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비셀럽공주✨ [541907] · MS 2014 · 쪽지

2018-10-18 23:5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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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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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같이 불안하고 또 춥고,

힘들고, 슬플 때면 내 유년의 준거를

가까운 이에게 말하는 버릇이 있습니다.


수 많은 과거 중에서

그토록 그리운 장면이 무엇이었는가.


여기 서 있는 내가 그 때의 나를

묘사하는 것이기에 마음이 이리저리 

바람이 스쳐 지나듯 흘러다닙니다.


그럼에도 말합니다.


그의 손을 꽉 잡고,

내가 가야하는 방향을 향해 길을 나서는 것이

'정도'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누군가는 내게 말했습니다.

과거는 '미화'되기 마련이니, 그 과거에 집착하는 사람은

필연적으로 망하게 되어있다고.


그렇지만, 적어도 내 삶에서

죽고 싶었던 그 순간들에서 

나의 그릇된 생각을 막은 것은

그 준거였습니다.


이번 년도는 인생 19년 중

복잡하고 힘겨운 생각을 가장 많이했던 년도였기에,

더욱 그 그리움은 짙어졌습니다.


내가 다시 돌아가고 싶은 곳,

유년을 떠올리면 바로 내 머리를 채우는 한 폭의 그림.

그 곳으로 발을 옮기고 싶습니다.


이번 추석에 그 곳에 갔습니다.

나의 유년의 준거를 가득채웠던 사람의 무덤이 있는 곳을,

내 머리를 채우는 그림의 배경인 곳을.


그 곳에 새긴 내 이름 앞에 서서, 그 사람에게 다짐했습니다.

절대로, 당신의 묘비명에 새겨진 내 이름이 부끄럽지 않도록

살겠다고.


난 그 첫걸음이 '그리움'에 대한 바른 시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그리움'을 벗삼아 지금 이 힘듦을 헤쳐나가는 것이

응당 나의 도리일 것이며, 그녀가 원했던 나였을터.


그래서, 요즘도 엄마에게,

당신의 엄마를 묘사하곤 합니다.

나에게 그녀와의 추억이란 무엇이었는가.


우리는 그 때마다 매번 웁니다.

그 곳에서도 울고, 나 혼자서도, 엄마 혼자서도

그저 웁니다.


그랬습니다.

적어도 내 인생에서의 그 눈물은,

그 어떤 것보다도 빛났던, 삶의 방향을 비춰줬던

한 줄기의 빛과 같았고, 같습니다.


과거는 '미화'되기에, 그 자체로

추억이며, 그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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