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랏말쌈- [430932] · MS 2017 (수정됨) · 쪽지

2018-08-25 23:49:34
조회수 1,812

11. /ㅈ/은 원래 경구개음이 아니다??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18221232

오늘은 국어사에 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구개음화에 대한 것인데요, 구개음화라는 것은 다들 아시다시피

굳이 [구지], 같이[가치] 이런거죠.


그런데 중세국어 문헌에 보면

'좋다'를 '둏다'로 적혀있는 것을 많이들 보셨을 거예요.


그러면 그 때는 왜! 그 때는 분명 소리나는 대로 적었던 시기인데

'둏다'를 '죻다'로 적지 않고 '둏다'로 적었을까요?


그 이유는 /ㅈ/이 경구개음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현대 국어의 '구개음화'라는 것은 '구개음이 아닌 것이 구개음(ㅈ, ㅊ)으로 변한다'는 것인데

/ㅈ, ㅊ/ 자체가 구개음이 아니었기 때문에 구개음화가 일어날 수 없었던 것이죠.


그 증거는 훈민정음 해례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요,

아, 설, 순, 치 후 중에서 'ㅈ,ㅊ'이 어디에 속하나요?

바로 'ㅅ'과 같은 계열인 '치음'에 속합니다. 즉, /ㅈ,ㅊ/은 치조음이었던 것이죠.


현대의 구개음화라는 것은 'ㄷ+ㅣ'의 발음이 불편해서 'ㅈ+ㅣ'로 발음하는 것인데('ㄷ'과 'ㅣ'의 거리보다 'ㅈ'과 'ㅣ'의 거리가 더 가까워서), 'ㄷ'과 'ㅈ'의 조음 위치가 치조음으로 같았다면 굳이 'ㄷ'을 'ㅈ'으로 바꿔 발음할 필요가 없었다는 것이죠.


그러면 /ㅈ/은 어느 시기에서부터 치조음에서 경구개음으로 바뀌었을까요? 

바로 근대국어(17세기 이후)입니다. 그 때부터 /ㅈ/이 경구개음으로 변화하고, 그때서야 'ㄷ+ㅣ'보다 'ㅈ+ㅣ'의 발음이 더 편해진 것이죠. 

아직 북한의 서북지역에서는 /ㅈ/이 치조음으로 남아있다고 합니다.


이 결과에 따라 '둏다'는 '좋다'로 '티다'는 '치다' 등으로 한 형태소 안에서도(둏-, 티-) 구개음화를 겪어 그 어형이 바뀌었습니다.


그럼 여기서 의문, 지금 '잔디'나 '느티나무' 등은 왜 구개음화를 겪지 않고, 즉 다시말해 '잔지, 느치나무' 등으로 전해지지 않는 걸까요? 그 이유는 '잔디'나 '느티나무'는 원래 '잔듸, 느틔' 등의 형태여서 구개음화를 겪을 환경('ㅣ'나 반모음'ㅣ')을 지니고 있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즉 '잔듸'가 '잔디'가 되었을 시기에는 이미 구개음화가 한 형태소에서 진행되는 시기는 끝났다는 것입니다. 


이해를 돕기 위한 시기 구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중세 국어(15C)     근대국어(17C)       현대 국어


둏다                   죻다                    좋다

느틔                   느틔                     느티


정리하자면 근대 국어의 구개음화는 'ㄷ,ㅌ+ㅣ'는 모두 'ㅈ, ㅊ+ㅣ'로 변화시켰는데 그 때 'ㅢ, ·ㅣ'를 가졌던 모음은 구개음화를 겪지 않을 방패같은 역할을 했다는 것이죠.


오늘은 조금 어려운 내용을 다루었습니다. 이해가 안되는 부분은 댓글로 달아주시고, 아마 수능에 나온다면 비문학같이 긴 지문으로 출제될 것이라 생각됩니다!


0 XDK (+0)

  1.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