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갈 곳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18871031
대치동을 걸으면, 순수가 오염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 때가 있습니다.
어린 친구들이 '여행 가방'을 끌고 다니며
학원을 다니는 모습,
학부형이 색연필을 들고 어린 학생이
문제를 풀 때면 책을 뺏어서 답을 확인하고
동그라미를 치는 모습,
누군가의 찬란한 스포츠카를 보면
더더욱 그런 느낌이 강하게 내게로 다가옵니다.
나는 도대체 어디있는 것이며,
어디로 가야하는가.
남들이 상정한 목표에 저항하지 못했고,
어느 순간 그것이 무서운 철학으로 변모해
내 모든 것을 사로잡았다는 것.
그 목표을 이뤘다 손 치더라도,
본연의 탐구에 대한 내적 갈등은
사라지지 않으리라는 것.
그것들이 모이고 모여,
수능 시험장을 나선 후
내게 악마의 미소를 지으며
눈인사를 하리라는 것.
무섭고 또 무섭습니다.
그렇기에 내가 가진 '순수'를 정화시켜야
한다는 나름의 의무감을 가지면서
꾸역꾸역 대치동을 빠져나가곤 하지요.
허나, 그 의무를 이행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닙니다.
내 모든 삶의 목적을 바꾸어야 하는 일임과 동시에,
그 누구도 개척하지 않은 어둠을 파헤치는 일이기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답을 찾아야만 합니다.
내가 가진 순수를 처음 발견했던 곳에서,
내가 이 크지만 작은 시험을 마친 후 '돌아갈 곳'에서.
2016년 1월 3일,
시청의 한 재수종합학원
9층 902호 3분단 1열의 왼쪽 자리에서.
알아듣지 못했던 정적분의 정의를
난생 처음으로 이해했다는 자부심에, 그 순수함에,
멋쩍게 수학의 정석 미적분편과 알파테크닉 (하)권을
같이 열어두었던 그 자리에서.
'그 사람'을 만났던 그 자리에서.
그 곳에서 '순수'라는 사람과
마주해야 겠습니다.
또, 잃어버린 순수를 되찾기 위해,
그 공간 안에서의 온기와 공기,
있었던 사람들의 소리, 얼굴, 냄새까지
기억해야 겠습니다.
나의 순수는,
누군가를 이겼을 때 환호성을 질렀던 사람이 아닌,
내가 나 자신을 딛고 일어났을 때,
그 누구보다도 나를 감싸안았던 사람입니다.
지금의 '나'와는 사뭇 다른 사람이지만은,
그 곳으로 다시 돌아갈 수는 있습니다.
그렇기에, 내 순수를 포기하지 않을겁니다.
나는 반드시 찾아낼 수 있다 믿습니다.
돌아갈 곳이 있기 때문입니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ㄹㅇ. 날면도기도 찾아놓을까..
-
맞팔구해요 5
고고~
-
이게 본의라고 봐야할거같다ㅋㅋㅋㅋㅋ ㅅㅂ 개ㅈ됐노....
-
개1씨2발 4타에 모의고사 구리면 어때 사랑하면 됐지 현역 가형 7,8등급...
-
공통 2틀 듣게 된다면 수1수2만 들을 거 같은데 얻어갈 거 많나요 고민ㄴ중.....
-
나 1
8명한테 쪽지받음뇨
-
작년에 안간 입학식을 올해 가네요 어무니가 같이 가자고하심
-
나도머리 좋은편인데 이야기 나눠보면 참 엄청난애들 많더라 컴퓨터 프로그래밍/전산학...
-
새삼 늙었구나 0
나도 고삼일때가 있었는데 3모 보고 동국대 가겠네? 하고 기분좋아하고 10모보고...
-
금리는 예금했을 때 돌려주는 돈을 의미하잖아요? 금리를 낮춰서 예금, 저축을...
-
2년동안 잘부탁한다 강사들아 화작3 - 독학 미적4 - 한완수,김범준 영어4 -...
-
이전 글이랑 연결된 이야긴데 현역들이 님들같이 휘황찬란한 뱃지단 사람보면 어떤...
-
룰 몰라서 못하는 거면 제 최근글점 쪽지로 숫자야구하쟈
-
과고 하니까 3
세특 때문에 한성과고 1차 컷당한 흑역사가 생각나네
-
언제 대체됨
-
번장 어지럽네 4
얼탱
-
미래직업전망 3
한달 뒤 미래의 나는 무직일거임 이건확실한미래임
-
진짜로 쪽지나 그런걸로 고백메세지 옴?
-
직장에서도 안 쓰던 태블릿이 필수템이 되어버렸는데 걍 아이패드 지르면 되나요?...
-
뉴분감처럼 병행추천하시나요 따로 추천하시나요
-
.
-
예술가 안뒤진다며 ㅅㅂ 돌려내
-
수학도 모자라서 탐구통합으로 표본씹창내고 집단안락사시킨건데 그거 도입한 인간들...
-
경제글) 11
+10%와 -10%가 있으면 최종적으로 -입니다 +x%,-x%에서 x가 커지면...
-
친한 친구가 국적이 3개가 있어요. 부모님이 한국인 이셔서 대한민국 국적있고,...
-
마더텅에서 다 풀어본 거일텐데 한개 틀린...:::
-
국어 치열하게 독하게 재밌게 걍 순수재미 원탑 매 수업마다 스탠드업 코미디
-
아버지 여전히 어머님 옆구리 찌르고 방으로 도망가시는데 잡혀서 나 부르면서도 어머니...
-
반수 제대로 시작하면 공부글 써야지
-
백호야 0
제발 급발진좀 하지 마라 헤드셋 밖으로 새나갈까봐 급발진 할때마다 눈치 ㅈㄴ본다
-
의대 톡방 그거는 그래도 올라간게 인간이긴 해서 다행임 7
퍼리였어봐 ㅆㅂ 얜 뭐하는새끼냐 나왔음
-
지방러 첨타봤는데 시스템 자체가 왠지 많을 거 같은 느낌쓰
-
지금은 결혼 하셨으려나 궁금한데
-
하...
-
님들 4
꼬마김밥이 있으면 어른김밥도 있음?
-
내일부터 엄청 따뜻해진대요
-
으얽 눈아파
-
사람들이 의외로 남자가 BL본다하면 이상하게 생각하더라
-
번장에서나 구해야지 걍....
-
현우진 말고 4
현우T 합시다
-
수학 3, 국어 2, 영어/사문/한지 고정 1로 23111이 목표입니다 (~6모)...
-
흠...
-
여자면 그래 그런거보나보다 할텐데 남자면 매일 의문의 쪽지가...
-
공급이 너무많아 ㅠ
-
사주세요
-
아니 트라우마같은게 확 떠올라서 존나 불안해서 견디기 힘들었음 진정될때까지 산책좀 하다 들어가야지
-
저런 애도 과고를 가고
볼때마다 공감되는 글들인데 마지막에 레어땜에 깨요...
미... 미안해용.... 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