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이과 통합 시험을 치면 결과는 어찌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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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쟁이 벌어질 것을 각오하고 씁니다.
제가 논쟁을 즐겨서가 아니라, 이 사회의 미래의 엘리트가 되실 분이라면 나중에라도 생각해보셨으면 해서요.
죄송한데, 저는 국가 운영과 발전에서 '엘리트'의 역할이 무척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저같은 사부대중도 물론 필요하지만, 저 같은 사람 1000만명이 있다고 '상대성 이론'이 발견될 거라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그래서 오르비를 자주 들락거리고요.
한국 사회의 20~30년 뒤의 모습을 이 사이트에서는 볼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각설하고, 질문 하나 던집니다.
물론 실현 가능성은 제로입니다. 제로에 가까운 게 아니라...
교육부에서 이런 실험을 할 리는 없으니까요...
질문은...
수능 문과 수험생과 이과 수험생끼리 '통합전'을 치르면 어떤 결과가 나올 것인가라는 점입니다.
즉, 문과 수험생은 국어와 영어 공통 과목 외에, 수 가-나형은 물론 사탐과 과탐 각 2과목을 칩니다. 총 8개 과목이 되네요.
이과생 역시 국어 영어 수 가-나형, 사탐 과탐 각 2과목을 칩니다. 총 8개 과목입니다.
그리고 성적순으로 줄을 세우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요?
전체 상위 5% 안에 드는 학생 중 원래 문과 출신은 몇 명이고, 이과 출신은 몇 명일까요?
단 비율도 고려합니다.
예를 들어, 문과생이 2배 많다면, 결과도 2배가 많아야 합니다. 사람이 2배가 많은데, 결과가 같다면 이는 ‘열세’를 뜻합니다. 사람이 2배가 많은데 결과가 4배 많다면 당연히 ‘우세’이고요.
중위권, 그러니까 상위 40~60%에서는?
하위권, 그러니까 상위 60~80까지는?
이런 생각, 오래 전부터 했습니다.
그 생각의 계기는...
90년대 중반 이전에, 남자들은 흔히 그런 논쟁을 자주 했습니다.
권투가 세냐, 쿵푸가 세냐, 레슬링이 세냐, 유도가 세냐...
이 논쟁, 미국에서 UFC(종합 격투기 대회)가 출범하면서 대충 정리된 듯 합니다.
UFC는 모든 격투기의 룰을 기본적으로 '인정'한다는 것을 전제로 합니다.
물론 누워 있는 사람을 짓밟는다거나(스탬핑), 누워 있는 사람을 발로 차는 행위(사커킥)는 금지돼 있지만, 그리고 후두부를 때리거나 손가락을 꺾거나 눈을 찌르거나 낭심을 차는 행위 등은 금지돼 있지만, 어찌됐든 기본적으로 모든 격투기의 공격 행위를 인정하자는 데서 출발했습니다.
그리고 각 격투기의 우위를 따져 보자는 것이었지요.
그 결과, 붙잡고 싸우는 기술, 그러니까 그것이 레슬링이든 유도든 주짓스이든, 그래플링 기술(=붙잡고 싸우는 기술)이 없이는 종합 격투가로 대성하기 불가능하다는 것이 드러났지요.
물론 발차기나 주먹 기술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예를 들어, 권투만 한 사람과 레슬링만 한 사람을 붙이면, 통계적으로는 후자가 이길 확률이 높다는 것이지요.
그것을 극명하게 드러낸 것이 UFC 1, 2, 4회 대회에서 우승한 호이스 그레이시였습니다. 그는 주짓스를 기반으로 하는 그래플러였지요. 그가 3회 대회 때 우승하지 못한 것은 토너멘트 도중 부상으로, 4강전인가에서 승리한 이후 기권했기 때문입니다.
그 이후, 종합격투가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그래플링이 필수라는 사실이 받아들여집니다.
비록 영세 기구이기는 하지만, WBO 세계 헤비급 복싱 챔피언을 지낸 레이 머서(서울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이기도 합니다.)가 UFC에서 압도적인 포스를 보여주지 못했지만, 레슬링 챔피언 출신으로 볼 수 있는 브록 레스너가 UFC 챔피언을 지낸 것도 이를 방증하지요.
자, 그럼 이런 방식을 문-이과 수능에 도입해 보면 어떨까요?
과연 누가 더 우위를 점할까요?
기계적인 평균, 즉 상위 5% 안에 수험생 비율에 따라 문과생과 이과생이 들어갈까요?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참고로..
제 '편견'을 말하겠습니다.
저는 인문학 전공자입니다. 대학과 대학원에서 인문학을 전공했지요.
하지만, 저는...
예를 들어, 철학과를 가려면, 철학자로 성장하려면 물리학과 화학, 생물학을 '어느 정도는' 이해해야 한다고 보는 사람입니다.
최소한 우리가 사는 우주의 모든 물질은 빅뱅 이후 탄생한 것으로 구성됐습니다.
인간 역시 그렇고요.
그렇다면, 인간 역시 물질이라는 기본 전제에서 이해의 출발이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언제까지 물질과 동떨어진 '정신' 혹은 '가이스트' 운운할 것인지요.
인간의 사고와 행동이 결국 뇌에서 생성된 신경 물질의 전달로 이뤄지는 것이라는 점을 인정한다면, 신경 물질에 대한 이해가 없이 인간에 대한 이해가 가능할까요?
언제까지 칸트와 헤겔을 '훈고학적'으로 공부해야 하는지, 저는 의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최소한 서울대 철학과는 물리학과 화학 생물학에 대한 이해에 주력해야 한다고 봅니다. 최소한 대한민국 최고의 철학과라면요...
제가 대학원에서 전공한 고고학도 그렇습니다.
20세기 이후 고고학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킨 것은, 리비의 '반감기의 발견'이었지요.
이전까지, 유물이 출토되면 제작 시기를 '발굴된 토층'과 제작 양식(STYLE)으로만 파악하던 것에서, 반감기의 발견으로 절대 연대의 파악이 가능해졌습니다.
물론 인문학 전공자님들이나, 특히 철학 전공자님들은 제 생각과 다르실 것이고, 격한 반론도 있을 겁니다. 다 듣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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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할거같아요!
아, 그렇군요. 옛 서!!!
문과 출신: 이과 출신 상위 5퍼 절대적 비중은 비슷할 것 같은데 말입니다.. 아니다 이과가 약간 많을수도.
포인트: 문과 응시자가 이과 응시자보다 2배 많다
글 수정했습니다. 님의 지적이 옳습니다. 당연히 비율로 따져야지요...
ㅋㅋ 저의 경우에는 문과의 열세를 주장하는 거겠네요.. 저도 문과지만 경험을 통해서 / 1. 이과 공부 잘하는 애들은 영어와 국어마저도 잘하고 2. 문과의 약 절반은 공부를 안한다(회피성 문과) / 두 가지 느꼈습니다. 그 결과 이런 추론 한 것 같네요..
예, 죄송하지만 저 역시 그 점을...
저 역시 문과 출신이지만, 제발 현행 제도 아래서라면 문과 출신분들이 대학에 가셔서 물리학 등을 좀더 열심히 공부하셨으면 합니다. 복수 전공을 하시든...
어찌됐든 미래 지식 사회의 중심은 수학과 물리학에 있다고 저는 봅니다.
맞습니다. 정량적 사고 혹은 계량화와 통계적 검증이 갈수록 중요해지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문과지만 제가 다니는 학과의 학생들은 나름 수학 공부 열심히 하는 것 같아 다행이네요.. 경제학이라 그런지.. 저도 이과수학 공부해보고 있고 ㅋㅋ..
허걱... 학문의 제왕인 경제학을...
이야, 리스펙...
대학 재학 시절, 경제학이 중요하다고 모두가 입을 모았는데, 수학도 안 되고 해서 저는 포기했지요.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제대로 이해하려고 해도 경제학 공부가 필수였거든요.
아 그립다...
국어 1등급기준으로 가형 / 나형 선택자 비율이
(공식자료가 있는것은 아닙니다.) 5:5~6:4정도인 것을 비추어볼때 통합되더라도 비슷한 비율을 유지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그렇다면 커트라인은 어떻게될까..
그동안 문과/이과 이분법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이 통합된 교육과정으로 공부한 학생들의 심리를 이해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문이과 구분자체가 사라진다면 인문계성향을 가진 수험생들도 수능으로 돌아오는 약대나 치대 의대로 대거 진학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아 그렇군요.
한데 수학이 과연 '오픈', 즉 통합형으로 치러질 수 있을지요.
수학은 통합형에서 제외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아닌가요?
맞아요. 그냥 수학이 통합되었을때 어떻게 될지 '망상'을 펼처보았습니다.
바로 그 점에서..
수학이 통합된다면, 수 나형 응시자가 수 가형의 압박을 견딜 수 있을지요.
저는 수학은 통합되지 않을 것이라고 봅니다.
수 나형조차 수포자가 나오는데...
제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저 역시 문과 출신이지만...
제발 내가 이 사회의 엘리트가 될 사람이라고 자부하시는 분이라면, 수학과 물리학 공부를 대학 진학 이후라도 많이 하시라는 뜻입니다.
물론 제가 틀렸다고 보실 분도 있고, 그런 비판 다 듣겠습니다.
그나저나 갓량공급님은 이미 입시계의 거목이 되셨더군요. 축하드리며...
다만 사회적으로 사교육의 '변경'에 위치한 이들을 위해 갓량공급님이 하실 수 있는 것이 무엇일지 계속 고민해주실 것을 감히 청합니다.
님 같은 분이 저는 입시 지식을 바탕으로 정치나 정책을 펼치시는 것도 좋다고 봅니다.
저는 최상위권 비중....은 잘 모르겠지만 학문의 융합이 특히 '엘리트'가 될 학생들에게는 아주 중요할 거라는 생각은 듭니다...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예를 들어, 철학과를 가려면, 철학자로 성장하려면 물리학과 화학, 생물학을 '어느 정도는' 이해해야 한다고 보는 사람입니다.
→공감합니다. 저는 교육학을 전공했는데 듀이의 사상은 그당시 최첨단 학문을 꼼꼼하게 사유하지 않는 이상 도저히 나올 수 없었다고 하더라구요. 저도 그래서 내공은 부족해서 뭐라 운운하기 힘들지만 문이과 통합시험 취지에 공감합니다.
예, 저 역시 님의 말씀에 1000000% 동의합니다.
문과로는 행정학을 전공했고 이과로는 생명공학을 전공하고 있습니다. 공부의 절대적 비중 및 투입량을 고려했을때는 이과학생들의 비중이 높을거같습니다. 이과학생들의 공부량이 문과였을시절보다는 -귀찮게,혹은 어렵게- 더 많네요.ㅠㅠ 그나마 생명공학은 공부하기엔 괜찮은모양입니다만....물리학은... ㅠ 생각할수도없습니다 ㅠ
아... 그렇군요.
한데 정말로 대단하십니다. 행정학과 생명공학을 동시에 공부하시다니...
님같은 분이 대한민국에 많아지기를 바라고 또 바랍니다.
그래야 저희 세대가 편해지니까요...(아, 이 추악한 이기심... 죄송합니다.)
어쩌다보니 이렇게 되었습다만 오히려 생명공학은 학부수준으로는 문과의 성향과 유사한부분 많아서 괜찮습니다 오히려 기초화학이 어렵더라구요 ㅠ 내일시험이라....휴
아, 그렇군요. 제가 생명공학을 공부한 적이 없어서요. 그나저나 내일 기초 화학 시험, 화이팅!!! 만점 받으세요~~~~
문과로는 국제학을 전공했고 이과로는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있습니다. 이공계 학생들은 수능을 응시하기 위해 학습해야 하는 양이 많다는 이유로 중학교 시절부터 과도한 학습량에 대한 압박에 시달립니다. 영재교육원에 대한 학부모들의 열망, 과학탐구와 수학에 대한 선행학습의 욕구가 그것들이죠. 인문계 학생들과 이공계 학생들을 이분법적으로 나누어 고3 입시 결과를 바라보면 전반적으로는 인문계 학생들이 이공계 학생들에게 밀리겠지만 이는 결과론적인 해석이라고 생각하구요.. 인문계 학생들도 교과학습의 부담이 많다고 인지된다면 어렸을 때부터 열심히 구르겠지요. 물론, 결국 인문계 이공계 합쳐서 탑을 하는 친구들은 인문계 천재들이더라구요.
서울대가 정시 지원에 있어 수학 가형에 대한 가점이 있던 시절 인문계 학생 중에서 가형을 응시하던 사람들이 있던 것을 기억합니다.
하여튼 국제학과 컴공을 함께 공부하신다니... 정말로 대단하십니다.
님 같은 분들이 많으면 우리 세대가 편해집니다.(죄송, '세대 이기론적인' 이야기를 해서요. 하지만 사실입니다.)
대한민국, 잘 돼야 합니다. 그리고 님 같은 분들이 많으니, 잘 될 겁니다. 화이팅~~~~
한데... 어찌됐든 요즘 인문학에서, 수학과 물리학 지식의 중요성을 놓치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으시는지요. 바로 그 점에서 '지식 전선'에서 뒤쳐진다고 느낀 적은 없으신지요.
예를 들어, 80~90년대 유행했던 포스트 모더니즘은 양자역학의 발전 없이는 불가능했던 이론입니다. 불확정성, 탈중심, 이 모든 게 다 물리학의 용어였지요.
평균 수명의 급등, 그것은 물리학의 발전을 담보로 한 의학의 발전이었습니다.
미술에서의 인상파? 뉴튼 이후 빛에 대한 물리학적 이해가 선행되지 않았다면 나올 수 없는 화풍이었습니다.
물론 물리학은 19세기 맥스웰 이후 수학을 뼈대로 해서 발전했고요.
그것이 저는 아쉽습니다
이거 저희학교 문학교수님이 하신 말씀이랑 완전히 똑같은 말입니다 진짜 미사여구랑 토씨만 좀 다른 같은 말이라고 봐도 무방할정도입니다... 지식인들의 생각이 유사하군요.. 글쓴분과 교수님말 들으면서 정말 맞는말이라고 생각하면서도 통합형 공부를 안한 자신이 좀 부끄럽군요..
저렇게 입시준비를 시키면... 이과가 상위를 거의 휩씁니다.
고2올라갈때 상위권 학생들이 거의 이과로 가기 때문이죠.
심한 곳은 전교 20위안에 학생중에 단 한명만 문과 선택합니다.
이것때문에 이과 선택하면 기본적으로 내신이 떨어지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고 이야기 합니다.
문이과 구분없이 다 합쳐졌을때 전교5등이 이과로 분리되도 전교5등이니까요..
이걸 합치면? 결과는 보나마나입니다.
아, 그렇군요. 님이 잘 아시겠지만, 하여튼 저는 '통합적 학습'이 문과 학과 지망생에게 특히 필요하다는 말을 드리기 위해 여쭈어 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첨언하자면 고2 올라갈때 상위권 학생들이 전부 이과로 쏠린다는건 일반화일 수 있습니다. 이공계쏠림현상은 사실이지만 여고로 본다면 오히려 문과비중이 여전히 높아요.남고는 14/3반도 봤지만..ㅋㅋ
그리고 어느고등학교 다니셨는지 모르겠지만 문과지망상위권학생들은 대부분 외고로 빠져서 전체문과가 열세로 보일수 있다는점..참고해주셨으면 감사합니다 과고는 워낙 숫자가 적어서..
그래도 저도 지금 입시형태로는 이과강세 6대4로 생각 + 상위권만 본다면..
일반화의 오류일수도 있겠죠.
강남 8학군 일반고 여학생 기준입니다.
문과쪽 반이 더 많습니다. 문과:이과 비율은 2:1 정도더군요.
다만 맨 앞의 상위권 학생들이 이과로 거의 다 갑니다.
강남 일반고라고 해도 맨앞의 상위권 학생들은 만만치 않은 학생들입니다.
수능같은 시험으로는 과목별 1등급을 노릴 정도는 됩니다.
물론 하위권이야.... 그냥 일반적인 고등학교 학생들이지만요...
특히 수학가를 포함한다면 문과는 거의.....
저희 쌤이 수능 첫해 유일무이한 문이과 통합 수능 을 봤을때 연고대 이상 상 위권에서 이과비율이 ㅣ 두배 정도 였다고 하시던데...옛날 뉴스 찾아보면 있을듯합니다
아, 94학년도에 그랬다는 이야기이군요. 예, 저도 찾아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제 경험상 문과 대부분은 수학이 싫어서 문과를 간 경우가 굉장히 많았습니다. 문과가 비록 2배는 많아도 공부하는사람 비율치면 비슷비슷할것 같아요.. 이과가 조금 더 많거나 이것도 어디까지나 제 편견입니다. 저도 문과과목이 싫고 이과과목이 좋아서 온거지만 이과성향인 사람이 문과적응하는게 문과성향인 사람이 이과 적응하는것보다는 훨씬 수월할것 같습니다. 다만 최상위권 입결을 보면 메이저 의대 사이에 설경영이나 설경제같은게 있을것 같은 느낌아닌 느낌.. 그나저나 역시 인문학전공을 하셔서 그런지 글을 참 잘쓰시네요^^.. 제가 가고싶은학과인 사이버국방학과도 이과에서 의대급 성적이지만 가서 법,심리같은 문과성향이 짙은 과목을 필수로 다룬다고 하네용 ㅎㅎ.. 융합형인재가 정말 중요한것 같아요!!
고대 사이버국방학과, 정말로 중요한 학과이지요. 나라의 근간을 지키는...
님도 잘 아시듯, 저 역시 이과 공부만이 최고라고 이야기하려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다만, 근대 이후 자연과학과 공학에서 뒤져 강점의 역사를 겪었던 나라에서 '인문학 홀대' 운운하는 소리가 나온다는 것이 그리 듣기 좋지는 않았습니다. 제가 문과 출신, 인문대 출신임에도...
무엇보다, 인문학자들이 지식의 최전선을 따라가야 한다고 저는 봅니다.
어찌됐든, 꼭 고대 사국과 입학하시기를 바랍니다.
개인적으로 배우면 배울수록 사회학만큼 두루뭉실하고 어려운 과목없다고 생각합니다. 선생님도 힘든길 선택하신만큼 좋은결과와 좋은일이 생길겁니다 화이팅..
감사합니다. 화이팅~~~~
보통 학생들 대부분이 일반고 출신이라 일반고 상위권이 이과에 쏠려서 이과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우세할거라 생각하겠지만, 대원외고같은 곳에는 아직도 괴물같은 문과생들이 상당수 남아있어 문이과 비중은 의외로 반반일 거라 생각해요.
오르비 유저 상당슈가 이과이고 학생들이 대부분 과고만 생각하지 외고 굇수들은 잘 모르더라고요.
아, 그런 측면이 있군요.
어찌됐든 문과 학과 지망생분들이 수학과 물리학 등 지식의 최전선에도 관심을 가지셨으면 해서 이 글을 썼습니다, 물론 님은 이미 눈치채셨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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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에 쓰셨듯 저도 문과생들은 제발 기본적 자연과학 소양을...이과생들은 기본적 인문학과 사회과학적 소양을 쌓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문과출신이라는 명함이 과학 지식의 공백을 변호해줄만한 핑계가 아닌데도 가끔씩 안타까울 때가 있어서요.
혹시 쪽지로 추가적인 질문드려도 괜찮으실까요?
답변 늦어 죄송합니다. 제가 오르비 쪽지 기능에 문제가 있어서 이메일로 보내셨으면 합니다.
relicshin@naver.com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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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정말 감사합니다!!줄 세우기식 시험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 문과.이과 통합 시험에 대한 답변은 생략하겠습니다. ^^ 우리의 교육이 인문학과 과학기술의 접목으로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쏟아질 수 있는 통합 교육의 지향은 매우 찬성입니다. 입시 때문에 자신이 좋아하는 과목을 성적이 잘 나오는 문과로 혹은 이과로 나누어 배우고 싶었던 과목을 포기하지 않아도 되는 앞으로의 문.이과 통합 교육은 대찬성이지만 이또한 입시로 얼마나 그 효과와 깊이로 자리 잡을지 의문입니다. 개인적인 욕심으로는 지금의 이과 수업( 수학 가형,과탐) 에 철학을 고교 학습으로 기초부터 탄탄히 다지고 대학 진학 후에는 전공과 인문학을 ( 인문계.이공계 공통 ) 깊이있게 관심을 두고 공부하면 어떨까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조금 현실적이지 못하겠지만요( 수포자. 학습부담 증가) 욕심입니다. 평소의 독서에서도 배경지식의 부족으로 (특히 과학) 이해를 못 하는 부분이 많아 답답함이 많았거든요.
또한 요즘의 인문학 열풍으로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인간과 역사에 대한 높은이해 수준과 여러 분야에서의 통합적 사고와 창의적 아이디어를 요구하는 사회 분위기를 고려해보면 인문학 또한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학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 참 두서없는 짧은 소견 ^^)
두서 없다니요. 조리있게 말씀하셔서 님의 말씀을 잘 이해했습니다.
인문학, 님의 말씀처럼 정말로 중요한 학문입니다.
다만, 인문학이 인류 역사와 함께 한 '그 도저한 깊이'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인문학자들은 자연과학적 지식을 선두에서 습득해야 한다고 봅니다.
님이 잘 아시듯, 플라톤이 당시의 최신 자연 과학을 몰랐을까요? 아리스토틀은요? 소크라테스는요?
물론 요즘의 자연과학적 지식이 휘황할 정도로 빨리 발전하기에 인문학자들은 말할 것도 없고, 전공자들조차 따라가기 힘들다는 사실, 인정합니다.
바로 그렇기에, 인문학자들은 '아무나' 될 수 없는 것이겠지요. 예를 들어, 제가 부모된 입장에서 '저 정도 수준의 지적 능력을 가진 사람'이 아들이나 딸로 태어났다면, 저는 그 이이에게 인문학 공부하라고 권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저는 요즘 인문학의 위기는 인문학자들이 자초한 것이라고 봅니다. 지식의 최전선을 따라가지 못한 채 "인문학을 (무조건) 지원해 달라"고만 이야기했기에...
그런 점에서, 저는 대학에서 인문학 전공자들을 이리도 많이 뽑는 것을 솔직히 이해 못합니다. 하긴, 84학번인 제 때는 서울대 국사학과 52명, 동양사-서양사학과 각 39명을 뽑았지요. 누구를 탓하겠습니까...
항상 평안하시고 건강하소서...
저는 동의합니다. 문/이과 계열 점수의 가중치를 다르게 주고 시험은 모든 학생들이 동일하게 봐야한다고 생각해요.
그것이 낫지요. 그래야 공부 뿐 아니라, 사고의 폭도 넓어지고요. 항상 건강하시고 평안하세요.
최근 과학이론을 알지 못하면 깊은 현대철학을 공부할 수가 없어요. 현대프랑스 철학에서 불확정성/불완정성 개념이 많이 쓰이기도 하고, 러셀이나 프레게 언어론 이해하려면 '집합'이라는 개념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는 있어야 하구요. 정말로 인문학에 뜻이 있어서 석박을 염두에 둔 학생들이라면 다들 공부합니다. 전공에 따라 안할수야 있겠지만, 철학을 한다면 다들 필요한 공부는 하죠. 플라톤 공부하면 당연히 정치학도 공부하는 것이고, 아퀴나스면 신학, 로크인식론 공부하려면 로크의 경제개념도 공부해야 합니다. 매우 당연히. 인문학도들이 지식의 최전선에서 멀어져 있지 않아요 ^^;
물론 전공자들만큼의 속도를 따라갈 수는 없겠지만 근본적인 원리나 개념은 다들 공부합니다. 당장 모든 철학과의 기본 중 하나인 논리학수업만 해도 이게 철학수업인지 수학수업인지 헷갈릴텐데요. 철학사등 말씀하시는 '훈고적인' 수업이 아니라면 철학 공부는 명제와 명제 사이의 완결성을 의심하고 증명하는 공부입니다. 굳이 문/이과로 나누자면 '이과적'인가요? 논리성은 문과에도 당연히 필요한 덕목이죠.
그런데 문제를 푸는 능력이랑 그 원리를 이해하는 거랑은 다른거라서.. 예를 들자면 '변곡점'의 개념을 이해하는 거랑 미분계수를 활용한 문제를 푸는 능력은 달라서, 수능점수로 문이과를 나누고 판단하는 것은 그냥 드립이 아니고서야 특정한 편견에 사로잡힌 결론으로 귀결됩니다.
"수학적 지식과 원리를 공부한다"는 명제가 "수능 수학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다"의 충분조건은 아닙니다. 인문이나 정치, 사회 대학원 다니면서 '수학 공부좀 열심히 해둘걸'이라고 말하는 아는 선후배동기들 모두 수능 수학으로 치면 전국 상위 1%는 됬을텐데요. 이건 그들이 수학을 배우지 않고 높은 점수를 받는 법은 배웠거나 수능이 가르치는 수학이 잘못됬던가 둘중에 하나이겠죠.
개인적으로는 철학, (넓은 의미에서)수학, 문학, 역사 정도가 가장 '대학생으로서의 자질'에 근접한 학문인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대학에서 공부할 능력'을 검증하기 위한 과목이라면 이렇게만 해도 충분할 것 같기도 하지만, 수능이나 상대평가라는 제도, 그리고 현재 교육현장에서의 문제, 그리고 대학 졸업후 생계의 문제와는 또 다른 얘기니까요.
결론적으로, 문/이과의 틀에 갇히지 말고 다양한 영역을 공부해야 된다는 말씀이시라면 동의합니다만, 저는 그렇지 못하다고 지금 인문계 학생들을 타박하고 싶지는 않네요. 자연계열 학생들도 인문학공부좀 하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만, 그럴 여유가 어디있겠습니까. 그런다고 당장 내 월급에 도움되는 것도 없는데.
말씀 감사합니다.
제가 가장 듣고 싶었던 이야기 중의 하니입니다.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인문학 전공자로서...
한데 우리 조금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지요.
지금 서울대 철학과 수업(사실 서울대가 아니라, 그 어느 대학의 철학과라도 마찬가지입니다.)에서 비트겐슈타인 이후의 논리철학 정도가 아니라, 물리학이나 화학의 심도 있는 공부까지 과연 하고 있나요?
예를 들어, 님이 말씀하신 철학에서 '명제와 명제 사이의 완결성을 의심하고 증명하는 공부'라면, 그 정도 공부가 과연 21세기 치열한 지식 경쟁에서 최전선이 될 수 있을까요?
다시 구체적으로 말씀 드리면...
인간을 이해한다는 것이 과연 정신 운운으로 이해되고, 20세기 전반기의 논리실증주의적 차원 정도에서 이해될 수 있을까요? '이중 슬릿 실험'에서 보이는 불확정성이나 전자 운동의 '불합리성' 혹은 '비합리성'이 과연 물질의 활동으로 인한 결과로 이해될 수밖에 없는 정신 활동을 이해하는데 어떤 작용을 할까요? 한데 그런 고민을 과연 철학과에서 하고 있나요?
얼마전 타계한 스티븐 호킹이 그의 공저 '그랜드 디자인' 서문에서 "근대 이전, 철학자들이 지식의 담지자였지만, 근대 이후 철학자들을 그런 역할을 못 하고 있다. 그들은 과학 특히 물리학을 이해 못하기 때문이다"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물리학자의 오만일 뿐일까요?
시간에 대한 'time shapiro delay'에 대해 조금이라도 이해한다면, 시간과 공간에 대한 우리의 기존 이해는 완전히 달라지게 됩니다. 이런 이해가 있지 않으면 시간과 공간 속에 존재하는 인간에 대한 이해는 사실 불가능하다고 저는 봅니다. 그리고 이런 지식은 이미 1960년대에 이뤄졌지요. 물리학과 학부생이라면 아는... 한데 이런 지식, 철학과 학생들이, 문과 학생들이 아나요?
저는 인문학의 위기는 인문학자들이 자초했다고 봅니다. 인문학을 전공한 제가 현대의 '게으른' 인문학을 혐오하는 근본적인 이유이기도 하고요.
자연계열 학생들도 인문학 공부 좀 하면 좋겠다고 하셨는데...
저는 인문학은 현대에서는 '훈고학'으로 변했다고 봅니다.
그러니 극단적으로 얘기했을 때, 굳이 자연계열 학생들이 훈고학을 배우기보다는, 인문학도들이 자연과학을 배우는 것이 낫다고 저는 봅니다.
인문학이 근대 이후 지식 전선에서 무엇을 새로 이뤘나요? 우리 구체적으로 논해보지요?
19세기 전반기, 세계의 중심을 구축했던 영국에서 지질학이 지식의 최전선이었지요? 왜? 찰스 라이엘의 uniformitarianism에 입각한 지질학적 지식이 그때까지의 지식을 완전히 깨버렸으니까요. 찰스 다윈의 진화론도 사실은 찰스 라이엘의 '동일발생설'에 근거해서 형성된 것이니까요.
19세기 중반기 해부학의 발달은 인간에 대한 이해를 완전히 바꾸어 놓았습니다. 각 장기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병인이 무엇인지에 대한 이해의 기초를 해부학은 놓았으니까요..
한데 인문학적 지식에 바탕한 동양 사회의 의학은 그 때 무엇을 하고 있었나요? 한국을 예로 들까요? 이제마가 사상의학을 얘기했지요?
여기서 질문! 사상의학은 체질을 이야기하며 태양인 태음인 소양인 소음인을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각 체질에서의 '열'을 중요한 판별 기준으로 제시합니다. 그러니까 우리 각 체질의 '열'을 따져보지요. 태양인은 간이나 소장, 내장의 열이 얼마이고, 태음인은 간이나 소장 대장의 열이 얼마인가요? 인체 내부의 온도, 다 수치로 파악되는 것, 아시죠? 현대 물리학을 바탕으로 한 기구로요? 한데, 그런 실험 해 본적이 있나요?
서구는 그런 휘황한 지식의 흐름이 인간에 대한, 그리고 인간을 둘러싼 자연에 대한 이해를 바꾸었지요.
한데 18세기 이후 철학과 역사학, 그리고 문학 등이 지식의 최전선에서 과연 어떤 역할을 했나요? 제가 과문한 탓이겠으나, 저는 모르겠습니다. 님이 아신다면, 구체적으로 대 보시지요?
19세기 마르크스가 '시대착오적'이라고 비판했던 러다이트 운동 때 영국의 문필가들이 '인간성을 상실시킨다'면서 기계 도입을 반대한 것은 제가 압니다. 물리학의 발전에 따른 치명적 무기의 발달(예를 들어 원폭의 발명. 사실 발명도 아니고, 발견이지요)때 인문주의자들이 '인간성의 상실' 운운한 것은 압니다.
한데 우스운 것은...
생명, 자연 운운하는 사람들이 그 누구보다도 현대 과학의 발전을 누리고 있더라는 것이지요. 탄소 배출 줄여야 한다는 주제의 세미나에서 탄소 배출 줄이자고 목소리 높이던 사람들, 세미나 끝나면 다들 자가용 타고 세미나장 빠저나가더군요. 기자 생활 하면서 그런 사람들 정말로 많이 보았습니다.
원전 없애볼까요? 좋지요, 원전 없애면... 한데, 그럼 1 제곱킬로미터 당 514명(세계은행 2014년 통계)이 사는, 즉 세계 평균치보다 9.24배가 높은 인구 밀도를 가진 우리나라에서 여름이면 단전된 확률이 높습니다.
물론 님이 탄소 배출을 무조건 반대하고, 원전을 무조건 반대하는 분은 아닐 것입니다. 그냥 예를 든 것이지요.
인문학이 정말로 지식의 최전선에 서려 한다면, 무엇보다 자연과학의 흐름을 잘 살펴야 합니다. 그 점에서 묻습니다. 서울대 철학과 가려면 물리학 지식이 얼마나 있어야 하나요? 화학은? 생물학은? 한데 어쩌지요? 최소한 물리학과나 화학과를 가려면 수능에서 화학이나 물리학 시험을 치를 터인데, 서울대 철학과 가려면 사탐으로 충분합니다.!!!!!
한데 서울대 철학과 입학한 친구들이 대학에 들어간 이후, 물리학도나 화학도, 생물학도에 버금가는 노력을 과연 하나요? 물리학이나 화학 지식 습득을 위해?
저는 서울대 인문계열 출신입니다, 사학계열을 나왔지요. 그리고 기자를 했고요, 젊은 분들이 그리도 싫어하는 어느 '영향력 강한 우파 일간지' 문화부에서...
한데 기자를 하면서 가장 답답했던 것은....
인문학자들이 자연과학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것이었습니다.
지석의 최전선을 너무도 모르더군요. 비야냥거리며 이야기한다면, 철학과에서는 비트겐슈타인 정도는 공부할지 몰라도...
한데,. 비트겐슈타인에 대한 이해 정도로는 지식 전선에서의 싸움에서 후방 중의 후방에 위치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갑니다.
님이 철학을 전공하시는 분이라면 다시금 여쭈어 봅니다.(물론, 님이 철학 전공자가 아니라면 저는 할 말은 없습니다.)
님, 최근 물리학이나 화학의 최신 흐름을 적고 있는 책을 어느 정도 읽으셨나요?
철학 전공자로서 물리학이나 화학을 모르면서 인간을 심도 있게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칸트의 정언 명령 운운, 혹은 헤결의 절대 이성 운운으로 인간을 이해할 수 있다고 보시나요?
뭐, 철학사적으로 그 분들이 중요하다는 점. 인정하고도 인정합니다. 80년대 운동권의 세례를 받은 저 역시 칸트나 헤겔은 창피하지만 일본의 중역(重譯)서를 통해 무척이나 공부했으니까요, 물론 피상적이기는 하지만...
한데, 그 지식으로 인간을 이해하겠다면, 죄송하지만 지식의 흐름은 뒤쳐진 것입니다. 인간을 이해하려면 물리학과 화학의 발전으로 무장한 생물학적 지식., 뇌과학적 지식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저는 단언합니다.
현대 의학이 물리학이나 화학의 세례를 얼마나 많이 받았는지, 님 잘 아시죠? 그래서 묻는 겁니다.
저는 그래서 안타깝습니다, 인문학 전공자로서... 인문학 전공자들이 지식의 흐름에서 스스로를 뒤쳐지게 만들었다는 사실이...
반론, 언제라도 환영합니다.
1. 합니다. 현대 가장 활발한 철학 분야는 과학철학/신경철학 입니다. 뇌과학, 신경과학자들과의 협업이 필수적입니다. 처칠랜드 같은 사람이 대표적이구요. 튜링테스트나 리베트의 실험이나, 현대 철학의 발전인 당연히 과학의 발전을 담지하고 있습니다. "인문학전공자들이 과학을 공부하지 않는다" 라는 말은 틀린 말입니다. 성에 차지 않으실 수는 있겠습니다만.
칸트랑 헤겔 철학을 전통적인 의미의 '철학'으로 깊게 인식하고 계신 것 같은데, 물론 그도 철학이지만 그것만 철학인 것은 아닙니다. '인문학에 기반한 동양의학'이라는 명제는 동의 못하겠습니다. 일단 인문학이라는 학문을 정의하는 전제가 서로 다른 것 같네요.
원전얘기 하시니까 말인데, 생명철학도 떠오르는 분야 중 하나입니다. 기자일을 하셨으니 다양한 사람을 만나보셨겠지만, 몇몇 종사자들의 인식을 그 학문으로 판단하면 안되죠. 우리 집 치과의사가 저희 아버지한테 임플란트 바가지 씨운다고 치의학이 잘못된 학문이겠습니까.
2. 실험과 통계로 증명되지 않는 '순수하게 연역적인 논증'이 무의미하지 않습니다. 인문학도가 자연과학을 이해하는 건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물리학도 만큼' 물리학을 배워야 하는 것은 아니죠. 인문학은 인문학의 방법과 가치로, 물리학은 물리학의 방법과 가치로 학문하면 되니까요. 베르그송이나 들뢰즈의 시간 개념도 아인슈타인이나 호킹의 그것만큼 중요하니까요. 그리고 그것에 동의하느냐, 어떻게 해석하느냐는 문제가 남는 것이구요.
3. 두번째 질문에 굳이 답변하자면, 인간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학적으로가 아니라 실천적으로도) 충분히 증명할 수 있을거 같은데요.
저희 어머니와 아내의 외관은 그대로 두고 뇌..아니 서로의 기억만 바꾼다고 한다면, 어머니의 기억을 가진 사람이 어머니인가요 어머니의 외관을 가진 사람이 어머니인가요? 화학적이고 물리적인 작업만으로 인간을 증명할 수 없습니다. 전두환의 DNA구조를 완전히 분석하고 정복한다고 해서, 전두환이라는 인간과 그 행위를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요.
4. 간단하게만 예를 들면, 자율주행차가 완전히 상용화되면 법 체계나 보험계리 방식들이 모두 바뀌겠죠. 이 모두가 전제하는 것은 (그렇게 싫어하시는) 칸트적인 자유의지를 전제하고 있습니다. '훈고적인' 인문학이라도 앞으로 할 일이 많을 것입니다.
교육평가제도에 대한 교육학자의 당위적인 결론이 정치적인 판단, 현실적인 정책, 또는 여론과 다르다고 해서 교육학이 무의미하다고 주장하는 것과 같습니다.
5. 물리학과 간다고 수능에서 물리 안봅니다. 화학과 간다고 화학안보고요. 수능은 그냥 수능입니다. 관심있는 학생들이 보는 것이 아니라, 점수가 잘나오는 학생들은 보겠죠. 철학과도 점수 잘나오려면 윤사나 생윤 보겠지만, 안봐도 상관없고 안보는 학생들이 많습니다. 이거 안본다고 뭐라 할건 아닌거 같은데. 화학과 신입생 다 붙잡고 얘기하면 '화학도'가 되고 싶어서 화학과 온 애들 몇이나 있겠습니까. 이건 순수자연과학이나 인문학 사회과학 다 마찬가지입니다.
6. 결론적으로. "인문학 연구자 게으르다!"라는 개인적인 경험에 의거한 불만이나 "인문학도들 과학공부좀 해라" 라는 말을 넓게 동의한다고 해도, 여기에 근거해서 "인문학은 훈고학이다", "인문학은 지식의 최전선에서 역할을 하지 못한다" 라는 말들이 비약이라는 것입니다. 어떤 인문학자들을 만나셨는지 모르겠는데, 제 주변 사람들은 치열하게 학문하면서 삽니다. 요즘 시대에 인문학을 업으로 삼겠다는 것은 엄청난 용기를 필요로 합니다. 저는 그 용기가 없어서 이러고 사네요.
덧: 훈고학을 '시대착오적인 경전외기' 정도로, 인문학을 그냥 '뜬 구름 잡는 소리 늘어놓는' 학문이라고 생각하고 계신거 같네요. 앞서 말했듯 인문학에 대한 정의가 다르니, 논의가 건설적일 수가 없네요. 여기까지 하죠.
항상 좋은글 감사합니다. 트와이스 신곡 많이 듣어주세요.
저는 문과학생으로 한의학을 전공하고 있는 새내기입니다. 최상위권 학생들의 성적 줄세우기 이야기를 하지 않더라도, 문이과 학생들의 통합교육의 취지는 매우 공감합니다.
저는 단지 사회과목이 더 좋아서 문과를 갔을 뿐인데, 위치와 주변 환경이 사람을 만드는 것인지 혹은 제가 원래 그런 사람인지는 모르겠으나 정말 '문과적'인 사람이 되더군요. 이과를 간 친구들도 마찬가지구요. 문이과를 나누어 교육하고 가장 집중할 시기에 통합교육이 이루어지지 않는 현 환경이 개인적으로 너무 아쉬웠습니다.
문과학생의 수과학 공부역시 필수적이지만, 이과 최상위권 학생들에게 둘러싸여있는 지금을 생각해보면 이과학생들의 인문학 공부도 필수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무시는 둘째치고 정말 아무것도 모르더군요...ㅎㅎ
제가 가장 열심일때 과학을 배웠다면 좋았을텐데, 그 점이 참 아쉽습니다.ㅠㅠ
와 이 글 쓰신지 5년도 안 돼서 교육부가 진짜로 실험을 했네요...
허걱... 5년 만의 댓글이군요. 감사합니다...
지2 응시자인데 최근에 쓰신 글이 인상적이어서(뜨끔해서...) 쭉 봤어요 필력이 정말 좋으십니다!
제 필력은 바닥입니다. 그저, 이 나라가 잘 되기를 바라는 틀딱 꼰대일 뿐입니다. 그나저나 그 어렵게 나왔다는 지 2 응시자셨군요. 이번 연도 입시에서 최상의 결과를 얻으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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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겸손하신데요..!!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