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의 패러디 시- 표본 헤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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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본 헤는 밤
윤동주
계절이 지나가는 오르비에는
표본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목표대학의 표본들을 다 헤일 듯 합니다.
눈알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표본들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입시가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표본 하나에 상향과
표본 하나에 하향과
표본 하나에 폭발과
표본 하나에 빵꾸와
표본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표본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 봅니다.
독동 활동 때 게시판을 같이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레헌, 푸틘, 히무라 이런 이국적인 ID의 소년들의 이름과,
벌써 여신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랑시스 잠, 평가원장님,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슬히 멀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안방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표본이 쌓인 오르비 위에
내 이름자를 써보고,
삭제버튼으로 없애 버리었습니다.
딴은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
부끄러운 대학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올해가 지나고 나의 볕에도 2012 입시가 오면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서울대 합격자 명단 위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게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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