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환 - 재수의 서 (생명의 서 재수생 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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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성적표가 독한 표준점수(標準點數)를 구하지 못하고
등급 또한 논술의 최저등급(最低等級)을 다 짐 지지 못하여
병든 나무처럼 성적표가 부대낄 때
저 머나먼 강남대성의 강의실로 나는 가자.
거기는 한 번 뜬 강사(講師)가 불사신같이 강의(講義)하고
친목질이 모래 속에 사멸한 영겁의 허적(虛寂)에
오직 재수생 N수생만이
밤마다 고민하고 방황하는 열사(熱沙)의 끝.
그 열렬한 고독 가운데
연습장을 나부끼고 호올로 공부하면
운명처럼 반드시 '설의'와 대면케 될지니
하여 '나'란 나의 점수란
그 합격의 본연한 점수를 받지 못하거든
차라리 나는 대전의 훈련소(訓鍊所)에 회한(悔恨) 없는 입대를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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