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와 두려움 그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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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을 돌이켜 보면, 내가 원하는 대로
신은 들어주지 않았습니다.
내가 원하는 것을 이루지 못함에,
하늘을 우러러 원망했던 적도 있지요.
성공보단 실패에 더 익숙해져 있고,
그렇기에 매사를 진행할 때에, 기대감보다는
압박감과 두려움이 먼저 자리를 차지하곤 합니다.
자유를 좇고는 있습니다만,
역시나 쉽사리 신은 들어주지 않습니다.
끊임없이 이름모를 압박감과 무서움에,
사지를 떨며 울지 않으면 안되었고,
페르소나(persona)를 얻어내는 것이 힘들어,
그림자(shadow)에 숨지 않으면 안되었습니다.
세상은 내가 없이도 잘 돌아가겠다는
부박한 상상 속에 젖어버린, 내 자신을 구해줄 수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지 않으면 안되었습니다.
그저 미지의 영혼들로부터
끝없이 압박을 받으면서, 이 앞날을 헤쳐나가야
한다는 사실만은 분명한 것.
허나, 자유를 추구하고 싶긴 하지만,
세속의 가치에 눈길을 주지 않기란 힘들며,
이상을 추구하고 싶긴 하지만,
애매한 타인들이 보내올 역겨운 시선들을
버티기란 힘듭니다.
어디메로 가야할까.
그것을 나는 고민해야 하는 것.
어디서부터 시작을 해야할까.
그것에 대한 명확한 답을 끝내 제시해야 하는 것.
다시, 자유와 이상을 좇기에 완벽한
그 공간에서 걸을 수 있을까.
황망히 버둥거렸지만, 순수한 이념으로
그네들의 시선들을 돌파해 나갔던,
그 때 그 자신으로 되돌아갈 수 있을까.
이런 고민을 한다고 해서,
무언가 나아지는 것은 아닐겝니다.
다만, 여기 서 있는 이 사람이, 이와 같은
고민을 한다는 것은, 일정한 궤도를 그리며
자국이 새겨지는 나이테에 잠시 발이 걸렸다는
의미겠지요.
이 말은 즉슨, 나는 지금 이 공간에서,
회색분자로 서 있다는 것.
자유의 이념을 가진 자도 아니고,
두려움에 속박되어 길들여진 자도 아니며,
그저, 그 두 개의 이념 사이에서 애매하게 갈등하고 있는,
흑점과 백점 사이의 하나의 점이라는 것.
그렇기에, 구리 거울 속에 비친 내 자신을
인식할 때가 오면, 필연적으로 거울을 회피하게 되는 것.
윤동주의 부끄러움을 깨닫지 않으면 안되는 것.
다만, 윤동주의 참회록의 결론이 말해주듯,
필자는 다시 그들을 딛고 일어서 보겠다는 것.
지금은 보잘것없는 회색분자 일지라도,
언젠가는 명확한 이념을 새겨내리란 것.
오늘도 창공의 별을 바라봤습니다.
구름 사이를 까마득히 채우고 있는,
그네들의 빛에서 무덤의 흙을 뚫어내지 못한
그녀가 보이는 것은, 내가 언젠가는 그를 해내리란
일종의 예언이겠지요.
그것을 믿고, 돌아가기로 했습니다.
순수를 무기삼아, 자애를 방패삼아,
그네들의 시선과 압박을 멋있게 뚫어내곤 했던,
그 청년으로.
어쩌면, 닮아있을 윤동주의 참회록.
그 모든 것들이 그저, 내가 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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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애매한 타인2486 입니다
필력에 맞고 갑니다...
그럼 저는 이만...
(공주님 책 안 내주면 진짜 ....나쁜것입니다.....)
잠결에 쪽지 보세여 공주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