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중순의 재수생 한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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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말, 수시 발표가 나자 마자 '재수' 를 결정했다.
어차피 논술이었고, 예비번호는 없었으니 추합의 가능성은 없었고, 역시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논술 열심히 했으니 하나라고 붙을 거다, 라고 나 혼자한테 열심히 주문을 걸며 낙지 안 사고 버팅기다가, 결국 다 떨어지고, 내 수능 점수로 어느정도로 갈 수 있는지 이미 알고 있었기에,
또 그 학교는 나 자신에 대한 자존심에, 또 주변 사람들이 나에게 거는 기대치에 전혀 미치지 못해서.
어쩄든 돈 내고는 죽어도, 아니 장학금 준대도 가기 싫어서. 재수를 결정했다.
나름대로 되게 뻔뻔하게 살아와서, 그리고 그 때도 뻔뻔해서. 주변에 말 그대로 명문대를 붙는 애들이 많았지만,
'내년에는 어차피 쟤네보다 좋은 대학교 갈 건데 뭐' 라고 생각하면서 진심으로 축하해줬다.
그리고, 2월 개학 직전까지는 유지됐고.
주변에서 재수한 선배들이나, 선생님들이나 그런 얘기를 많이 했다.
'재수한다고 혼자 저 낭떠러지 밑에 있는 거 같겠지만, ...'
왜? 왜 그러지? 난 당당한데. 재수하는 거 하나도 안 불행한데. 난 오히려 더 나은 인생을 개척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거 같아서 좋은데.
라고 생각했는데,
2월 개학 후. 정시로 좋은 대학에 붙은 애들을 보는데, 신나서 화장하고 염색하고 와서 놀고 있는 애들을 보는데,
갑자기 비참했다. 어? 고개를 들 수가 없고, 계속 같이 놀던 그 애들하고 웃으며 놀 자신이 없었다.
졸업식 날, 다들 대학에 붙어 'ㅇㅇ대생'이라고 불리는데, 선생님하고 부모님하고 즐겁게 사진을 찍는데
나는 대학에 붙지 못 해서, 그걸 다 듣고 계실 부모님께 죄송해서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물론 사진은 열라 많이 찍었다....
이 글을 쓴 이유. 오늘, 어쩌다가 페이스북에 들어갔다가, 애들이 '술 그만 마셔' 라던가, '나 오늘 신촌이야' , '나 오늘 외대 있는데 올 사람ㅋㅋㅋㅋ' 라는 글을 보고 순간 기분이 이상했다.
다른 애들은,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나와 같이 흘러가던 애들은 계속 가고, 나만 멈춰버린 기분.
나만 2017년에 머물러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고여 있는 기분이다.
그냥. 나만.
(근데 왜 자꾸 나한테 투표지 쓰라고 하는건가요ㅠㅠㅠㅠㅠpc인데 자꾸 투표지 만들라는데 그냥 무시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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