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력고사 4수해서 서울대간 아재 이야기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15043488
안뇽 횽들아. 눈팅만 하다가 밑에 대학합격 자랑기보고 나도 용기를 내서 써봐.
음...사실 나는 나이도 꽤 많고 해서 서울대 합격한 것이 큰 자랑거리가 더 이상 안되지만(내 나이면 이제 돈을 버는게 자랑거리지) 과거 힘들었던 생각도 나고 또 여기 있는 동생들에게 힘이 됐으면 하는 바램에 써.
일단 내 어린 시절 환경을 조금 말해볼께
우리 집은 가난했다.
창피한 이야기지만 우리 아버지가 가족에 대한 책임이 전혀 없는 사람이였지. 도박, 술, 담배, 여자질. 그리고 내가 기억하는게 내 평생 일하신게 한 10년 되실려나 즉 20년 이상을 노신거지. 당연히 집안의 부양의 의무는 내 어머니가 전부 다 하셨어. 어머니도 몸이 약했는데 온 종일 밖에 나가서 노가다 비슷한 일을 뛰셨어.
나는 어렸을 적에 겨울에 모든 애들이 잠바 한 벌만 입는 줄 알았어. 어느 날 친구가 "너는 왜 잠바 안빨아입고 맨날 똑같은 거 입고 다니냐"고 했을 때 정말 얼굴이 화끈했어. 다른 옷도 마찬가지야. 그냥 2벌 가지고 1년을 버티는거야. 그런데도 아버지가 개판이고 어머니 홀로 어렵게 돈버시는걸 아니까 불평불만을 안가졌어.
더 힘든건 아버지의 폭력이였는데 정말이지 6살 때부터 쭈욱 맞았는데 그 조그만 얼굴을 주먹으로 구타당하고 쇠파이프로 두들겨 맞고 우리 어머니도 툭하면 두들겨 맞으셨다. 그렇다고 이유가 별 것도 아니야. 물 흘리거나, 방문을 안닫고 다니거나, 뛰어다닌다고 맞은거야. 폭력에 대한 공포심 때문에 학교다녀와서 아버지 구두가 집에 있으면 가슴이 철렁하고 정서 불안 증세로 어린 시절을 보냈어. 지금와서 아버지가 더 용서가 안되는게 지나가다 7-10세의 어린이를 보면 '저 조그만게 때릴데가 어디있어서 그렇게 심하게 때렸나' 싶어
당연히 좋았던 성적이 고꾸라지더만.
초딩 3학년때까지의 성적은 좋았는데 6학년 때는 고꾸라졌어.
이 시기는 정말 공포의 시기야, 집에 들어오는게 너무 너무 싫었으니까. 당연 공부를 할 리가 없지.
보면 특히 산수를 못했어. 근데 내 도덕심이 문제가 있나 ^^;
그러다가 아주 웃긴 계기로 공부를 다시 시작하게 된거야.
우리 중학교가 각 반 1등은 전교 조회시간에 앞에 불려나가서 상을 타. 그런데 집도 가난하고, 볼품도 없고, 공부도 썩 잘하지 못한 내가 어떤 공부잘하고 집도 부자인 여학우을 짝사랑하게 된거야. 내세울게 없으니까 공부라도 잘해서 1등하면 저 여학생의 눈에 띄지 않을까하는 아주 유치한 마음으로 열공하게 됐어.
그런데 1등하기가 그리 쉽나. 근접도 못하겠는거야. 그러다가 중 2 때 어머니가 나를 위해 8학군, 즉 강남으로 이사를 가신다는거야. 당연히 조그마한 쪽방같은데에 월세로 가는거지. 미치겠는거야. 전학가기 전에 남은 시험은 단 한 번. 그 시험에서 1등을 해야 그 여학우에게 말을 걸 수 있다는 일념으로 정말 독하게 공부했어.
하늘이 동했는지 중2 마지막 시험에서 1등을 결국 해냈다. 그 여학우는 어떻게 됐냐고? 순진했던 나는 말도 못붙이고 그냥 멀리 서 숨어 보다가 결국 그냥 전학가게 됐다. ㅎㅎㅎㅎ
마지막 시험에서 1등 ^^v
막상 강남으로 넘어오니까 정신이 바짝 들더라고. 어머니가 그리 고생해서 여기까지 데리고 왔는데 내가 여기서 공부안하면 어머니 노력이 물거품된다는. 그런데 강남은 강남이더라. 위에 보면 알겠지만 강북에서는 평균 90점만 넘기면 반에서 1등, 95점이면 전교 1등인데 강남에 오니까 평균 90은 반에서 그냥 10등밖에 안되더라 ㅎㅎㅎ 더 좌절스러운 것은 강북에서는 선생들이 시험 전에 미리 문제들을 가르쳐줬는데 강남에서는 그런게 없는거야. 게다가 나는 밤 12시까지 공부하는데도 다른 놈들은 펑펑 노는데도 나보다 성적이 잘 나오는거야. 그래도 강북에서 공부잘한다는 우등생 소리 듣고 살았는데 순식간에 평범한 학생으로 전락하니 어린 마음에 상처가 무지 됐어. 좌절감. 정말 한계까지 공부했는데도 난 해도 안되는구나. 기본적으로 머리가 나쁘구나. 그 당시 각 반에서 5등 안에 드는 놈들은 나에게 절대 넘을 수 없는 한계이자 괴물들로 보였어. 절대로 뛰어넘을 수 없는...
중 3이 됐어. 새로운 반에 배치됐는데 우리 반에 공부도 잘하고 집도 부자인 애가 있었어. 그런데 무슨 일인지 정확히 기억은 안나지만 우리 집이 거지 새퀴라고 욕을 하는 바람에 치고 받고 싸우게 됐어. 그 때 '두고보자 그 놈은 반드시 이긴다'는 독기로 다시 정신무장을 했는데 생각해보니 내 공부방법에 문제가 있지 않나 싶은거야. 그래서 어떻게 했냐면 1) 지금까지 시험지를 모아서 내가 틀린 패턴을 분석했고, 2) 다른 반 1등들을 다짜고짜 찾아가서 너네가 보는 참고서 문제집 그리고 공부하는 방법을 알려달라고 한거야. 지금 생각해보면 다른 반 애들이 굉장히 황당해 했을거야. 처음 보는 놈이 찾아와서 저러고 다니니까.
그런데 그게 먹혔는지 중 3 올라가서 처음 보는 시험에서 전과목 만점으로 반 1등을 넘어서서 전교 1등을 하게 된거야.
그 때 공부하는 방법을 제대로 잡았던 것 같어. 일단 틀이 한 번 잡히고 나니까 성적이 반에서 다시 1-3등으로 유지되더라고. 그렇게 해서 고등학교까지는 쭈욱 성적이 괜찮게 나왔던 것 같아.
그래서 고등학교 때까지는 특별한 문제는 없었어. 아버지의 지속되는 폭력을 빼놓고는. 대체 모가 불만인지 정말 툭하면 후드려 패더라고. 한 번은 아침 등교 시간에 늦잠잤다는 이유로(피곤할 수밖에 없지 전날에 새벽 3시까지 공부하는데) 후드려 패길래 처음으로 반항이라는 것을 해봤어. 요즘 애들기준으로는 아무 것도 아니지만 내 생애의 처음으로의 반항. 바로 학교로 냅다 도망치기. 그런데 아버지라는 인간이 참 못된 인간인게 그 노가다 부랑자 차림으로 학교까지 날 잡으러 온거야. 애들은 "저 분이 니네 아빠니?"그러고 난 창피해서 죽겠고.
하튼 그리 고딩 3년을 보내고 드디어 원하던 서울대를 지원하게 되는데 보기 좋게 떨어지는거야. 엉? 내가 왜 떨어지지? 모의고사 보면 분명 남는 점수였는데...그려거니 하고 재수를 했어...그런데 또 떨어지는거야....환장하겠더라고. 그런데 그 때만해도 교차지원이 안되서 3수생들이 득실거렸던 때였거든. 그래서 또 한 번 3수를 하기로 했지. 그런데 또 떨어지는거야.
그렇다고 내 평소 성적이 나빴냐? 아니였지. 심지어 하향지원하는데도 또 떨어지는거야.
환장하겠지. 그래서 재수 시절 후기로 들어갔던 XX대학에 다녀야하는 상황이 온거야.
더 이상 또 재수를 못하겠더라고. 그런데 또 그 대학은 도저히 못다니겠는거야. 그 대학이 나쁜 대학은 아니지만 내가 이려려고 그 암울한 시절 견뎌내며 그렇게 공부했나 싶더라고. 그래서 그랬지. 나 자퇴하겠다고. 그냥 다른 길 찾아보겠다고. 또 어머니 혼자 20년 넘게 가족을 부양해왔는데 내가 사람구실 못하니 죄송스러워서 더 이상 공부를 못하겠더라고
그렇게 학창시절 촉망받은 학생이 백수의 길로 들어서더라. 그 때 가장 서러웠던 것이 발렌타인 데이였나 친구랑 외롭게 터벅터벅 밤거리를 걷는데 어떤 청년이랑 시비가 붙은거야. 다짜고짜 내 멱살을 붙잡고 때리려고 하더만. 알고보니 그 사람이 여자친구랑 싸우고 있던 와중에 그 사람이 집어던진 초콜렛 선물이 내 발길에 걸려 차인걸 가지고 그러는거였는데 얼마나 황당했겠어. 대학 또 떨어져. 이상한 놈이 멱살잡고 있어. 그런데 싸울 힘도 없더만. 그냥 나는 인생 패배자다라는 생각이 드니까 "그래요 내가 다 잘못했어요"하고 갔지. 더 비참한게 그 사람은 돈도 많아보이고 여자친구도 이쁘더만 ^^;.
그 후에 이 것 저 것 일자리 찾아보는데 고졸로 받아주는데가 거의 없지. 그러다가 어떤 우연한 기회에 외국으로 나가게 될 일이 있었는데 그것이 빨라야 다음 년도 여름에 가게 되는거야.
그래서 "어랏 이것 봐라. 그럼 어차피 내 년에 외국갈거 손해볼거 없으니까 그냥 시험이나 한 번 더 봐보자"하게 된거야.
그게 8월이였으니까 한 3개월 공부하고 시험본거지
그런데 웃긴게 마음비우고 그냥 편하게 시험보니까 그 때 내 수능점수가 아마 전국 누적으로 한 80등정도 한거 같어. 그렇게 점수가 잘 나오더만.
그렇게 해서 결국 서울대에 들어가게 되지.
통지서 받는 날 우리 어머니가 정말 엉엉 우셨어.
나도 믿기지 않아서 혹시나 잘못 통지된게 아닐까, 내일 학교에서 잘못된거라고 취소하면 어떻게 하지 하는 두려움으로 몇 일 간 떨었던 것 같아. 학교 등교해서도 정말 실감이 안나더라.
지금은 결혼해서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됐고 평범한 직장에 다니고 평범하게 살고 있어.
어렸을 때에 아버지에게 맞은게 한이 되서 내 애는 절대로 안때린다고 다짐하며 살고 있어. 아버지와는 지금 사이가 안좋아. 안좋다보기보다는 내가 복수한다고 봐야지.
그런데 웃기는게 그렇게 고생하며 들어간 서울대인데 서울대가 밥먹여주지는 않더라. ㅎㅎㅎ
사회나와보면 더 잘난 사람들도 많고, 공부보다 더 중요한 것도 많고.
내 이야기를 풀어놓는 이유는 뻔하지 모. 여기 입시 때문에 힘들어하는 형들도 많을텐데 나 보면서 희망을 가졌으면 해. 그냥 그런 기억들 때문에 성적표들 다 모아놓고 있는데 이번 계기로 요렇게 정리하다보니까 옛날에 힘든 기억, 가난하고, 매맞고, 어머니 생각 등 때문에 눈시울이 좀 뜨거워진다.
아조씨 멋있어요
![]()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드디어 기후를 넣었어요 상 : 전세계 1000 지점 중에 랜덤 100개 진행 중 :...
-
우울해서 1 0
마라탕 시켰어ㅜㅜ
-
듀 2 0
가나디
-
작수 언매 정오표 1 0
이래도 높2 뜬다니까?
-
누군가 보기엔 나도 2 0
재능있고 부러운 사람과 삶 아닐까?
-
물2지2 지금시작 4 0
친구중에 한명이 물2지2 지금시작해서 수능 3은 무조건 띄운다는데 이거맞나요?? 말려야할거같은데
-
쪽팔리는 일 있었는데 4 0
쪽지로 선착순 2 명한테만 알려주겠음 대신 읽으시고 '내가 상대방 입장이었다면...
-
하루종일 붙어있어서 그런가
-
어떤 마트채널 유툽보는데 막 어떤 할머니가 사탕이랑 젤리 다 가져가고 어떤 아저씨는...
-
강케이 등급컷 확인 1 0
걍 이렇게 문자보내주고 끝인가요…? 따로 등급컷은 어디서 확인하나요
-
2609 개노답 언어 3형제 (35 36 38) 2 1
근데 이런 시험지가 오히려 현장 운영난이도는 최하급임 나머지 7-8분컷 한다음에 저 3개 버리면 됨
-
내 국어실력은 정체가 뭘까 11 3
잘한다하기도 힘들고 수학이랑 달리 노베까진 아닌거같고 점수 요동 ㅈㄴ치고 중첩상태인가 뭐지
-
고려대 공대 사탐도 가능하죠?
-
고깃집에서싸움났네 1 1
그 국어책논란보다저게더재밌네
-
사람하나 살리신다하고 시험시간 단축하는 법 알려주세요 2 0
ㅠㅠㅠㅠㅠ 일단 푼건 다맞아요... 근데 기본적으로 항상 세네지문은 못보고...
-
국어도 공부해야지
-
먼가 근본적인 독해력과 실력을 끌어올리고 싶기도 하고... 가장 최근에 본건 올해...
-
2706처럼 물언매 동점: 현장에서 언매로 시간세이브 -> 심리적 편안함 2609...
-
떡밥 참여는 안하겠음 그럴 실력도 없긴 한데
-
잠시 도망갔다 올게요
-
등급격차 심한사람 2 1
저처럼 등급 들쭉날쭉 심하신분 있나요..?? 일주일마다 이감모고 보고있는데 진짜...
-
야!!!!! 1 1
잘자
-
나 젠랑이 인형 샀어 2 1
옆에 있음ㅎ
-
그런데 3 2
3~4등급 받는 분도 서울대 버리고 이화여대 다니시면서 시급 5만원 과외 하시던데
-
카톡으로 학습코칭해주실분 0 0
안녕하세요 08년생 고3이구 정시러에요 제가 혼자서 공부를 정말안해요 같이...
-
오르비 역대급 병신은 누구임? 10 0
말해보삼
-
원딜 사일하러 간다 3 0
말리지 마셈
-
14번급 문제라고 적힌 것도 잘 안풀리는데 원래 실제 14번 보다 어렵게 내는 건가요?
-
근데 과탐 선택자수 진짜 4 0
너무 처참하게 썰렸네 작년에도 이정도는 아니었는데
-
강민철의 문해전 0 0
다상다독 1회 독서론에서 창무옹 그리웠다면 개추
-
이제 슬슬 정신나갈거같음
-
에이어 [A] 추론문제랑 헤겔보기는 아무리봐도 모르겠네요.. 3 0
지능의 한계인가
-
생윤 독학서 있나요? 4 0
고3 동생이 한지하다가 포기하고 생윤런 하겠다고 하네요 강의는 시간이 너무 오래...
-
국일만 범작가 8 1
ㄹㅇ 억울하겠다 나같으면 불질렀다 사람들 범작가 까더니만 조용해졌누
-
인트로: 원래 저는 공대에 갔었고 최근에 개발 관련 일 하다 입시판에 다시 왔어요…...
-
장난하냐?
-
ㄴㅐ일부턴 2 2
스카갈때자전거타고가야겟다……………….
-
여캐일러짤방출하기 5 1
-
범 이거뭐냐??ㄷㄷ 0 0
왜이리귀여움??
-
국어 표점차 줄이는데 중요한 요소 10 1
화작이 어려운가? <<< 언매가 쉬운가? 2611 vs 2706만 봐도... 심지어...
-
Gen.긍정적분 2 0
.
-
그냥 이 상황이 재밌는 2 4
방학중인 대학생이면 개추 ㅋㅋ
-
정보세특활동안해야겠다 2 0
정보계열 2-2에한과목 3-1에두과목들어서 걍패스 나중학기에할래
-
요즘 유행어: 언더가 섰다. 를 변형해도되나요? 1 1
제가 썸녀나 좀 여사친한테 언더가 섰어?를 쓰고 뜻:under stand 라는걸...
-
확통 0 0
현 09 고2입니다. 2학기 내신이 확통인데 2015개정으로 사도 큰 문제...
-
급) 조언 부탁드려요 4 0
가라아게동 먹을까요 치킨 먹을까요 가격은 같습니다
-
현실적으로 올해 대학교 바꾸기는 어려울 것 같고 1 2
손익비를 따져봤을 때 그냥 틈틈이 시간 날 때마다 국어랑 수학 풀고 그 정도만 해야 될듯
-
걍 슬슬 짜증이 나는게 16 25
본인 방식이 무조건 맞고 다른 방식으론 문제를 못 푼다고 하는게 사기가 아니면...
-
홍명보를 보고나서 그냥 관심을 안 갖기로 함

GOAT
아재 곹스크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