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꽃✨ [541907] · MS 2014 (수정됨) · 쪽지

2018-09-27 23:4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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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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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수를 수능 당일에 결정하게 되어서,

남들에 비해 비교적으로 조금 일찍 재수를 하게 됐습니다.


12월23일.

화련한 크리스마스 앞에 빛나는 나무들,

그 옆에 나는, 낯설게 앉아있을 수 밖에 없었기에,

말을 잃었던 날이었습니다.


그 때 결심했었습니다.

절대로 결과만을 위해서 이 열등감과 슬픔을

정당화시키지 않겠다고.


무언가를 나는 준비해야만 했습니다.

그 나무를 바라보는 내 자신에게 있어

그 때 당시 시간을 때울 '망상 거리'가

그것밖에 없었노라고 하면 적절한 표현이 되겠군요.


무엇을 준비할까.

내게는 그것이 '20대의 시작'이었습니다.


대학에 오면 감당치 못할만치 무한한 자유(Freheit)를

얻게될 것이라는 어느 노 교수의 말이

퍽이나 무섭게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또한, 그 자유를, '자유'답게 자유로이 쓰기 위해서는

거대한 이 구멍을 무엇으로 채울 지에 대한

나름의 고뇌와 고민이 있어야만 함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수능이 50일도 안 남은 지금,

어느 정도 그 힘든 질문에 대한

답을 내렸습니다.


'따뜻함.'


나는 20대를 나만이 가질 수 있는

따뜻함으로 열기로 했습니다.


누군가는 절대 가질 수 없고,

심지어 아라비아의 신 마저도 빼앗을 수 없는,

나만의 따뜻함으로 그를 열어보기로 했습니다.


그 길이 내가 지금까지 걸어왔던 길과는

비교도 못할만큼 무섭고, 지독하고, 불안한 것이어도


내가 내 자신을 온전히 치유할 수 있는

능력이리라고 생각했으므로.


나는 요즘, 그 따뜻함으로

이번 겨울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12월 23일에

어쩔 수 없이 침묵해야만 했던 한 소년의 

'한'을 푸는 곡조임을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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