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의 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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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을 어둠이라고 여기곤 했다.
대치동을 전전할 때는 그 뜨거움이,
그저 내게는 짐이었으니 말이다.
오후의 잿빛쯤 되는 빛이었다.
바라보기만 해도 울컥하고,
밝다고 느껴지기 보다는, 밝지만 어둡다고
느낄 때가 더 많았으니 말이다.
그 암흑을 바라보며 부러운 적 있다.
그 빛을, 따뜻한 빛이라고 느낄
그 누군가가 미치도록 부러운 적 있다.
호젓해진 나는, 그만 눈길을 바닥으로
향해버리었다.
대체, 이 빛이 왜 내게는
암흑으로 남아야 하느냐고,
원망한 적이 있다.
이 아름다움을 왜, 나는 어둠이라고
인식하여 불평을 하는지, 원망한 적이 있다.
어느덧, 겨울의 하늘이 왔다.
그리고, 마무리의 계절이 왔고,
나는 학원가와 작별하며, 오후의 구도 속에서
고속버스를 탔다.
그 구도 안에서 봤던 하늘의 빛은,
쟃빛이 아니라, '햇빛'으로 보였다.
이제는 원망의 감정이 아니라,
'햇빛'의 감정이 드는 것이었다.
그 순간, 나는 버스 창문에
나의 볼을 비비었다.
그 누구도 부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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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보려고 기다렸어요 ㅠㅡㅜ
공주님 글 진짜 정말 너무 좋아요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