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716303] · MS 2016 · 쪽지

2018-01-12 23:5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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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반수썰(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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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수생들은 알겠지만, 자신이한 노력이나 고생과 수능성적은 독립시행이다. 공부를안한사람이 잘칠수는 없지만, 공부를 한 사람이 못칠수는 있다는걸 알고는 있었다. 하지만 정작 그 당사자가 되니까 내가 세상에서 제일 억울하다는 나약한생각과 무력감이 들었다.


  마지막 희망인 수시도 모두 불합을 받고 재수성적을 받아든 직후의 난 '나란 인간의 한계는 여기까지다' 라고 단정지어버렸다. 나는 그렇게 17학번으로 지거국공대에 입학했고, 다시는 입시판에 발을 들이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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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학한뒤에는 별탈없이지냈다. 새터도 잘 다녀오고, 공강시간에 동기들과 짬내서 피시방을 다녀오기도하고, 같이 밤새서 과제를 하기도하고, 금요일이면 술을마시러 놀러다니기도 했다. 그렇게 눈앞에 즐거운 생활을 쫓아 1학기를 보냈다. 간혹가다 목표였던 수의대과잠을 입은사람을 보거나, 수의대 건물 앞을 지나갈때마다 무언가 알수없는 감정이들긴했지만, 애써 무시한체 다시 짧은 즐거움을 즐기는데 열중했다. 아버지가 반수이야기를 할때나, 삼수하는 친구들의 근황, 혹은 1학기를 마치고 반수하러 갈거라는 동기들의 이야기를 들을때마다 귀가 쫑긋거리긴 했지만,  실패경험이 있는 나로써는 수능은 이제 남의일이라고 생각하며, 이대로 졸업해도 무난히 취업하고 무난히 먹고살수있다고 위로하며 합리화를 하곤했다.

 그렇게 1학기종강을하고, 몇몇 친구들은 반수하러 간다는 소식이 들렸지만, 역시 남의 이야기라며 합리화의벽을 더욱 단단히 하고서 여름방학을 즐겼다. 피시방에서 밤을새는건 일상이었으며, 오랜만에 고등학교동창들을 만나거나 여행을 다니거나 하며 시간을 흘렸다. 그러다가 개강3주전, 밤새 피시방을 하고 아침에 집에들어와 자고 오후에 일어난 날, 갑자기 엄청난 무게의 회의감이 날 감쌋다. 질리도록 놀고 노는게 질리니까 이제 현실적인 문제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것이다. 이렇게 지내도 나에게 남는건 하나도 없는데, 주변엔 결과를 남기기위해 목적을 성취하기위해 다들 치열하게 사는데 난 뭐하고있나 싶었다. 내가 제일 열심히 살았던때가 언제였나 짚어보면, 21살짜리가 생각할건 역시 수능공부할때, 특히 재수때. 지금보다 훨씬힘들었지만, 무언가를 꾸준히 하는, 모든걸 걸고 노력하는 모습이 참 대견하다.  그때의 내가 지금의 내 모습을 보면 미친듯이 부러워 하겠지만, 정작 지금의 나는 눈앞의 목표를 향해 달리던, 달릴수 있던 내 모습을 그리워하고 있다.

 그런생각을 가지고 있던중, 며칠뒤 새벽에 전화가 울렸다. 친구였다. 고등학교를 같이나와 같이재수를 하고, 내가있는 학교에 같이17학번으로 진학한, 내인생에 영향을 끼친 친구를 고르자면 바로 고를수있는 그런 친구. 전화를 받고 이야기를 하는데, 이 친구는 sky지망이었던친구지만 17수능에서 미끄러지고 수험스트레스가 심해 반수는 안한다고 서로 얘기했엇지만, 결국 이시점에서 나와같은 고민을하고있었고, 결론을 내렸다. 이미 8월말이고9월로 넘어가는 상황이므로,  수능까지 2개월정도밖에 안남았기에 올해는 무휴학으로 공부습관만 만들어놓고 19학년도 수능을 응시한다고 하였다. 올해 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쌓아왔던 합리화가 무너지던 순간이었다. 


  이녀석은 나와같은 상황인데 합리화는 커녕 현시점에서 가장할수있는 최선의 선택을하여 1년 2개월 짜리 개획을 세웠는데, 나는 머릿속에서 몇번 생각하다가 이대로 가면 아무변화없이 2학기가 시작되었을거라 생각하니 얼마전부터 느끼던 회의감이 겉잡을수 없이 커져 내 머리를 강하게 때렸고 그 충격은 합리화라는 이름의 벽을 무너뜨리고 그안에 있엇던 미련이라는 이름의 열정을 꺼냈다. 그것을 잡으면 성공보다 실패할가능성이 훨씬크며 실패했을때의 수많은 위험을 떠안게 될것을 알고있었지만, 그런것들을 짊어지더라도, 이 미련을 없에야 그 이후의 내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것 같았기에, 조금 생각하다 결국 마지막으로 한번만더 입시판에 몸을 던져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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