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비셀럽공주✨ [541907] · MS 2014 · 쪽지

2018-10-26 23:3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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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인의 표상에 부친이에게 부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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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공의 별을 응시할 때 마다

내가 그네들의 교묘한 간략을 알아차릴

것이라 했다.


맞았다. 

무진기행을 읽을 때에도,

창공의 별을 응시할 때에도,

내가 잘못 걸어왔다는 것, 즉 '돼지'였음을 알게 되었다.


또한, 무서움, 불안감, 혼자있음이

만들어 내는 삼각형의 도식 안에

나는 갖혀있음을, 뼈가 저리도록 깨우치고,

또 깨우쳤다.


한 사람의 삶을 어찌도 그렇게 잘 알고 있던가.

마치, 내가 이렇게 될 줄 미리 알았던 것 처럼,

어찌 그리도 정확하게 짚어 내었는가.


그 삼각형의 도식은 내게는 의무이다.

허나, 그 의무를 지닌 자는 '자유'를 얻는다.

무한한 자유가 아닐 수 없는데, 그 이유는

이 의무가 그 정도로 지켜지기 힘든 것에 있다.


나는 홀로 여기 서 있다.

불안하고 무서운 상태로 여기 서 있다.

그 상태로 창공의 별을, 또 그를 감싸는

안개를 본 것이다.


저기 '자유'가 보인다.

내가 여기 서 있다는, 그 사실로 인해

저기 '자유'가 있는 것이다.


나는 그 '자유'를 자신감의 원천으로 삼는다.


베를린 대학의 창립이념과 맞닿아 있는 저 '자유'를

나는 알고 있다.


오로지, 나만이 펼칠 수 있는 삶을 살아낼 권리.

광장이든, 밀실이든, 개인의 철학을 발설하고 짓거릴 권리.

실패할 권리. 다시 일어설 권리. 도전할 권리.


혼자있음으로 말미암아 생기는

그 불안감과 무서움의 도식을 완벽하게

엎어버리지는 못할 지라도,


삼각형을 타원으로 변형시킬 수 있지 않겠는가.


이 가르침을, 20년 전 당신이 내게 부친

'표상'을 짚으면서 받았다.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

이제는 하늘에서 편히,

인간 본연의 따뜻함을 연구하는

사색가가 되어 그 곳을 더욱 빛내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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