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해서 써보는 카이스트 학교장 추천전형 광탈.ssul + 창의력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17775738
고3 때 였습니다.
꿈이 과학자였기에 당연히 카이스트, 포항공대 입학을 생각중이었죠.
하지만 정시전형이 없었기에 이리저리 수시를 알아보던중
카이스트에 한학교에 1명만 추천할 수 있는 학교장 추천전형이 있다는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별로 알려지지 않은 전형이었고, 저희학교에 저랑 경쟁할 사람이 1명있었는데 제가 후보가 되었습니다.
지금생각해보면 말도 안되는 짓이었습니다... 저는 지방 사립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내신2.7... 경시대회 수상경력 無
그런데 모의고사는 저랑 경쟁할 친구보다 약간 높아서 제가 후보가 된 것이지요.
그때가 6월 평가원 성적표가 나오고 얼마되지 않았을 무렵이었죠. 그때 쓸데없이 잘쳐버렸습니다...ㅎㅎ
그친구에게 조금 미안한 감정이 있었지만 그래도 열심히 제출자료를 모으고 해서 면접을 보게 되었습니다.
면접당일이 되고 면접관과 마주하였습니다.
면접관의 태도는 솔직히 말해서 그렇게 반갑지 않은? 태도였습니다.
잘 나왔던 6월 평가원 성적표도 첨부하였고
저는 제가 이때까지 과학에 얼마나 관심이 많고, 얼마나 많은 창의적 생각을 했는지 열변을 토했지만
면접관은 그런것에 대해서 전혀 듣지 않았고, 그냥 저의 내신성적표를 보고는
"내신성적이 이렇게 낮으면, 당연히 불성실한 학생으로 밖에 볼 수 없다"
라는 말만 하고 나머지 질문은 이미 "너는 광탈이다 그러니 그냥 대충질문할게" 라는태도로 일관 하였습니다.
당연히 면접탈락할걸 예상했고, 결과는 뻔했습니다. 광탈이었죠.
물론 저는 그해 수능도 아주 말아먹었고, 재수를 해서 어느정도 공부에 대한
깨달음을 얻고 운좋게 의대를 가긴하였지만
오랜시간이 지나서 그때를 가끔식 생각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저는 내신성적이 낮다고 불성실한 학생이라고 한 말에 대해선 아직도 절대 동의할 수 없습니다.
저는 당연히 수능에 대해선 성실한 학생이었고, 공부자체에 성실하고 정말로 좋아한 학생이었기 때문이죠.
수업은 제가 수능공부를 하기위해 의도적으로 듣지를 않았고, 내신시험에 에너지를 쓸 겨를이 없었습니다.
내신도 수능만큼 노력했다면 당연히 1.x 초반대 등급을 받았겠지요.
그런데 제 에너지를 거기에 낭비할 필요가 있었을까요?
하지만 저는 면접관이 저를 광탈시킨것에 대해서는 아직도 정말 감사히 여기고 있습니다.
저는 고3때까지 창의력이 전부인지 알았습니다. 제 잠재력은 누구보다도 크다고 생각하였고
훌륭한 과학자가 되는데 아무 문제가 없었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재수를 하면서 어떻게 철이들었는지, 하늘이 도왔는지는 모르겠지만 공부에 대한 진지한 생각을 할
시간이 많아졌고, 정말 열심히 공부를 하면서 제가 왜 그렇게 많은 수시에서 모두 다 떨어졌는지 알 것같았습니다.
저는 객관적인 지표로 증명할 수상실적하나도 없이, 창의력과 잠재력만을 믿어달라고 떼쓰는 초등학생 마인드를
고3때까지 가지고 있었습니다.
저는 오히려 현역 수능을 망한게 인생에서 일어난 가장 좋은일이라고 아직까지 생각합니다.
그런마인드를 가지고 운좋게 수능을 잘쳐서 연구자의 길을 걷는다면,
자만에 빠져서 결국은 실패할 가능성이 높기때문이죠.
물론 제가 정말로 잠재력이있고, 창의력이 뛰어날 가능성도 있겠지요. 하지만 그게 중요한게 아닙니다.
재수를 하면서 공부를 열심히 하면서 공부가 더 좋아지고, 가장 크게 깨달았던건
탄탄한 기초지식이 없는 창의력은 아무 쓸모가 없다... 라는것이었습니다.
세상을 바꾸는건 창의력이 맞습니다, 하지만 창의력만 가지고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요?
과학책에서 나오는 과학자들의 이야기를 읽으면, 창의력 하나로 갑자기 새로운 물질을 개발하고, 새로운 이론을내고
하는것처럼 간추려 나옵니다. 하지만 좀더 깊게 파고들면, 그 하나의 발견, 이론은 절대로 하늘에서 갑자기 떨어진게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배경으로 되는 지식들을 체화될때까지 지루하고 고통스러운 과정들을
끊임없이 반복하고, 응용하는 연습끝에 조그만한 창조를 이룰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공부에 집중을 해야 할 재수때 이런생각을 한 것이 수능성적에는 크게 영향을 주지는 못했지만
앞으로 연구자가 되는데 정말 큰 영향을 줄 것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전 아직은 걸음마단계의 연구자이기 때문에 제가 설명했던,
기본배경지식을 체화하는 지루한 과정이 더 많은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먼 미래에 제가 굳게 믿고 있는 제 창의력과, 잠재력을 쓸날이 언젠가 오면
다시 2010년 카이스트 면접날을 떠올릴것 같습니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얼버기기상
-
모기 컷 0
-
얼버잠 수면실패 0
늦잠
-
아니면 따로 인터넷 달아서 쓰시는중?
-
멋지시네요(cool)
-
얼버잠 1
-
소득분위 10분위중 8분위 이하 아마 거의 반?은 국장+전액장학(학교장학) 받아서...
-
어떻게 해결해야할까요? 누구나 열등감 하나쯤은 갖고있겠지만 제 열등감은 품고 살...
-
재수 문제집 0
이번 수능 끝나고 새로운 문제집 사고 싶어서 지금은 pdf 파일 a4로 프린트해서...
-
현역이고 시리즈도 겁나 많던데.. 미대라 수학은 안하고 국영지1세계사 만 하는데...
-
오늘 공부한 시간 - 3시간 42분 오늘 한 공부 수학 - 오르빗 70번까지 -...
-
그렇게하면 많이 안맞을까요? 의대생기부가 그나마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영역이 어디죠 치한약수 중에
-
얼버기 0
는 아니고 걍 잠 못 잠 ㅅㅂ
-
작수 무서운 점 2
19 22는 9평 물로 낸 후 다 방심시킨 뒤에 폭탄 던지고 1컷 84 떴는데...
-
님들 왜 안잠 1
-
저번주 목요일에 서민앱에서 신청해서 금욜승인나고 지금 ibk 계좌개설해서 오늘...
-
반수 최저러라 파이널 강좌로 김승리T 처음 들어봅니다 주간 학습 계획표 보면 EBS...
-
말이 되나 싶네 국어 그냥 호기심에 메가 낮은타수 분들 해설 봤는데 무슨 문학지문도...
-
국가장학금 기초수급자 아닌 이상 받을 수 있는 성적 커트라인 못해도 3.3/4.3...
-
ㅈㄴ 병신같긴 하다 휴르비 드간다….
-
그동안 쭉 의대생기부로 써왔음 차피 갈수있을만한 유일한 학종의대가 지역인재...
-
이번 9평을 기준으로 해봅시다 (1) 남들이 다 맞출법한데 혼자 틀린 문제 ex)...
-
옆에서 휴지 부스럭 거리고 재채기하면 많이 민폐죠…? 재채기도 코등 찌르면서 최대한...
-
이거에 양말만 갈아 신음 강민철 듣습니다
-
지역: 서울시, 과천시, 성남시, 용인시 과목: 수학 (미적, 확통), 물리학1 -...
-
농구를 그렇게했는데 겨울언제와
-
오늘 아침 8시부터 저녁 8시까지 끊임없이 콧물 질질 나고 재채기 했음 에어컨...
-
가을 옷 15
옯비언들도 가을 옷 사나요 다들 패션 취향 어떤지 궁금 일단 전 스트릿 조아해요
-
6평 집모 50 9평 현장 50인데 6평은 뭐 집모라 그렇다치고 9평은 헷갈리는...
-
진심 느끼고 싶지 않은 기분임…
-
그 무엇으로도 돌이킬 수가 없구나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을 보니 잘시간이 온거같다
-
자야되는데 0
늦개자면 학교 가서 쳐졸걸 알면서도 폰을 놓을 수가 없다..
-
표점 상관없고 1컷이나 2등급만 맞으면 되는상황이면 기하가 꿀 아님?
-
수분감 어삼쉬사 0
어삼쉬사는 무슨 쉬사를 9~14, 20~21이라고 잡아뒀던데 11번부터 막히는...
-
패션 안경 살까 0
원래 도수 높은 안경 썼다가 렌즈 끼고 그나마 사람답게 생겨졌는데 그 이후로 안경...
-
근데 사탐임
-
ㅅㅂ 공군가기 힘들다
-
오르비 망했다
-
하
-
화작 기하 영어 물리 지구 순서 원점수 85 93(22, 26틀) 3 45(13,...
-
걱정 마셈 1
이번 비 끝나면 수능 공기 입갤임
-
9월 끝나가는데 30도가 말이되냐;; 자다가 모기 때매 깼는데 슬슬 무서워질 지경임
-
안 자는 사람? 2
왜 안 자용?
-
드뎌 다했다 0
집 가자 더럽게 힘들었지만 오늘치 총정리과제 다 맞아서 행복
-
되도록이면 정상인들하고만 교류하는 게 좋음 이래서
-
오늘의 망상 2
연애도 좀 하고 친구들이랑 농구도 좀 하고 아는 형들이랑 오랜만에 만나서 술 한 잔...
-
심한 발상보다는 기출에서 나왔던 발상이 꼬여서 나오는 문제가 많은 n제 추천해 주세요
-
사설 망: 문제 너무 이상한데 사설 잘봄: 평가원보다 쉬운데, 평가원 이렇게 싑게...
-
국어 기출 책 뭐풀죠 지금까지 평가원 기출 제대로 안풀어봄
-
오우난 2
?️
기초의학 연구자... 그저 빛
감사합니다 ㅎㅎ 사람살리는 임상의사분들도 모두 빛!!
저도 기초의학 전공 생각하고있는데 임상의학에 비해서 좀 널널한가요?
제가 연구실을 잘 골랐는지는 모르겠지만 친구들 인턴하는거보면 몸은 훨씬 편합니다...ㅎㅎ 뭔가 공부를 계속해서 기쁜 마음도 있구요. 연구실 잘못걸리면 스트레스 엄청 받는다더라구요 ㅠㅠ
왜...난...붙고도...찝찝한...것일까 ㅜㅜ
존경합니다 카이스트..
결국 재수해요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