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위한 의사 [593015] · MS 2015 (수정됨) · 쪽지

2018-09-13 04:34:33
조회수 3,299

마음이 심란해서 쓰는 글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18395526

안녕하세요 2015년 고1시절부터 활동했던 '너를 위한 의사'라고 합니다. 


운동을 해도 잠이 안 와서 이렇게 글을 씁니다.. (글의 두서가 매우 떨어지는 점 양해바랍니다.) 


긴 글이니 천천히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의 이야기는 제 바로 전 글에 나와있습니다. 


https://orbi.kr/00017959789/%EA%B7%BC%ED%99%A9%EC%9E%85%EB%8B%88%EB%8B%A4.%20


저를 간단히 소개하자면 고3시절 정시를 혼자서 해내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지만 


저 스스로를 통제하지 못하고 핸드폰만 하다가 수험생활을 망치고 


제 자신을 깎아내리다가 결국 절대 가지 않겠다는 대학에 가게 된 후 원치 않는 곳에서 1학기를 보낸 후 


이 학교에서 똑같은 일상을 다시 반복할 용기가 나지않아 일찍 군대를 선택한.. 사람입니다. 


전 이번 달 17일 공군에 입대합니다. 오늘 날짜를 기준으로 하면 4일 남았네요.


어떻게 살아야 할지 도무지 감이 잡히질 않아서 조언을 바라는 글을 썼고 


전에 쓴 글에 '방향을 다시 잡을 고민'을 하라고 조언해주셨던 분이 계셨습니다.


공군에 합격하고 입대 날짜가 정해지고 난 후 군대가기 전까지 스스로에 대한 반성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4일이 남은 지금 시간이 갈수록 마음만 싱숭생숭 해질 뿐 딱히 무언가를 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제가 작년과 올해를 지내오면서 문뜩 저의 몇가지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1. 위축&정체


저는 많이 지쳐있는 것 같습니다. 아니 지쳤습니다. 


저의 위축이 시작된 시기는 아마 시기는 고2 겨울 저 스스로 기숙사를 나왔을 때 일겁니다. 


전 고2 겨울방학이 될때까지 어떠한 개념도 완성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학원과 자습을 모두 끊고 저 혼자 독서실을 다니며 공부를 시작헀습니다. 


식사 시간도 줄이고 아침 일찍 도서관에 가 공부를 했습니다.  


성공 수기들을 보며 '나도 할 수 있어' 라는 생각을 가지고 말도 안되는 공부량을 설정헀습니다.


마음먹고 2~3일까지는 다 지키지 못해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고 매일 매일 양을 줄여가며 제 자신이 게으르다고 탓했습니다. 


애초에 하루에 줄인 양의 반절도 할 수 없었는데 말이죠. 


효율보다 양에 집착했고 한 마리의 토끼도 잡지 못한 채 겉핥기 공부만 했습니다. 


겨울방학을 허투로 보내고 저를 벼르고 있던 저의 친구들은 3월 성적을 보고 


앞 뒤 가리지 않고 저의 험담을 헀습니다. 정도가 많이 지나쳤습니다. 


매일 매일 "넌 무조건 재수해"라는 말을 듣지 않으면 하루가 가지 않을 정도로 심했습니다.


정말 과장이 아니고 이런 말을 매일 들었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수능이 다가올수록 저는 안주거리였고 잠깐의 대화주제였습니다.


무시하는 친구들은 늘어났고 친한 몇 명의 친구말고는 전부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조언을 해주는 친구는 없었습니다. 아니 있었지만 제가 듣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좋은 조언 한 마디라면 앞담과 비꼬는 말은 좋은 말이 잊혀질만큼 몇 십배는 넘게 했으니까요.


그런 말에 저는 휘둘린 것 같습니다. 


좋은 성적으로 보답하겠다는 마음가짐은 저를 험담하는 시선앞에 무너져 내렸습니다. 


점점 작아졌습니다. 


사람들의 시선을 더욱 의식하는 저였기에 제가 잘하는 모습조차 깎아내리기 바빴습니다. 


학교에선 뒷담까이고, 독서실에선 핸드폰하고, 집에올땐 자책하고


악순환의 반복이였습니다. 


오르비에 수없이 많을 글을 써왔었지만 금방 의지박약을 드러냈고 달라지는 것은 없었습니다.


좋은 오르비언 분들의 따뜻한 조언, 따끔한 조언 등도 오래가지 못하고 금방 사그러 들었습니다.


오르비 맨날 와서 징징대고 일침 몇번듣고 다시 공부하러간다 어쩐다하다가 


또 돌아와서 뭐 멘탈나가서 공부못했다.. 친구들이 무시한다 무한반복 


그렇게 저는 어리석은 생활을 하다가 수시가 전부 떨어지고 지방대에 입학하게되었습니다.  


위축되었습니다.  제 자신에게 떳떳하지 못했고 어떠한 것도 할 자신감이 생기질 않았습니다.


내 페이스 대로 내가 할 수 있는 걸 하자는 생각도


나약한 의지앞에는 말짱도루묵이였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하고싶지 않았습니다. 1년만에 저는 달라졌습니다. 


순간순간의 실패는 하루의 실패로 이어졌고, 하루는 1주일, 한달.. 1년.. 


순간이 사람을 바꾼다는 것이 맞는 말인 것 같습니다. 


1년사이 저는 자존감이 극히 낮아졌고 위축되었습니다..


조언에도 쉽게 달라지지 않게 되었습니다.


대학에 와서도 크게 달라지는 건 없었습니다. 


기숙사에 들어가고 일주일은 이 곳을 나가야겠다고.. 반수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기숙사 서랍에 있는 작년치 수능완성과 단어장은 펴질 않더군요.


대학 생활은 그냥 생각이 정체해있던 시기였습니다.  


학점이 4,4가 나와 과탑이 되고 적지만 장학금을 받아도 


'이런 대학에서 잘해봤자 뭐해', '나같은 새끼가 과탑할 정도라니..' 라는 생각이 더 우선적으로 들었습니다. 


얼마 전 글을 써도 크게 달라지질 않더군요. 


이러고 있으면 안되는데 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다시 자존감을 회복해야 겠다는 생각은 무뎌지고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고 저 스스로를 인정하지 못하고 또 저를 욕하고..


정말 미칠 것 같습니다. 


누군가가 할 수 있다고 조언해줘도 저 스스로 알겠다고 대답을 해도 또 돌아옵니다.


이게 정말 사람을 미치게 만듭니다. 뭘 고쳐야 할지 모를 정도로요.. 


제가 정말 누군가의 조언을 받아들이고 대답을 하는건지 억지로 하는건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2. 거짓말


저는 거짓말쟁이입니다. 전 가장 큰 거짓말을 했습니다.


사실 전 지방대에 다닙니다. 네 오르비언분들은 알고 계실섭니다.


하지만 제 주변 사람들은 제가 지거국(지방거점국립대)에 다니는 줄 압니다.


지거국에 다닌다고 거짓말한거죠. 


제 대학이 속해있는 지역에 지거국이 하나 있고 그 외 지방대가 많습니다. 


전 그 외 지방대중에 하나를 다닙니다. 


그 지역 근처 주변 대학을 다니는 제 친구들도 있었죠. 


저에게 대학을 물어보길래 전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지거국 대학을 말했습니다. 


그 친구는 의심없이 "오~ 잘갔네" 라며 말해주었고, 어디 과라고 물어보는 말에 과까지도 거짓말을 헀습니다.


처음 말하면서도 스스로 당황했고 앞으로 이런 일이 없기를 바럤습니다. 


하지만 제 주변 친구들, 가끔 가다 만나는 친구들은 자연히 저에게 물어보더군요.


어쩌면 당연하지만 전 물어보지 않기를 바랬습니다. 


하지만 꼭 물어보는 친구들이 있었고.. 전 계속 거짓말을 했습니다.


거짓말을 하면 할수록 늘어갔습니다.


'이러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보단 


'내가 이런 대학에 다니는 걸 들키고, 누가 나를 험담하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고향에 내려와 공부를 잘하던 친구를 만났었습니다. 


그 친구는 의대에 갔습니다. 오랜만에 만나는 그 친구는 제가 가고싶었던 의대에 갔고


우연히 대화할 기회가 생겨 먼저 말을 걸었습니다.


다행이 그 친구는 저를 알아봤고 저에게 잘 지내냐고 물어봤습니다.


전 잘 지냈다고.. 그리고 대학은 지거국에 갔다고 말했습니다. 


그 친구는 저에게 대학은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말이죠. 


전 친구에게 부럽다는 말 외에 할 말이 없었습니다.


단지 부럽다는 생각말고는 그리고 내 대학이 들키면 안된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기 때문입니다.


거짓말인걸 알면서도 하게 되더군요. 


아직 저를 인정하지 못한걸까요.. 


거짓말은 언젠가 들통날거라고 생각합니다. 이 거짓말이 들통나지 않으려면..


제가 대학을 바꾸던가.. 취직을 하던가.. 다른 선택지를 찾아내야..하는 게 맞을 텐데요..


3. 열등감&트라우마


사실 가장 심각한 문제가 아닐까 싶네요. 


3년동안 의대를 목매달아왔고, 그 과정엔 만족 할만한 수험생활, 원하는 수능성적이 나오기를 바랬습니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습니다. 아니 그렇게 될 수가 없었습니다.


아직까지 어느 부분부터 잘못된지 모를 정도로 많은 것이 비틀어져 있으니까요.


수능에 실패한 이후 저에게 남은 건 없었습니다.


어떠한 것도 없었습니다. 


불어난 체중, 많은 스트레스, 낮은 자존감, 초라한 수능성적


그리고 "실패자" 라는 타이틀을 누군가가 준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저보다 좋은 대학에 간 친구들 앞에선 자연스레 열등감을 느끼고 가슴 한 켠이 답답했습니다.


수능에 실패한 이후 제가 한 많은 일들은 쉽게 이루었습니다.


다이어트도 한 달에 20kg를 넘게 감량하고 단 한번의 요요없이 7개월 동안 같은 몸무계를 유지하고


남들 다 안한다는 운동 매일 런닝하고


어렸을 때 아에 감도 못잡았던 도 3주만에 자유형을 할 수 있을 정도며


컴맹이였던 제가 전공이였던 오토캐드를 배워서 A+를 맞았고


타이어 분해 조립도 과 동기들 중에서 1위로 완성했습니다. 


수능 이후에 제가 한 많은 일들은 전부 원활하게 이루어 졌습니다. 군대도 붙고..


대학 입시가 끝난 이후 유난히 운도 좋았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는 제가 아직 수능에 트라우마가 있다는 것을 대학 열등감을 느낀다는 것을 알게된 사건이 있었습니다.


의료관련 서류를 떼기위해 큰병원에 가게 될 일이 있었습니다. 


여차해서 병원에 들어가는데 옆에 의사분이 지나가셨습니다. 


근데 저는 자연히 고개를 피하고 시선을 완전히 피하게 되더군요. 


정말 죄지은 사람처럼 지나가는 의사분들이 있을 때마다 피해다녔습니다. 


의사 선생님께서 물어보는 질문에도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쉽게 대답도 잘 하지 못했습니다.


생전 처음보는 의사분들인데 저를 욕하는 것 같이 느껴졌습니다.


저를 비웃는 것 같이 느껴지고.. 그냥 무섭더군요.




여기까지가 입대가 얼마남지 않은 학생의 고민이였습니다. 


그냥 마음이 많이 심란하네요. 솔직히 이 글보고 욕하실 분도 많이 계실겁니다.


저같이 이렇게 답답하게 있는 사람.. 도움 안될거거든요..ㅠ


말해도 안 듣는데 뭐더러 조언하냐 하시는 분 계실겁니다. 


그래요. 맞아요. 근데 솔직히 저도 답답해요.


어디서 잘못된지도 모르겠으니까 더 답답해요. 


조언 해주시는 거 감사해요. 욕하시는 것도 다 받아드릴 수 있어요.


근데 저도 계속 다시 한심하던 그떄의 저로 돌아오는게 너무 답답하고 토가 나올 정도로 혐오스러워요.


저도 진짜 자존감 넘치던 그때로 돌아가고 싶어요.


고1, 고2 저만 바라보고 다 해내던 시기가 그리워요. 


절 믿어주던 사람이 있었는데 제가 다 쳐낸 것 같아서 슬퍼요. 


제 자신을 사랑하라는 게 이렇게 어렵나요.


긍정적인 말을 써도 달라지지 않는게 너무 힘들어요. 


군대에서 뭘 할지도 모르겠고 


수능을 다시 준비하는 게 맞을지도 모르겠고


군대 가기 전에 그냥 이렇게 백수처럼 사는 게 편한대 전역해서도 이렇게 살면 안되는 것도 알고..


다 잊고 백지로 만들고 새로 시작하고 싶은데


전역하면 21살.. 무언가를 정해놓은 것도 아니고 목표가 있는 것도 아니고..


잊는게.. 그게 너무 힘들어요.. 제가 아직 수능에 미련이 있는 걸까요


대학 생활동안 제가 뭘 위해 살았는지도 모르겠고


군대 일찍 가는 것도 앞으로 살면서 장애물을 없애겠다는 생각이였지만


사실 도피라는 생각밖에 안들고


이렇게 징징대봤자 달라지는 게 없는 것도 아는데...


군대 가기 전이 되니까 별의별 생각이 다 드네요.


이렇게 신세한탄하는 글 써서 죄송합니다.


솔직히 저도 제가 조언을 받고싶은건지 욕을 먹고싶은건지도 잘 모르겠어요. 



추천 버튼 한 번씩만 부탁드릴게요.. 


많은 사람이 보면 그 중에 제가 뭘 하면 될지 아시는 분도 계시지 않을까요..ㅠㅠ















0 XDK (+0)

  1.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