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고픈 좌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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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고등학교 졸업식에 가지 않았다.
외국어 고등학교를 진학하려 처음으로 '꿈'을 가지고
공부를 했는데, 좌절됐다.
친구들이 다 보는 앞에서, 컴퓨터에는
불합격이라는 빨간색이 보였다.
세상이 까마득했다.
무얼 어떻게 다시 해야할 지 나는 몰랐던 것.
그야말로, 인생의 첫 좌절로 기억되지 않으면 안되었던 것.
가끔 대치동을 거닐다보면, FL이 적힌
야구점퍼를 입은 친구들을 볼 때에, 나도 모르게
눈이 가는 것도 그 쓸쓸함 때문일 지도 모른다.
그 이름모를 쓸쓸함에, 나는 중학교 졸업식에 갈 수 없었다.
열등감과 치욕, 그리고 그 두 개의 미묘한 조화.
그래서, 인근 고등학교가 아닌,
조금 먼 고등학교에 진학했다.
나의 실패, 그리고 좌절로부터 멀어지고 싶었기에.
고등학교에서는, 처음으로 '저항'을 했던 시기였다.
그리도 교사들이 내게 추천했던 '학생부'를 버리고,
쓸쓸한 '정시러'의 길을 택했고,
그리고 교사들이 내게 금지했던 '염색'을 늘 개학마다
했으며,
나는 더 이상, 학교에서 보충과 야자를 해야할 정도로
수동적인 존재가 아님을 밝히기 위해 학교 대신 내가 택한 것은 독서실이었다.
허나, 또 실패했다.
그 실패를 감추고 싶었다.
그래서 거짓말을 했다.
아주 새빨간 거짓말을 했다.
성적을 밝히는 것이 싫었고,
점수에 대해 논하는 것도, 듣는 것도, 보는 것도 싫었다.
계속 좌절되는 삶을 보며, 나는 또 눈물을 흘릴 수 밖에 없던 것.
그 누군가는 졸업식 날, 정문을 붙잡으며
열등감과 두려움에 손을 떨었다고 했던가.
나는 잡지도, 떨지도 못했다.
졸업식을 가지 않았으니까.
감추고 싶었으니까, 내가 실패했다는 그 모든 사실을.
그리고, 재수생으로서의 삶을 보내게 됐고,
우연찮게 생각의 단초들을 줍게된 것.
그렇게,
난 올해 참 많은 것을 봤고, 느꼈고, 깨달았다.
그 중 중요시 하는 것은,
"말하고픈 좌절"에 대한 생각이다.
나는 좌절을 말하고 싶지 않았던 인간이었다.
내 자신을 너무도 사랑한 나머지, 반칙을 쓸 수 밖에
없었고, 숨을 수 밖에 없었던 것.
허나, 많은 것을 배우고 또 느끼고, 알아가면서
그 실패가 결국은, 내 삶을 여기까지 이끈 장본인이었음을
알았다.
실패에 대해서 짓궂게 생각해봤다.
그 부끄러운 감정에 대해서도 다시 느껴봤다.
여전히 낯설다. 허나, 이제는 익숙해졌고, 그것 또한
내 삶의 일부가 아닌가.
이제는 좌절을 말하고자 함이다.
부끄러웠고, 또 힘들었던 그 감정을
발설함으로써 나는 나를 성장시켰다.
그는 내 상처가 아니라, 내 삶의 일부였다.
그 때 실패를 한 내 자아들은,
흑과 백 사이의 무수한 회색들이었음을,
좌절은 숨기는 것이 아니라,
떳떳하게 말하는 것임을,
또, 그것이 내가 갖고자 하는 '순수'의 정의임을
역설하고자 함이다.
눈을 스르르 감아본다.
저기 바다가 있다.
저 깊은 곳에 고뇌를 끝마친
철학과 학생 이명준이 잠수를 하고 있다.
그에게 손을 내밀어 본다.
이윽고, 그는 내 손을 뿌리친다.
그는 아직도 순수만을 갈망하고 있는 것.
그 경지를 잠시 생각해 본다.
내 머리에서 '꿈'이라는 단어를 생각해 본다.
내 꿈이 아직 좌절된 것은 아니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 때의 갈매기들은 여전히도 그렇다고 한다.
잠수할 준비를 한다.
나 또한, 순수만을 갈망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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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 조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