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수능날 아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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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날 아침 6시 30분
갤럭시 플레이어에서 흘러나오는 Viva La Vida - Coldplay
경쾌한 알람소리에 즐거운 기분으로 눈을 떴다.
아.. 이 얼마나 상쾌한 아침인가, 수능날 아침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다.
너무 오랜만에 집밥을 맛있게 먹고
샤워기에 자연의 이치를 느끼며 따뜻한물을 20분간 쐐고 5분만에 샤워를 마치고 나온다.
주섬주섬 오늘 치를 시험에서 사용할 0.5 B 샤프심을 챙긴다.
평가원은 B의 부드러운 촉감에 대해선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
'냉혈인간들..'
그동안 내 손을 거쳐갔던 책들이 눈에 띈다.
입가에 옅은 미소가 흐른다.
평소완 다르게 가벼운 짐을 지고 집을 나서 배정받은 학교로 향했다.
입실시간 20여분 전에 정문앞에 도착한 나는
몇년도 수능이나 한결같을 북치고 장구치는 응원인파를 뚫고 유유히 교실로 향했다.
수능은 이미 내 일이 아닌것마냥, 나는 나 자신을 마치 액자형 소설의 화자처럼
여기고 있었던 것이다.
1교시 시작종이 울리기 전까지는 내 의식은 마치.. 한명의 어부(漁父)였다.
1교시 국어
제아무리 수능이라해도 모국어 아닌가? 긴장조차 되지않는다.
훈민정음을 만드신 세종대왕님의 천재성에 감탄하며 문제를 풀어나갔다.
마킹을 끝냈을땐 5분정도가 남아있을 뿐이었다.
2교시 수학
그동안 갈고닦은 실력으로 29번까지 50분에 주파해주지!
나는 마치 100m 달리기 선수처럼 타종소리에 온 신경을 기울였다.
역시 수학의 묘미는 첫장을 1분이 채 되기전에 넘기는것 아니겠는가
같은 교실의 고3녀석들이 숨죽여 자아내는 탄성을 뒤로하고 어느새 B샤프심이 그려내는 곡선위의 접점이 너무도 당연하다는듯 모습을 드러냈다.
나는 마지막 30번의 답을 적었다.
3교시 영어
나는 섬세한 사람이다. 실수는 이미 내 의식속에 일말의 가능성조차 존재하지 않는다.
나는 마치 모국어인듯, 영어지문을 읽고 당연하게 답을 고른다. 역시 수능문제 답게 정답은 너무도 명징하다.
4교시 과학
가벼운 마음으로 지구과학을 푼다.
자연스럽게 지나가는 무의식의 흐름에 저항하며 실수와 함정을 캐치해낸다.
천문 문제를 만났을때 난 이미 갈릴레이가 되어있었다.
마킹을 하고, 수험표뒤에 답을 적은후 눈으로 검토를 해본다. 실수는 없다.
2분후 시험지가 교체되고, 마지막 과목인 물리2만이 남아있었다.
배기범T의 수학강의로 단련된 내게 오개념따위는 존재하지않는다.
지금 이 시험이 수능이라는 사실도 유성우 모의고사로 단련된 내 담력은 위협하지 못했다.
빠르게 풀어나간다. 하지만 역시 물리2, 다 풀고나서 5분이상 남질 않는군..
하지만 실수는 없다. 시험을 보는 30분동안 뉴턴, 맥스웰, 드브로이, 아인슈타인, 슈뢰딩거 등
수많은 거인들의 어깨위에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수많은 인파를 뚫고 교문을 나왔다.
한치의 오차도 없었던 시험에 기분이 좋아진 나는 살며시 눈을 감았다.
나는 다시 눈을 떴다.
컴퓨터 화면에 익숙한 오르비 배너가 보인다.
으음..?
지금은 2014년 10월 26일 일요일 2시 41분이잖아?
나는 다시 재수생이되어 파이널 강의를 듣고있다.
벌써부터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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