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번 수능 본 사람이 요청받은 칼럼(?)들 순서대로 써봅니다 1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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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orbi.kr/00016056737#c_16056856에서 질문 받았던 내용들 써봅니다.
6번이나 봐서 썰이 많네요..!
1. 수능날 옆에 다리 떨 때 주의법
감독관은 여러분이 부정행위를 하지 않나 감시하는 사람이기도 하지만,
관리본부에서 여러분이 수능을 최대한 편안하게 응시하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지정해주기도 한답니다.
감독관님에게 "저 분이 너무 다리를 떠시는게 좀 방해가 됩니다" 라고 말 해주시면, 아마 잘 처리해주실거에요.
실제로 저 앞자리 분이 자꾸 의자를 앞뒤로 움직이시며 소리내셔서.. 저는 주의해달라고 말했는데
잘 처리가 안돼서 시험 도중(수학이었습니당) 감독관에게 말했더니 근처에서 잘 제지해 주셨어요!
2. 고3~육수까지 수능썰
음 이건... 삼수까지의 썰은 이걸로 대신할게요. 너무 길면 읽지 마세요 ㅠㅠ 저도 부끄러운 내용이지만
온라인상의 익명이라서 써봐요.
애증.愛憎. 사랑과 미움을 이르는 말이다.
나는 중학생때까지 죽도록 맞으면서 공부했다.
입시열이 강한 압구정과 청담을 오가면서 나는 간간히 전교 100등을 유지했었다. 전교생은 220명 정도. 50%정도였다.
우리 부모님은 두분다 연고대를 나오셨고, 나이 차가 좀 나는 누나 역시 이대를 수석으로 입학했다. 고등학교를 입학하기 직전에, 라디오에서는 50% 좀 넘는 성적으로는 인서울은 꿈도 못꾸는 이야기라고 그랬었다.
정말 죽고싶었다. 어머니가 나에게 바라는 학교는 말도 안되는 레벨의 학교들이었고, 그 부담감은 성적표가 나오는 날마다 나에게 철퇴가 되어 내 몸과 마음을 찢어놓았다. 지금 생각하면 가정폭력이었다. 정말 온몸이 시퍼렇게 될 때까지 맞았으니까.
시간이 흐르고, 고3이 되었다. 정말 노력했지만, 내가 다녔던 학교에서도 나는 간간히 백분위 50% 정도를 유지했다. 어디가 부족했던 걸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전에, 나는 어머니의 화를 어떻게 피해야할까 라는 부분부터 걱정했다. 성적표가 나오던 날, 나는 성적표를 찢어서 압구정로데오 6번 출구 앞에 있는 쓰레기통에 버렸다.4일 후 내 생일. 어머니 앞에 가서 나는 무릎 꿇고 빌었다. 기숙학원에 보내달라고. 제발 가고싶다고. 2000만원만 빌려달라고. 내가 가서 정말 노력해서 서울대 간 다음 갚겠다고. 아버지는 어머니의 화를 물리치시고 내 통장에 2000만원을 입금해주셨다. 그리고 나는 조용히 기숙학원으로 갔다.
한 두 달 했나. 공부할 분위기가 아니었다. 2월에 나와서 강남대성이라는 학원에 등록했다. 성적이 높아야 들어가는 학원인데, 의외로 시험을 잘 쳐서 인생에서 처음으로 '합격'이라는 글자를 보았던 순간이었다.
거기도 한달에 돈이 200만원은 족히 깨졌다. 하지만 괜찮았다. 실력이 쭉쭉 늘었으니까. 6월모의고사를 치고 나온 성적. 4개 틀렸다. 배치표를 보니 지원할 수 있는 대학은 못해도 연고대는 됐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가슴아프지만, 이 때 내가 든 심정은. 연고대를 갈 성적이 처음으로 나와서 기분이 좋다는게 아니라 집에서 맞을 성적이 안나와서 좋다는 것이었다.
두 번째 수능. 너무 떨려서 미쳐버리는 줄 알았다. 아직도 그 쌀쌀함이 내 뇌조각을 분해해버리는 느낌을 잊어버릴 수 없다. "선배님 수능 잘보세요!" "재수없는 우리학교 파이팅!"
다 개새끼가 짖는 소리였다. 아무 소리도 내 마음을 그렇게 처참하게 할 수 없었다.
결과는 처참했다. 수험장을 나오면서 만감이 교차했다. 어디로 가야할까.
집에 돌아가면 안될 것 같은데. 술이라도 먹고가야하나.
집안으로 돌아가니, 누나가 조용히 나를 데리고 카페로 갔다. 수능 이야기를 하려는 걸까. 너무 우울했지만.
내가 들었던 이야기는 조금 달랐다. 내가 재수하는 동안, 집안에서 지금까지와의 다른 폭력이 있었다는 것이다. 차마 입으로 꺼내기도 더러웠다.
뭘까. 지금까지와는 좀 다른 느낌이 들었다. 배신 당한 느낌이었다.
집으로 가서 짐을 싸서 나왔다. 그 넓은 집을 버리고 나는 몇 푼 안남은 돈으로 신림동으로 갔다. 신림9동 쪽은 산이다. 고시촌이 몰려있는 산이다. 높은 곳으로 갈 수록 집값이 싸진다. 그 높은 산 꼭대기. 맨 위에 있는 집에 나는 월 28만원으로 계약했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알바라는 것을 해봤다. 재벌이라고 불려도 되는 우리 집에서 알바를 해보다니. 처음에는 많이 힘들었다. '이렇게 험하게 다루는구나.' '내가 을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것도 순간이었다. 틈틈이 작은 노트에 적어놓은 국사과목을 공부했다. 고깃집에서 알바를 했는데, 그 때 불똥이 튀어 입은 화상은 아직도 내 팔뚝에서 지워지지않고 있지만, 당시의 내 공부욕을 이길 수는 없었다. 하루종일 공부했다. 나는 가능한 사람이니까.
세 번째 수능. 담담히 봤다.
드라마처럼 잘 볼것 같았지만, 이번에도 개털이었다. 뭐. 근데 그래도 괜찮았다. 진짜 최선을 다했으니까. 맞느라고 마음 아파할 시간도 없었고. 대치동 노량진의 어떤 개자식들보다도 열심히 했으니까.
집에 돌아갔다. 아빠는 없었다. 엄마와 누나만 있었다. 다들 상처만 남은 채, 정신적으로 굉장히 힘들어하고있었다.
둘 다 나를 집안의 가장으로 부르며, 나를 의지했다. 부담스럽고 화도 났었지만.. 하지만 괜찮았다. 솔직히 별로 힘들지도 않았다.
다시 수능 이야기를 해보자면, 가군에는 연세대를 넣었다. 떨어져도 된다는 식이었다. 될 것 같기도 했다. 빵꾸가 나면 충분했다.
아니 아니 솔직히 말하겠다. 몸과 마음이 약해져 병자가 되신 어머니는 '이제 그런 곳 안넣어도 된다' 라는 말을 하셨고, 나는 그 말에 왠지 모르게 울컥했고, 성적도 약간은 되는 김, 어머니의 마지막 소망을 담는 김 해서 한 번 넣어봤다. 그래도 그 해 수능에서 국어가 유난히 어려웠었는데, 어찌어찌 100을 받아냈다. 당시 국어영역 만점자가 293명이었나. 그랬을 거다.
나군에는 건국대를 넣었다. 집이랑 가깝기도 했고, 나군에서 떨어지면 바로 군대를 가야했다. 안전한 곳에 가야만 했다.
장학금을 받고 나는 당당히 입학했다. 기분이 썩 나쁘지 않았다.
입시를 오래해서 그런가.
입시에 발이 안떨어져서 그런지 몰라도. 꽤 유명한 학원에서 무게감 있는 일했다. 솔직히 천직이렀다고 생각한다. 나와 어찌 그리 일이 잘맞던지.
어머니께 돈도 드렸다. 기뻐하시는 걸 보고 조용히 방에서 펑펑 울었다.
거의 일년만에 여의도 으리으리한 호텔에서 만난 아버지.
아버지는 입대를 권하셨다. 육군. 갔다 온다면 회사를 인계해주겠다는 이야기가 오갔다. 4일 후 높은 분의 힘으로 결국 4년에 한 번 있는 2.29에 나는 머리를 밀고. 학원을 그만두고. 부산 해운대로 입대했다. 뭐 자대는 영 다른 광주로 갔지만.
덕분에 전국투어도 하고 기분이 그렇게 후지지는 않았다.
어머니가 자주 오신다. 다 알다시피 한 때 너무 무서워서 얼굴만 봐도 죽고싶었던 때가 있었는데, 덕분에 유격교관이 엎드리라고 소리지르는거나, 선임들이 밥을 조금 펐다고 뺨을 때리려 하는 것 정도는 별거아니었을 정도였다. 지금은 어머니가 너무 불쌍하다. 뭐 물론 가끔은 어머니 얼굴 볼 때마다 무서울 때도 느껴지지만, 요즘은 정말. 이렇게 애증이 느껴진다. 잘 생각해보면 어머니는 군대같다. 가정폭력, 쫓기듯 한 수험생활.
돈을 벌어야한다는 압박감. 군대는 그런거 없다. 처음엔 천국같았다. 하지만 그 안에 있다는 사실이 정말 지긋지긋하고 짜증난다. 밖에 나가서 애인도 만들어보고싶고 학교수업도 듣고싶은데. 이것 역시 애증이라는 거다.
정말이지. 다 애증이다.
출처:https://www.facebook.com/673218532724299/posts/1312681665444646
(건국대학교 대나무숲)
사수부터는 다음 글에 이어서 써볼게요..!
3. 이렇게 하면 망한다
4.머벨쌤 썰
5.알바재수 시간분배
6. 국어공부법
7.2130
8.독재학원에서 주의할 것들
9. 6번 본 계기
이것들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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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 칼럼 언제 쓰실 생각인가요?? 대종쌤 비문학 괜찬나요? 기호 같은거 많이 쓰시는거 같던데..
음 저도 언제쓸지....! 쓰면 진짜진짜 길 것 같아서요..
대종샘 비문학은 제가 있던 16년에는 최고였죠! 지금도 아마 방향성이 같겠죠?
기본적으로 기출을 활용하시는 분이라 저는 신뢰해요!
혹시 인강 강사분들중에 박광일티나 김승리티 들어보신적 있으신가요..?
박광일 선생님 들어봤어요! 문학 좋았는데 전 비문학을 허헣....
비문학 별로인가요..?? 제가 국어 우당탕탕 막푸는데(체계성없이) 추천해주고 싶은 강의 있으신가요..?
그럼 전 김동욱샘...! 추천드려요. 김동욱샘 비문학은 제가 생각하는 풀이랑 너무 비슷해요! 펄풱..
감사합니다
단편 소설 읽는 것 같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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