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emoo [800499] · MS 2018 · 쪽지

2018-02-08 09:55:47
조회수 872

재업) 오르비 메인글을 보며 .txt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16011926

이번 오르비의 메인 글들을 보았습니다.

안타까운 사연, 그리고 도전해 보고 싶다는 의지 또는 열심히 도전해서 성공했던 사례의 글들이 있더군요. 분명 흔한 사례들은 아닙니다. 도전자 분에게는 격려와 축복을, 성취자 분에게는 찬사를 보내고 싶습니다. 이 글들을 보며 느끼는 점은 '세상은 공평하지 않다.'입니다. 당연한 말입니다. 인간의 불평등은 사유재산이 생겨나고 계급이 분화되기 시작한 청동기 시대부터 시작되었으니까요. 


 과거 우리나라의 입시제도는 본고사>학력평가>수능 중심체제였고 이제는 학생부 종합 이라는 새로운 체제가 중심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3년간의 학교 활동을 평가하며 전공적성에 맞는 학생을 뽑는다는 이 제도는 분명 이상적이고 매력적인 제도입니다. 가끔 수준미달의 학생이 상위권 대학에 들어가거나, 비리가 존재한다는 부작용이 있지만 대부분의 학생이 대학교에 잘 적응하는 것을 본다면 대대로의 수정 및 보완을 통해 한 동안의 대입체제의 주류가 될 것임은 너무나도 당연해 보입니다.


 잠시 다른 이야기로 새었네요.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겠습니다. 제가 두 번째 문단에서 대입체제에 대한 이야기를 한 이유는 첫 번째 문단 때문입니다. 다시 연결고리를 이어 봅시다. 과거 본고사 학력평가 수능 등의 체제는 사교육을 흥행시킨 원인이기도 하지만 가난한 집의 자제라도 정말 열심히하면 충분한 성취를 이룰 수 있는, 이른바 사다리가 있는 제도였습니다. 과거 저희 외갓집도 뼈저리게 가난한 집안이라서 저희 엄마와 삼촌을 학원이나 과외는 커녕 학교회비를 내기에도 버거울 정도였습니다. 문제지를 살 돈이 없던 삼촌은 학교 수업에 충실하며 친구가 다 푼 문제지를 받아서 지우개로 지운 후 다시 풀곤 하셨답니다. 족집게 과외가 판치던 80년대 삼촌은 눈물겨운 노력으로 고려대 정외과에 입학하셨습니다. 이는 저희 엄마를 비롯한 몇몇 형제 자매가 대학진학을 포기하고 취직이라는 길을 선택했던 덕도 있습니다.


 이처럼 학력평가나 수능같은 제도는 이해력과 암기를 기반으로 한 연습이 주를 이루기 때문에 열심히 노력한다면 흙수저라도 빛을 볼 수 있는, 사다리같은 제도이기도 합니다.(사교육을 통해 노력대비 고효율을 뽑을 수 있기도 하지만요.) 현재 주류가 되고있는 학생부종합 전형은 이상적이기도하고 전공적합성을 고려한다는 점에서 대부분의 이가 수긍할만한 취지로 설립된 제도입니다. 또한 노력을 통해 생기부를 가꿈으로써 성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제도 또한 사다리가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지요. 하지만 대다수의 여론이 학생부 종합의 축소 또는 폐지를 원하고, 제가 이 글을 쓰게된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한 번의 실수로 인한 타격이 큽니다. 내신시험이 학생부종합의 평가의 토대가 되는게 현실입니다.3년간의 내신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수 많은 수험생을 피말리게 합니다. 의대 또는 상위권 대학을 희망하는 학생이 만약 한 번의 내신시험을 말아먹게 된다면 타격이 매우 클겁니다. 물론 한 번의 실수를 메꿀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메꾸기가 불가능할 정도로 크게 시험을 망친다거나, 또는 건강상의 이유로 시험을 보지못해 평균점을 받게되는 경우에는 이를 되돌릴 방법을 찾기 쉽지 않습니다.(아 이 문단의 다른의미로 해석될 여지가 있겠네요. 그러니까 정시는 만약 실패한다면 다음에 다시 도전할 수 있다는 선택지가 존재합니다. 한 번의 실패로 지방대에 가야할 성적을 받은 이가 재도전을 통해 서울대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있죠. 하지만 기록 그 자체인 내신은 바꾸기 쉽지 않습니다. 한 번 떨어진 내신은 대학 선택의 폭을 줄인다는 점에서 실수로 인한 타격이 크다는 맥락입니다.)


 또한 공평하지 않습니다. 현재 대한민국의 고등학교는 일부 지역은 평준화되어 있지만, 비평준화 지역인 곳도 존재합니다. 평준화 지역이라고 모든 고등학교가 같은 수준인 것도 아니고요. 예를 들면 강북에서 전교 3등안에 들었던 친구가 강남의 한 학교로 전학온 후 전교 50등까지 떨어졌다는 일화도 존해합니다. 이렇게 학교의 수준이 다른데 각 학교의 내신시험으로 평가된 수치로 학생들을 뽑는다는 것은 공평하다고 볼 수 없습니다. 내신이 공교육에 몰두해야할 당위성을 갖기위해선 내신을 토대로한 평가가 필요하겠지만, 이런 불평등의 그림자를 외면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봅니다.


 그리고,뒤늦은 출발자와 만학도를 고려하지 않습니다. 모든 학생이 10대부터 명확한 진로를 가져야할 의무는 없습니다. 살면서 방황하고 여러 사람을 만나면서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겁니다. 학종은 이런 점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갖습니다. 졸업 후에는 생기부를 관리하기 어려우니까요. 그리고 기형적인 비율의 학생부 종합위주의 선별방식은 만학도에게 대입을 어렵게 하고 있습니다.

여러분 대학교는 학문을 배우는 곳입니다. 고3이 끝나면 반드시 가야만 하는 의무적인 곳, 취업을 위해 반드시 거쳐야하는 기관이 아니란 말입니다.

학생부 위주의 선별방식으로 만학도나 다시 도전하는 학생들에게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제한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봅니다. (물론 반복적인 패턴의 문제출제로 인해 변별력은 확보하기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수능의 문제는 앞으로의 교육부가 극복해야할 사안입니다.)


 오르비 메인 글의 한 글쓴이는 늦었지만 자신의 꿈인 의대에 도전해보고 싶다고 합니다. 검정고시 출신에 재정상황이 여유롭지 못한 그에게는 수능이라는 수단밖에는 방법이 없습니다. 정시의 문폭이 좁아진 현재, 원래도 어려웠던 의대입시는 더욱 어려워졌습니다. 결코 쉽지 않지만 노력한다면 글쓴이분은 꼭 성공할 수 있을 겁니다. 저도 당신의 꿈을 지지합니다. 지속적으로 좁아져가는 정시는 그대의 꿈을 향해 달려가는데 큰 장애가 될 것이지만, 그래도 아직은 가능합니다. 그대는 이를 극복하고 꼭 의사의 꿈을 이룰 수 있기를 바랍니다.



p.s. 어제 12시 쯤에 올린 글이였지만 바로 묻혀서 다시 한 번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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