는 집합 S에 관한 어떤 명제를 입증할 수 있다. (O)
⑤ α규칙과 β규칙을 모두 적용하면, “모든 A는 B의 속성을 지녔다.”라는 명제를 입증하는 사례는, A를 부분집합으로 갖는 집합 S에 관한 어떤 명제를 입증할 수 있다. (O)
이 문항의 경우 ⑤가 다툼의 대상이 되었다. 왜냐하면 ①과 ④가 참이기 때문에, 다음이 참이다.
α규칙과 β규칙을 모두 적용하면, “모든 A는 B의 속성을 지녔다.”라는 명제를 입증하는 사례는, A를 부분집합으로 갖는 집합 S에 관한 어떤 명제를 입증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 “모든 A는 B의 속성을 지녔다.”라는 명제가 함축하는 모든 명제를 입증할 수 있다.
그런데 ⑤는 이보다 ‘약한 진술’이다. 그라이스의 대화 격률을 어긴다고 볼 수는 있어도 논리적으로 틀린 것이 아니기 때문에 ⑤도 적절한 추론으로 정답확정이 된 문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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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또 1컷이 올라간다고..?ㅜ
이건 좀...
적절한으로 보고 틀렸읍니다.
적극 찬성하는 바입니다.
잘하면 평가원장 밥줄 끊는거 시간문제인듯한데
아 안돼요..
님.. 공론화좀 시켜주세요.. 저정말 이거보고바로이해했는데 님이쓰신것처럼 생각해서 답못고르고 찍었네요..
이미 평가원 이의제기 게시판에는 글을 남겼고, 기자분에게도 제보했습니다. 기다려보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