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밤!)8월25일 토요일 D-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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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따뜻하지만 흐릿한 구름을 갈망했는지도 모른다.
흐릿함이 싫어서 햇빛이 매우 밝은 곳에 갔지만,
내가 기다리는 현실은 없었으니까.
비가 올듯 말듯,
햇빛이 구름을 뚫을듯 말듯,
컵 안에 커피가 조금 더 어두워보이는 배경을
원했던 것일 지도 모른다.
어느 쪽으로 가든, 재해란 있었으므로.
홍수와 가뭄.
그래서 애매함을 나도 몰래
애타게 그리워했는지도 모른다.
그래, 당분간은 내게 위험은
몰아치지 않을테니.
비가 온다고 했다.
햇빛이 구름을 뚫는 일은
없을 거라고 했다.
우산을 챙기면 될 뿐이지만,
한 번 쯤은 햇빛이 구름 사이로 보였으면.
처음 시작했을 때는 정확함을 얻고자 했다.
그러나, 이내 그것이 터무니 없음을 알게 된다.
좇아야 하는 것, 좇고 싶은 것은 애매함이다.
나로서는, 정확함으로부터 주어지는 허탈감과
신비함으로부터 주어지는 어리석음을 두 번 다시
겪을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하루 빨리 이 내면의 애매함을 당연스레 여기는
내가 되길 빈다.
지하철값 720원을 700원으로,
할머니의 무덤을 침대로,
정오를 여유로운 오전으로
인식하려드는 '못 됨'을 그저 당연스러운 일이라며
생각의 뉴런 밖으로 치빼는 내가 되길 빈다.
이명준의 생각이 그랬을까.
남과 북의 위태로움을 당연스레 여기는 자신이
모든 회상을 끝마치고 나서 드디어 도래했음을,
깨닫고.
작가의 잠수 명령을 그대로 이행한 것일까.
그 끝이 잠수라도 좋다.
한 번 쯤은 아픈 증오가 아픈 현실에 짓눌려
없어지는 것을 보고싶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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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공 플래너
갬성 체고글씨 진짜 얇게 쓰시는데 뭐로 쓰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