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듀✨ [541907] · MS 2014 · 쪽지

2018-11-13 22: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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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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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장을 나서기 전, 나와 같은 길을 거닐었던

이들의 표정을 살핀 후, 완벽히 다른 세계로 통하는

문을 나설게다.


우리네의 삶은, 하루마다 저며오는 아픔을, 이 날을 위한

'희생'으로 감싸안기 마련이었으나,


그네들의 삶은, 이 날은 그저,

다른 날에 비해 조금 특수한 날일 뿐일 테니까.


우리네는 다른 삶을 살아왔던 것.

이것에 대해 반박하는 자가 있던가.


아마, 하고 싶어도 할 수는 없었으리라.

그만큼 우리네는 우리네대로 간절한 무언가가

있었으니 말이다.


그것이 무엇이었는가.

이제는 우리 길 문턱에 팻말이 보이기 시작한다.

'대학'이 그것.


허나, 나는 우리네가 그것에만 점철된 사고를

'그 세계'에서도 전제화 하지 않았으면 한다.


그 날, 저녁은 우리네들이 온전히

해방되는 날이면서도, 그 '의무'를 맹세하는

날이어야 하노라고, 굳게 믿는다.


이 세상, 더 나아가 이 세계를

감싸안는 따뜻한 존재는 다름 아닌

우리네들의 삶 속 무수한 점들이다.


그러니, 작은 결과물만을 보고,

한 사람의 마음을 짓밟지 않았으면 하는 것.


울컥할 수도 있겠다.

어른들의 간사한 위선에 의하면,

우리네들이 '진리'라 믿었던 그 '교리'에 의하면,


우리네가 맞닥 뜨릴 그 팻말은,

차가운 암흑을 만드는 것에 대한 면죄부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것을 믿었던 것인데,

이제와서 따사로운 빛이 되어달라니.


작년 이 맘때 '그 날' 저녁 즈음,

나는 맹세하고 또 맹세했다.

재수를 결심하면서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그 팻말을 한 번 뒤집어 엎어보기로.


그 뒤에는 무엇이 쓰여져 있던가,

이제는 읽을 수 있다.


'이념'이라는 글자가 그것.


이념. '혼자 있음'과 '자유'로

간단하게 요약해 볼 수 있는 그것 안에는,

'대학'의 간판 따위가 끼어들 정도로

가벼우면서도 천박한 가치는 들어있지 않았다.


그래서, 그런 이유로, 그 날 저녁에

또 다짐하기로 했다.

대학을 다니기로 결심하면서,

맹세하고 또 맹세하기로 했다.


뒤집어진 팻말을 절대 두 번 다시,

뒤집지 않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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