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탓 사회탓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17421588
1.
모든 사람이 최소한의 것을 가지고 태어나지는 않는다.
가끔 생각해본다.
만일 내 머리가 지금보다 안 좋았다면?
내 뇌전증이 조금 더 심각해서 발작이 하루에 2-3회 일어났다면?
가난이 더 심각했으면?
아버지가 도박 중독이나 알코올 중독에 걸렸었다면?
내가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더라면?
등등
그 어떤 조건 하나라도 맞지 않았더라면 해낼 수 없었음을 안다.
2.
나도 엄청나게 우울한 환경 속에서 자란 인간인지라,
인간의 노력을 굉장히 높게 생각하기도 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인간의 노력은 정말 대단한 가치를 창출한다.
두 학생이 있었다.
눅눅한 반지하. 폭력적인 아버지와 이혼한 홀어머니 아래에서
동생까지 보살피며 공부를 하던 학생이 있었다.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도 생각할 여유가 없었던 탓일까.
참으로 방황하던 학생이 있었다.
영양상태도 적당하고 몸은 건강했으니..
그 학생은 공부를 시작할 수 있었다.
지금 그 학생은 뭐.. 명문대에 다니지만.
아직 완전히 밝아 보이지는 않는다.
다른 학생이 있다.
이 학생도 마찬가지의 삶을 살았다.
아버지의 알코올 중독 증상에 매일같이 시달렸으며
울며 나에게 전화를 걸었던 학생이었다.
아래에 동생이 셋이나 있어서 일을 나가는 아픈 어머니 대신 동생들을 돌봐야 했다.
학교도 다니면서.
하지만 이건 언제까지나 상황이 변화하지 않을 것이다. 내지는 변화하더라도 긍정적 방향일 것이다. 하는 아주 막연한 낙관성에 기반했었다.
낙관성도 우리의 믿음이듯, 또한 우리의 믿음이 쉽게 깨지듯.
그 낙관론은 무너졌고, 공부를 놓을 수밖에 없었다.
아무것도 없었다.
걔는 자신을 위해 도대체 무엇을 할 수 있었는가.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그렇게 되었다.
3.
가끔 나보다 더 큰 아픔의 역사를 지닌 채로 우뚝 선 사람들을 본다.
이곳에도 여럿 있다.
내가 존경하는 사람들은 이들이다.
나처럼, 혹은 나보다도 무거운 고통의 무게를 지고서 가파른 돌층계를 올랐던 사람들.
혹은 오르는 사람들. 혹은 오를 사람들.
정보? "조금"은 없어도 괜찮다. 수능까지는!
놀랍겠지만, 해낼 수 있다.
비싼 자습실? 독서실? 괜찮다. "조용히 앉을 자리"만 있다면.
건강? 조금 좋지 않더라도 괜찮다. "몇 시간 앉아 생각할 겨를"만 있다면.
그런데 우리 세상엔 "조금"이. "조용히 앉을 자리"가. "몇 시간 앉아 생각할 겨를"조차도 없는 사람들이 많다.
그리고 그걸 모르는 사람들은 너무나도 많다.
참으로 마음 아픈 일이다.
0 XDK (+1,000)
-
1,000
-
23145 -> 1컷1컷133 50일만에 가능하다고 보시나요? 0
현실적으로 가능하다고 생각하세요? 화미생지일때요
-
y=x (-1<x<1) 그래프에서 교과서는 보통 최댓값 및 최솟값이 없다고...
-
"내가 존중할 수 있는 목숨에는 한계가 있어" "...안됐다고 생각했어" "네 친구...
-
이감 6-2 1
언매 75 독서 마지막 지문 시간 없어서 못 플었는데 끝나고 봐도 뒤지게 어렵당...
-
본인 E미래 샤프 제노엑스엔디(바뀐다는 그 샤프) 쿠루토가 펜텔 그래프 1000...
-
개인적인 견해지만 한은이 학군지의 의미를 좀 잘못 이해하는것같은게 학군지를 보내는...
-
22수능보다 어려울 수가 있구나
-
수능치고싶다 4
수능치는 당신들이 부러워
-
맞으려고 나왔는데 넘 오버하는건가.. 근데 코로나도 3번이나 걸렸고 독감은 2년에...
-
금주의 총정리 과제 체크리스트는 뭔가요? 본교재에 지문 분석은 혼자 해보는 건가요?...
-
고로 그림그릴거 추천받아용 히히
-
조퇴하고 쉬다가 스카가야지
-
솔직히 여성형은 누구나 예상 가능할 정도로 뻔했고 라이너 베르톨트도 생김새랑 복선을...
-
지금 해도 ㄱㅊ?
-
10월 지나면 갑자기 추워질 것 같아서 겨울 코트 샀음... 수능 끝나고 입으면 딱이다ㅎㅎ
-
왜냐면 이제부터 기다 림이 싸이버거 24시간이 넘을 싸이버거때마다대가리를 존나 쎄게...
-
실모 쳐보고 싶음 긴장감 저하 vs 사고력도 저하
-
사연자가 마이크 잡고 남중남고도 아니었는데 20년째 여자친구가 없었습니다 이러니까...
-
작수 고1 수학도 모르는 수준에 전문대에서 3개월 반수 후 화영기화1생1 순으로...
-
뭔가 뭔가 2퍼센트 꾸리꾸리한 느낌이 있는거 같은데 왜지..
-
강의실 확인 어떻게 하나요? 글고 첫날 조교한테 말해서 앞 차시 보강영상 받을수 있나요?
-
빨리 탈출이나 해야겠다
-
아 에타보니까 화나네 14
왜 나빼고 다 연애함
-
담쌤이랑 싸움 8
아침에 조퇴 빠꾸먹고 무단으로 집 가려는길에 학교복도에서 딱 마주쳤는데 내가 책가방...
-
미칠거같네 정말 답답하다 ㅠ
-
17번 천구그림만 좀 다듬으면 역대급 고트시험지 될듯 막 엄청 과한 것도 없이 1컷...
-
이젠 수능끝나고 경기도 본가로 올라가도 배달음식 같은 자극적인 맵단짠 음식은 못먹는...
-
답을 못 받아서... 이거 혹시 아시는분들 있으신가요?? 답변부탁드리겠습니다 ㅜㅜㅜ
-
이감 모의고사를 우연히 구해서 풀어봤는데 문학 - 화작 - 독서론+독서 이렇게...
-
ㅅㅂ
-
고전명곡 0
키야...
-
어서투표
-
조선의 양반이 된 기분이다
-
군침돈다
-
그러니까 물리해야지
-
Ebs 모의고사 vs 평가원 모의고사 생활과윤리 생윤 2
Ebs 만점마무리 모의고사를 풀면 거의 3문제 이상은 틀리는데 2017 6월 같은...
-
전: 안녕하세요, 저는 고등학교 3학년 학생입니다. 후: 안뇽하세여, 전 ㅇ응애...
-
9모즈음에 생윤런한 사람입니다.기출문제집 뭐해야할지 찾아보니까 현자의돌이 가장...
-
학기 중 꿀알바 과외. 이제는 잡을 수 있습니다. 과외구하는법부터 현실적인 팁들과...
-
종이소리는 나야되는거 아닌가 스카나 독서실 사람은 있는데 왤케 조용함
-
수업집중 안하기 3
행렬 뭐시고 자시고 뭐라는건지 모르겟다
-
강의 안듣더라도 피드백 교재라도 풀어볼 기회가 있으면 꼭 풀어보길 추천 한 흐름으로...
-
오늘의 노래추천 0
Mc몽- 그래도 남자니깐. 발치몽 언급시 밴입니다
-
하기 싫어서 울엇서
-
독서 리트 나만 어려운건가 ..? 원래 어려운 지문인건가 다 처음보는 지문이고...
-
진짜 바보같은 생각인거 아는데 자꾸 올해는 약대 목표로 하고 내년에 의대 생각하자는...
-
물1 가르치기 5
개노잼
-
덕코 주세요 0
ㅜㅜ 레어 사느라 다 날아간거 다시 복구해야 하는데.. ㅜㅜ 베풀어주십시오 형님들
-
왜이래..
우리들이 돈이없는탓-
우리들이 오르비를 계속 하는 탓-
사람들이 미워보인 탓-
오리비랑계속함께하고싶은 탓-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와닿는다...
글 너무 잘쓰시네욤ㅠㅠ 힘이 됩니당
???:아니 노력하면 된다니깐 노력!!!
4번 문단 참 좋네요
이거지 무슨 같잖은 노력론을 에휴
제가 하고싶은 말을 잘 표현해주셨네요. 감사합니다.
글 정말 감명깊네요
감사합니다.
서울에 거주하는 A는 아침에 일어나서 월 30만원이 넘는 대치동 1타 강사의 현강을 듣고 점심으로 만원짜리 돈까스에 탄산수를 먹은 뒤 30만원짜리 프리미엄 독서실에 들어가 2만원이 넘는 인강 문제집을 풀고 46만원짜리 프리패스로 해설 강의를 듣는다. 집에돌아온 A는 오늘 공부 잘했냐는 부모님의 질문에 그럭저럭이라고 성의 없이 답한뒤 침대에 누워 스마트폰으로 유튜브와 오르비를 한다.
지방에 거주하는 B는 아침에 일어나서 집안 일을 한뒤 아르바이트를 하러 나간뒤 점심으로 900원짜리 삼각김밥을 먹고 집으로 돌아와 동생들 밥을 챙겨주고 바닥에 앉아 학교에서 나눠준 성의없는 싸구려 프린트와 얇은 교과서를 펼치고 공부를 한다. 집에 돈이 없으니 태블릿이나 컴퓨터가 없어 무료 인강 ebsi도 들을 수 없다. 마침 집에 돌아온 아버지는 술에 취해 집나간 엄마를 욕하며 B와 동생들을 폭행한다. B는 그저 맞고 있을 수 밖에 없다.
수능이 끝난 A는 그동안 들인 돈에 걸맞은 성적을 받았다. A는 부모님과 함께 고액의 원서 상담을 받고 합격 적정선의 대학을 추천받았다. 이후 주위의 모두가 예상했던대로 A는 SKY 명문학부에 입학하고 모두의 축하를 받는다.
그렇게 A는 양질의 기회로 가득한 길 위에서 20대를 시작한다.
수능이 끝난 B는 그동안 들인 돈에 걸맞은 성적을 받았다. 입시 컨설팅이라는 것의 존재도 모르고, 사실 있어도 쓸 수도 없는 그는 담임에게 상담을 받아보려 찾아간다.
그러나 담임은 그에게 일말의 관심도 주지 않은 채 엑셀에 그의 점수를 넣은 뒤 B의 점수대보다 한참 낮은 대학 2개와 택도 없는 대학 1개를 추천한다. 담임의 눈물겨운 제자애가 담긴 성의 가득한 컨설팅이 무색하게도, B는 대학 입학을 포기한다. 그에게는, 그의 가족에게는 돈이 없다.
그는 학교를 졸업한 뒤 공장에서 그의 삶에 아무 의미를 주지 않을 단순 노동을 하며 20대를 시작한다.
큰 이변이 없다면 A와 B의 미래는 우리가 예상한 대로 흘러 갈 것입니다. 이 상황에서, A가 B에게 사회 탓 정부 탓 하지말고 자기 개발해라-
그러니까 너다- 아무 것도 안하고 뭘 바라냐- 넌 고등학교 시절 때 뭐했냐- 요새 시대가 어떤 시대인데 서울 비서울 정보의 빈부격차 교육의 빈부격차 따지냐- 요새 프패가 얼마나 싼데 징징이냐 지방이나 서울권이나 똑같다-인강 들으면 대치동 현강러들이랑 뭐가 다르냐 니가 노력 안한거다-지금의 우리의 차이는 너와 나의 자질차이, 노력차이이다- 한심하다- 될
놈 안될 놈은 따로 있는 것 같다 따위의 말을 하는 걸 들었을 때 우리는, B의 입장에서 A의 말에 공감할 수 있을까요?
위의 말들은 오르비에 넘쳐나는 대치동 현강 추천글들, 인강 추천글, 재종/독재 추천글과 같이 종종 등장하는 류의 글들입니다.
물론 위의 A와 B의 상황은 불평등을 부각하기 위해 극적으로 설정된 것입니다. 이 글에 대해
응 나는 A보다 못사는데 스카이 갔어~~~그럼 지방에 돈많은 애는?? 한 놈은 서울 상류층 한
놈은 지방 흙수저??ㅃㄱㅇ ㅅㄲ 속보이네ㅋㅋㅋ 따위의 반응을 보이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지적하고 싶었던 것은 A가 누리고 있는
것들- 대부분의 오르비 유저분들이 '당연하게' 누리고 있는 것들(인강,태블릿,현강,독서실)등이 누군가에겐 당연하지 않은 꿈 속의 일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중산층 혹은 상류층인게 죄는 아닙니다. 다만 정상적인 인간은 대다수의 이들보다 불리한 위치에 놓인 사람들에 대해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는 세상이 생각보다 불공평하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허나 우리는 우리가 누군가보다 유리한 출발선에서부터 달려왔다는 것을 부정하고 싶어서인지 몰라도 출발선은 맨뒤에 있고, 운동화 없이 맨발로 뛰어야 하는, 또 뛰고 있는 이들의 상황을 우리와 다를 게 없다고 퉁 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저는 우리 오르비언 분들은 그러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지방에 사는 학생들이 모두 저렇고 서울에 사는 학생이 모두 저러면 말이 되겠죠.
애시당초 극과 극을 비교하는 오류로 가득찬 글입니다.
사람사는일이 원래 예외로 가득찬일입니다. '평균치를 보고 일반화'하는 것이 오히려 사람에 대한 일에서는 더큰 오류입니다. 그런 일반화가 누구한테 어떤 방향으로, 얼마나 큰 화살이 될지는 일반화하는 사람입장에서야 중요한 문제가 아니겠지만요.
극과 극을 놓고 일반화 시키는 것은 더 큰 오류죠.
이글이 일반화를 하는 글인가요? '사회탓, 환경탓하지 말라 모든 것은 노력으로 해결할 수 있다' 이런 관점을 지양하라는 글이잖아요. 글어디를 보아도 지방학생들 대부분이 이런 불합리한 대우를 받고있습니다 !! 라고 일반화하는 내용은 없는것같습니다만.
코드킴 님의 글에 대한 댓글이 아닙니다.
그렇다면야 더 할말은 없습니다만 어디를 겨냥하신건지 명확히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댓글에 대한 답글을 달았는데 코드킴님 글에 단 것처럼 나오네요
수능은 대가리빨이다 유전자빨 그냥 사회탓이나 남탓하고싶으면 부모탓하는게맞음
평소와 다른 모습ㄷㄷ 잘읽었습니다
최근 들어선 가벼운 모습만 보였지만.. 원래는 이런 사람입니다. 괜히 인문논술 수업하는 게 아닙니다.
일단 ㅊㅊ
추천..!
짝짝
고등학교 3년간 친구들 학생부 관리와 자소서 작성들을 도운 학생입니다
ㅠㅠ
지방에 살다보면
정말 힘든학생들이 주위에 많습니다.
저는 친구들과 1시간 이야기하다보면 그 친구 성적이 대충 예상이 가는데
가끔가다가 지능과 지혜와 너무 동떨어진 친구들이 있습니다.
그런 친구들은 대부분 집이 너무 가난해서 힘들어 하더라고요.
도와줄 길이 없는 현실이 매우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해줄수 있는것은 최선의 대학에 가게 해주는것이었습니다
차상위 계층 전형 등의 제도들이 그렇다고
그들을 향해 열려있는게 아니였습니다.
그들은 애초에 제가 말해주기 전까지 차상위 전형에 대해서 잘 알지도 못했고
차상위 대학으로 어는 정도를 적어야하는지에 대한 정보도 없었습니다.
가끔 잘 사는 친구들이 사배자 전형을 뚫어 내는것을 보면서
허탈감이 들기도 했습니다.
나중에
제가 제일 절망 한것은
대학 장학금 제도가 그들을 위해서 대비가 잘 되어있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대학은 갈수 있겠죠
대학 등록금은 장학금으로 가니까.
그런데 집안을 위해서 돈을 벌어야 하니까
학점이 나오지 않는 경우가 생기더라고요
애초에 같이 어울릴 돈도 없어 친구들도 만들지 못해서
시험정보나 족보도 못 구했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이렇게 되면 장학금이 짤리는 곳이 많습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