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꽃✨ [541907] · MS 2014 (수정됨) · 쪽지

2018-10-04 01:0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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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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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판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이유는,

처음에는, 한 뾰족한 말 때문이었습니다.

누군가를 철저하게 짓밟으려하고, 지금 자신의 권위를

유지하기 위해, 한 교사가 내게 찌른 창 때문이었습니다.


내게는 그 시작이, 다수의 의견에 난생 처음으로

맞섰던 순간이었습니다.


무섭고 또 무서웠습니다.

그러나, 주위에는 나 혼자 뿐.

결국 말로 인해 상처입은 나 자신을

나만이, 오로지 나 자신만이 치유할 수 있는 상황.


그 고독한 치유의 과정에서 결심했습니다.

사람들의 꿈을 지켜주는 사람이 되겠다고.

어떤 천직을 만날지는 모르지만, 그것을 첫 번째

전제로 삼겠다고.


내가 느끼는 지금의 아픔을, 다시는 미래 세대에게

전가시키지 하지 않겠다고.


야자 불참서를 학교 교무실에 내고, 독학 재수학원에서 52번 독서대 좌석표를 배부받았던 그 소년은, 주먹을 쥐고 다짐했고, 또 다짐했습니다.


가끔, 그 장면이 꿈에 나타나기도 합니다.

그만큼 치욕적이었고 아팠던 나날들로,

내게는 기억되고 있으니까요.


재수를 하면서, 그 소년에게 고마움을 느꼈습니다.

그 덕분에, 지금의 행복을 누리는 내가,

'타자와의 조화'라는 의미를 깊이 체득한 내가

있는 거라고 여겨졌기 때문입니다.


수능이, 어쩌면 그 소년이 이제껏 품어온 아픔의 소멸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나는 아직도, 그 다짐을 지키고 싶습니다.

그 따뜻함만이, 나를 더 나답게 만들 수 있고,

더 나아가 누군가의 꿈을 지키는 사람으로서의

나로 인도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이 길을 거닐면서 배운 것은,

뾰족한 말을 건넨 한 교사에게 

복수하는 방법이 아닌,


그를 용서하고, 그로부터 받은

상처를 미래의 발판으로 치환하는

방법이었음을,


그 소년에게, 더 나아가 누군가에게

강력히 역설하고자 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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