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갈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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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치동을 걸으면, 순수가 오염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 때가 있습니다.
어린 친구들이 '여행 가방'을 끌고 다니며
학원을 다니는 모습,
학부형이 색연필을 들고 어린 학생이
문제를 풀 때면 책을 뺏어서 답을 확인하고
동그라미를 치는 모습,
누군가의 찬란한 스포츠카를 보면
더더욱 그런 느낌이 강하게 내게로 다가옵니다.
나는 도대체 어디있는 것이며,
어디로 가야하는가.
남들이 상정한 목표에 저항하지 못했고,
어느 순간 그것이 무서운 철학으로 변모해
내 모든 것을 사로잡았다는 것.
그 목표을 이뤘다 손 치더라도,
본연의 탐구에 대한 내적 갈등은
사라지지 않으리라는 것.
그것들이 모이고 모여,
수능 시험장을 나선 후
내게 악마의 미소를 지으며
눈인사를 하리라는 것.
무섭고 또 무섭습니다.
그렇기에 내가 가진 '순수'를 정화시켜야
한다는 나름의 의무감을 가지면서
꾸역꾸역 대치동을 빠져나가곤 하지요.
허나, 그 의무를 이행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닙니다.
내 모든 삶의 목적을 바꾸어야 하는 일임과 동시에,
그 누구도 개척하지 않은 어둠을 파헤치는 일이기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답을 찾아야만 합니다.
내가 가진 순수를 처음 발견했던 곳에서,
내가 이 크지만 작은 시험을 마친 후 '돌아갈 곳'에서.
2016년 1월 3일,
시청의 한 재수종합학원
9층 902호 3분단 1열의 왼쪽 자리에서.
알아듣지 못했던 정적분의 정의를
난생 처음으로 이해했다는 자부심에, 그 순수함에,
멋쩍게 수학의 정석 미적분편과 알파테크닉 (하)권을
같이 열어두었던 그 자리에서.
'그 사람'을 만났던 그 자리에서.
그 곳에서 '순수'라는 사람과
마주해야 겠습니다.
또, 잃어버린 순수를 되찾기 위해,
그 공간 안에서의 온기와 공기,
있었던 사람들의 소리, 얼굴, 냄새까지
기억해야 겠습니다.
나의 순수는,
누군가를 이겼을 때 환호성을 질렀던 사람이 아닌,
내가 나 자신을 딛고 일어났을 때,
그 누구보다도 나를 감싸안았던 사람입니다.
지금의 '나'와는 사뭇 다른 사람이지만은,
그 곳으로 다시 돌아갈 수는 있습니다.
그렇기에, 내 순수를 포기하지 않을겁니다.
나는 반드시 찾아낼 수 있다 믿습니다.
돌아갈 곳이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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