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y of Alcohol] 1 - Theory, Common Sense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16027081
0 : https://orbi.kr/00015970347
안녕하세요 술쟁이 개발자입니다.
블록체인 글을 써야 되는데 공부하기가 너무 싫어서(ㅋㅋㅋ) 술 얘기를 쓰려 합니다.
예고한대로 오늘은 소주를 깔겁니다 공통적인 술의 제조과정과 상식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1. 알코올 발효
네. 당분이 있는 것은 모두 술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익히 알고 있는 와인은 포도로 만들죠. 맥주는 맥아(=엿기름, 발아시킨 보리)로 만듭니다. 그 외에 벌꿀로 만드는 mead 라는 술도 있구요, 사과주같은건 흔히 들어볼 수 있는 과일로 만든 술 중에 하나죠. 설탕으로도 술을 만들 수 있습니다. 굳이 설탕을 만들어 그걸로 술을 만들 이유가 없으니 보통은 설탕의 원료인 사탕수수를 이용합니다. 아마 인류 최초의 술은 과일주였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낙과 또는 채집한 과일이 적당한 조건을 만나면 어렵지 않게 알코올 발효가 일어날 수 있고, 꿀로 술을 만들기에는 꿀의 채집은 과일의 채집보다 이르지 않을 것 같네요. 벌집에서는 절대 꿀이 술이 되지 않으니 벌집에서 벌꿀술을 마셨을 리는 없구요.
당분을 알코올로 만드는 과정을 알코올 발효라고 부르며, 일종의 혐기성 대사작용입니다. 이과생분들은 다 아는 내용일거고 문과생 분들은 건너뛰어도 좋습니다. 기본적으로 당분을 충분한 산소와 함께 전량 반응시키면(불태우면) 물과 이산화탄소로 완전히 분해됩니다. 물론 생물은 에너지를 만들기 위해 몸에 불을 지를 수 없기 때문에 저렇게까지 완전한 반응은 시킬 수가 없지요. 그래서 적당히 사용 가능한 에너지원인 ATP를 생성합니다. 물론 ATP를 만들기 위해서도 산소가 필요합니다. 근데 모든 세포에 항상 산소가 빠방한 건 아니잖아요? 그럴 경우에 우리 몸에서는 젖산발효라는 것을 하게 되는데, 이 대사의 산물로 젖산이 나와서 그런 이름이 붙었습니다. 격렬한 운동 후에 근육통이 오는 것은 이 젖산의 작용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사람은 그렇고, 몇몇 효모의 경우에는 산소가 모자랄 때 젖산이 아닌 알코올(에탄올)을 대사 부산물로 내놓는 녀석들이 있습니다. 이런 작용을 하는 효모들이 술을 만들어낼 수 있는 감사한 녀석들입니다.
이렇게 적절한 조건을 맞춰 만든 술은 알코올 도수 20% 근방에서 알코올 발효가 멈춥니다. 효모가 자기가 대사하겠다고 만들어낸 알코올에 빠져 죽어요. 물론 특수한 효모를 사용하면 25%를 넘는 발효주도 만들 수 있다고 합니다만, 보통은 그렇게 만들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대략 20% 이상의 알코올 도수를 가진 술은 발효 이후에 다른 공정을 거친 술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앞으로 나오는 모든 술의 기본은 여기서 시작합니다.
2. 당화
위에서 보면 "당분" 이 있는 것이 알코올 발효를 할 수 있다고 했는데, 저기에 맥아라는 녀석이 있네요. 보리는 탄수화물이지 당이 아닌데 말이죠. 네 다당류라고 불리기는 합니다만, 여기서 당분이라는 것은 단맛이 나는 단당/이당류를 의미하니까 시비걸지 말고 넘어가주시죠. 맥아는 말 그대로 싹틔운 보리를 말합니다. 그럼 왜 싹틔운 보리는 되느냐? 보리도 생물인 이상 대사작용을 위해 당분이 필요합니다. 보리의 눈 부분이 생명의 원천이고, 나머지 보리의 대부분은 싹틔우고 뿌리내리면서 쓰려고 저장해놓은 탄수화물이에요. 이게 이제 싹을 틔울 때가 됐다 싶으면 눈이 옆에 있는 탄수화물 덩어리에 대고 효소질을 해서 당으로 분해시킵니다. 이걸 가지고 싹도 틔우고 뿌리도 내리는거죠. 싹을 틔운 보리는 이미 보리의 많은 부분이 당으로 분해가 되어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이걸 원료로 알코올 발효를 시킬 수 있습니다. 고로 탄수화물 + 탄수화물 분해효소 조합을 원재료로 술을 만들 수 있다는 말이죠.
대충 이쯤 되면 떠오르는 게 있는 분들이 계실겁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너의 이름은" 에 나오는 "쿠치카미자케" 라는 술이 바로 그건데요, 쌀/밥을 씹어뱉어 봉해두면 그 자체로 술이 된다..는.. 유튜버들이 단체로 나와 병신짓을 하게 만든 바로 그 녀석입니다.
(쿠치카미자케를 만드는 타키킁)
당연히 가능합니다. 쌀/밥 + 아밀라아제는 아주 효과적으로 탄수화물을 당분으로 조질 수 있지요. 거기에 적절한 효소만 첨가된다면 나머지는 시간이 모두 해결해줄겁니다. 어디에 어떻게 보관하느냐가 술이 되느냐 상하느냐를 가르는 기준이 될 것 같네요. 부디 이 글 보고 집에서 해보는 분은 없길 바랍니다. 술을 만들 수 있는 원료가 늘어났네요. 당분을 가진 것, 그리고 당분이 될 수 있는 것과 그걸 당으로 만들 수 있는 것.
3. 알코올 도수
알코올 도수가 20%를 넘는 술은 발효주로 만들기 어렵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런데 저렇게 퍼센트로 말하는 사람 없죠? 소주 알콜 도수가 얼마나 되나요? 대략 18~23도라고 말하실 겁니다. 여러분 모두 틀렸습니다. 18~23도의 도수를 가지는 소주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술을 좀 즐기시는 분들은 이 술을 보신 적이 있을것 같네요. 바카디 151이라는 술입니다. 저기 보면 정확하게는 151º 라고 써있는데요, 이름이 왜 151인지 궁금하신 적이 없으신가요? 술병의 뒷면을 보면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잘 안 보이지만 큰 글자 "일반증류주" 아래로 세줄만 내려가면 75.5%/750ml 라는 내용이 있습니다. 알코올 함량이 75.5%네요?
네 잘 탑니다. 보통 알코올 도수가 40%를 넘어가는 것은 불을 붙일 수 있다고 합니다. 하물며 바카디 151같은 녀석은 말할 것도 없죠. 저런건 불 붙여두면 색도 예쁘고 연기나 그을음도 없이 깨끗하게 탑니다. 바카디 151의 비밀은 여기 있습니다. 75.5%의 알코올 함량을 도수로 바꾸면 151도가 되기 때문에 이 술의 이름이 바카디 151입니다. 알코올 0.5% 함량을 1도라고 칭합니다. 따라서, 여러분이 마시는 소주의 알코올 도수는 대략 35~50도 사이에 있습니다. 마트 가서 술병 살펴보세요. 요새는 다 퍼센트 표기법으로 바뀌어서 알코올 도수가 %로 나와있을겁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전부 %==도수라고 알고 있는데, 사실 그렇지 않다는 것. 알아두시면 ㅆ선비라고 추앙받을 수 있습니다.
4. 술자리 예절
술자리 예절은 가장 간단하게 표현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즐겁게 마시고 취하지 않을 것. 물론 술을 즐거워서 한잔 슬퍼서 한잔 화나서 한잔 하게 되지만, 기본적으로 술자리는 즐거운 게 제일 좋다고 생각합니다. 안좋은 기분으로 술을 마시면 일시적으로는 화가 가라앉는 것 같은 착각을 주지만 결국 그렇지 못하니까요. 취하지 말라는 것은 자신의 주량을 알고 무리하지 말라는 뜻입니다. 컨디션에 따라 주량이 달라지니 그런 것도 고려해야죠. 물론 이러기 위해서는 주량측정이라는 것을 한번쯤 해줘야 합니다만, 적당히 멈추는 때를 알 수 있는 몇 가지 개인적인 측정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일단 자주 일어납니다. 자꾸 일어서서 화장실이든 어디든 다니면서 내 보행이 보통과 같은지 봅니다. 보행이 불안정하다면 즉각 멈추세요. 그리고 스스로 생각하기에 발음이 어눌해지는 것 같으면 경계하셔야 합니다. 또한, 술자리에서 친구들이 손가락을 내밀며 "이거 몇개?" 라고 물어보는 장난에 진지하게 대답하기 시작하면 이 또한 즉시 멈추라는 신호입니다. 정상 상태일때 친구들이 손가락 몇개인지 물어보면 어떻게 답하시나요? "뭐래 ㅄ" 같은게 정상 반응입니다. 저기다 대고 두개니 세개니 맞았으니 안취한거라고 하는 것 자체가 취했다는 강력한 증거입니다.
그리고 술 마시면 얼굴 빨개지는 분들은 술 드시면 안 되는 몸입니다. 예전에는 이게 술이 빨리 분해돼서 빠져나가는 거라는둥 갑자기 마셔서 일시적으로 그런거라는둥 심지어 명현현상(뭐 시발노마?)이라는둥 어떻게든 술자리에 앉혀놓으려는 개소리가 많았는데, 요새는 그래도 이게 술 마시면 안되는 사인이라는 걸 대부분 알아서 다행인 것 같네요. 물론 술을 마시면 누구든 얼굴에 홍조가 좀 돌게 마련입니다. 하지만 그런거 말고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런 분들하고는 술 드시면 안 돼요. 그 누구에게도 술은 강요하지 맙시다.
5. 소주까기
이제 소주를 깔 시간이 됐네요. 제가 소주를 까는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서 마시는 소주는 "소주" 라는 이름을 달 자격이 없습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마시는 소주는 "희석식 소주"로, 이 술은 소주, 즉 증류주가 아닌 "혼합주"로 분류됩니다. 말 그대로 고순도 알코올 주정에 물이랑 감미료를 섞어서 만듭니다. 감미료가 들어가기 때문에 혼합주입니다. 저 고순도 알코올 주정은 완전히 동일하지는 않지만 약국에서 파는 소독용 알코올이랑 거의 다를 바 없습니다. 고순도 알코올 주정을 만들려면 여러번의 증류를 해야 되는데 그러면 진짜 어썸 퓨어 에탄올만 남기 때문이죠. 소주 안먹는 사람들이 소주를 싫어하시는 가장 큰 이유가 알콜냄새 그 자체인데, 어쩔 수 없습니다. 술의 맛과 향을 결정하는 성분은 여러번의 증류를 거친 주정에는 거의 남아있지 않기 때문이죠. 그냥 약국 가서 90%짜리 소독용 에탄올(잘 안 팝니다. 소독 효과가 제일 좋은 것은 70%정도 농도의 에탄올 수용액이거든요) 사서 물이랑 아스파탐/사카린/스테비아/자일리톨 같은거 적당히 섞으면 소주 됩니다. 진짜 해보실 분들은 알코올 살 때 주의하세요. 요새는 대개의 소독용 알코올이 에탄올이 아닌 이소프로필알코올을 사용합니다. 이건 먹으면 안돼요. 에탄올인지 확인하고 사세요. 사람들이 괜히 공업용 알코올 얘기를 하는 게 아니에요. 원료가 거의 동일한 수준이라니까요. 술로 봐주기도 아까운 놈이 우리나라 주류시장을 점령하고 있는 희석식 소주입니다. 뭐 먹고살기 어려운 시절에 쌀/밀로 술 만드는거 못하게 하니까 다른걸로 알코올 뽑아서 만들어 먹었다는 것은 이해합니다만, 이게 지금까지 시장을 점령하다시피 하고 있는 것은, 그리고 술맛이 그런줄로 길들어가는 모습은 보고 있으면 분노가 치밀어오릅니다. 물론 진짜 소주를 사면 가격이 셉니다. 뭐 그런거 있잖아요 문배술이니 화요니 소곡주니 하는 것들이요. 비싸요. 하지만 소주는 원래 공이 많이 들어가는 술입니다. 비싼 게 정상이에요. 소주 먹을 돈 아껴서 꼭 진짜 소주를 드셔보시길 바랍니다.
생각보다 더 긴 글이 됐네요. 예나가 선정이 딸인걸 알았을 때까지만 해도 이렇게 길어질 줄 몰랐는데... 새삼 제가 술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느끼게 되네요. 질문/의견 언제나 댓글로 환영합니다.
다음 글로 또 찾아오겠습니다.
0 XDK (+1,100)
-
1,000
-
100
-
있다면 쪽지 ㄱㄴ..?
-
오..
-
와 역시 넘사www.youtube.com/shorts/3zwuOxVQUwE
-
오늘 단타 3
자러감
-
피부 10창나는중
-
반수 드가자잇 0
이왕 마음먹은거 후회없이 열심히 해볼게요이
-
의대를 갔더라면 0
붙잡을 수 있었을까
-
공부끗!! 0
롤체 1판만 하고 자야지
-
얼버기 3
좋은아침
-
역시 미루고 미루다가 마감 몇시간 전에 밤새는게 가장 효율이 좋아
-
3월부터 할건데 작수 3등급이고 수학만 좀 파서 1찍고 시작하고싶은데 국어 비문학...
-
오야스미 2
네루!
-
와 역시 넘사www.youtube.com/shorts/3zwuOxVQUwE
-
진짜 답이 없네
-
ㅂㅂㅂ 레알16강 축하드려요
-
사인 : 정기점검
-
아이고야 0
김새론씨가 돌아가신 날이 김수현씨 생일이라네요
-
와 역시 넘사www.youtube.com/shorts/3zwuOxVQUwE
-
기차지나간당 2
부지런행
-
현역 (생,지 순서로) 6모 34 9모 23 수능 12 재수 6모 13 9모 12...
-
mlb the show 24 ㄱㄱ
-
잘시간 됐다 2
-
음바페 골 0
시발 어휴
-
8시간 잤다 2
얼굴이 번들번들
-
존맛이지
-
ㅈㅂㅈㅂ
-
아 아무리봐도 저거 A가 리보솜이라는 게 이해가 안되는데 설명해주실 분..?? ㅠㅠ
-
바이 바이 바이시클
-
헐
-
네이버 프로필이 생겻어요 ㅎ.ㅎ
-
급 피곤, 5
ㅍ퓨퓨
-
머지 0
누가 내 커피 를 훔쳐 갓 네
-
알바하고 여행가고 집 어느정도 잘살고 하는애들 보면 부러움 분명 대학은 내가 더...
-
이거 닮음의 종류 10
귀찮다.
-
응급실 고칠게 the name 그대를 사랑하는 10가지 이유 천상연 바보에게 바보가...
-
곧 새르비도 못하겠군 15
나를 잊지말아줘 ㅜㅜ
-
어느날 말없이 떠나간대도 그뒷모 습까지도 사랑할래에
-
재밋겟다
-
다 성격보고 도망침
-
도화지가 없어도 0
그림을 그린다
-
난 잠시 그녈지켜줄뿐야 아무것도 바라는 것 없기에 그걸로도 감사해 워어
-
오르비 잘 자! 7
좋은 꿈 꾸기
-
근데 안자는 것 같음
-
와 역시 넘사www.youtube.com/shorts/3zwuOxVQUwE
-
https://orbi.kr/00016460498...
-
헤드셋 꺼놧다가 깜빡햇다 ㅋㅋ.
-
보컬 학원 다니기 본인 2년 좀 넘게 배우고 바리톤 이 새낀 고음 뚫기 존나...
-
266일금방이지 3
응
-
뭐가 더 나앗을지 모르겟다, 달리기로 멀 엮으려하면 다 별로다
-
쌩라이브는 대부분이 한음 내려서 부르던데 그럼 나도 노래방에서 2키 내려도 되는거자나
바카디151로 만든 칵테일 너모 좋아해여! 정보글 감사합니다~
151 들어간 칵테일을 드시다니 주력이 상당하시네요 ㅎㅎ
지금 머리가 해랄할헤렁해서 낼 읽어볼게여!
재밌게 봤음 덕좀 주고가
천덕드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