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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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해지려고 많이 노력했습니다.
착함이 자신의 자존감을 드높이는 수단이기도 했고,
내게 있어서 착함이란 자신의 상처를 잘 이해하고 있고 잘 어루만지고 있다는 표상이기도 했고, 착함이 이 세상을, 혹은
위험에 처한 자아의 세계를 구할 수도 있다는 믿음이기도
했으니까요.
미천한 사람인지라, 부모 속을 썩이지 않고
대학에 가면 안 되는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 시간 속에서, 요즘들어 나는 여느 때보다도
더 나의 속을, 본질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상처를 받는 하찮은 존재이기도 하지만,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는 더러운 존재이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이 질문에 선뜻 대답하기가 그렇습니다.
노력을 했는데도, 나는 아직 나쁜가 봅니다.
나를 안 좋게 보는 눈썹의 선형을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믿었는데, 그렇지 않았나 봅니다.
아직은, 더 상처를 받으면서 그를 면밀히 탐구해야 하나 봅니다.
조금 더 착하게 살고 싶습니다.
무의식적으로나 의식적으로나 남에게
상처보다는 뜨거움을 주는 존재가 되고 싶습니다.
허나, 그것은 분명 만만치 않은 일.
그래서, 이 고민을 오랫동안 가져보기로 했습니다.
언젠가, 앤드류 와일즈처럼 남 앞에서
그 숱한 고민의 답안을 보여주는 날이 오리란 것을
믿으며.
나는 아직, 나쁜 사람입니다.
지독하리만치, 아픈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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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영=사나 부터 그만두시지 말입니다
매우 질나쁜 행동입니다.
내가 착해진건지 세상이 너무 나빠져서 그냥 착해보이는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