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비셀럽공주✨ [541907] · MS 2014 · 쪽지

2018-10-25 22:2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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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고있던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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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 너무도 밝고 명랑하여,

그 곳을 바라보는 데에만

1년이란 시간을 지새웠습니다.


가슴이 아플 때도,

친구가 없는 이 현실을 직감할 때에도,

눈물조차 맘껏 흘리지 못하는 숙명 아닌 숙명을 

맞닥 뜨릴 때에도, 나는 그저 꿈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즐거웠습니다.


국어 기출분석이 제일 재미있었고,

수학 적분 기호를 그리는 것이 제일 재미있었고,

영문으로 된 글을 읽고 사유하는 것이 제일 재미있었습니다.


그것이 내 온 몸의 체력과 정신상태를 더더욱

나쁘게 만들고 있다는 사실을 앎에도, 나는

그저 즐거웠고 행복했습니다.


우연한 기회를 얻어, 좋은 레스토랑에 가서

식사를 하게 됐습니다.


음식을 먹으려고, 식기를 손으로 받쳤습니다.

그 순간, 내 손이 유난히 어리고, 희고, 작아보였습니다.


그랬습니다.


내 손은, 볼펜보다 수저를 들기 원했다는 것.

내 손은, 컴퓨터용 싸인펜보다 호감이 가는 이성의 손을

더욱 원했다는 것.


내 손은, 수능 샤프보다 따뜻한 사람의 얼굴을 원했다는 것.

내 손은, 고통보다, 이름모를 '메모리'를 잡길 원했다는 것.


이를 깨달은 후부터, 나는 조금씩 바뀔 겁니다.

앞으로는, 20일이 지난 후로는, 내 손이 무얼

원하는지 잘 들어야 겠습니다.


그가 원하는 곳, 그가 닿고자 하는 곳에,

내 모든 자아의 근본이 있다 믿습니다.


사랑, 추억, 존경, 공감, 사람이 있다 믿습니다.

그것이 내가 잊고 있던 것들이었습니다:

까마득히, 잊고 있던 것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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