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국어-이해력과 독해력에 관하여..(지문을 대하는 태도)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14829094
갑자기 수능 국어영역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졌는데, 소재가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가 ‘이해력’과 ‘독해력’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싶어서 이 글을 씁니다. 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이 글은 이해력과 독해력의 사전적 정의를 가지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수능 국어’에 있어서의 이해력과 독해력에 대한 저의 ‘주관적’인 생각임을 밝힙니다.
일단 수능 국어 시험은 사실 흔히들 말하는 ‘금두뇌’ 혹은 ‘독서 덕후’에게 압도적으로 유리한 시험입니다. 시험의 목적 자체가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을 테스트하는 것이다보니 이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대부분의 학생들은 그다지 머리가 좋지도, 어릴 때 책을 많이 읽어 경험치가 쌓여있지도 않습니다. 그럼 이런 학생들은 포기해야 할까요?
그건 아니죠. 그래서 많은 강사분들은 ‘원칙’이라는 것을 제시합니다. 결국 목적이 명확하고, 한정된 교육과정 내에서 출제하는 국어 시험은 모든 지문, 모든 문제에 통용되는 ‘원칙’이라는 것이 존재할 수 밖에 없고, 그것을 분석해서 학생들에게 전달해주는 것이죠.
이 원칙을 제대로 이해하고 기출 문제를 통해 체화하는 연습을 한다면, 금두뇌나 독서광이 아니라도 국어 영역에서 좋은 점수를 받는 것은 가능합니다. 그래서 저도 과외를 할 때 이 부분을 가장 강조하고 있고요.
하지만 아무리 원칙이 완벽하고 체화가 잘 되었더라도, 제한된 시간 내에 많은 문제를 풀어야 하는 시험장에서 갑자기 이 원칙이 통하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 수 있습니다. 작년에 저와 과외를 했던 학생도 그러더라고요. ‘원칙을 써보지도 못하고, 머릿속이 하얘졌다.’ 라고 말이죠.
이 경우 정말 원칙이 잘못 되었을 수도 있고, 학생이 그것을 제대로 이용하지 못했을 수도 있지요.
하지만 확실한 것은, 이 상황에서는 결국 학생의 이해력, 독해력만이 문제 해결의 열쇠가 된다는 것입니다. 그냥 글을 읽고, 이해해서 문제를 풀어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죠.
말이 좀 돌고 돌았는데, 이 때 학생들이 발휘해야 할 것은 ‘이해력’ 보다는 ‘독해력’ 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수능 국어에서의 이해력이란, ‘문장을 읽고 그 속에 숨은 추론 과정 혹은 말 뜻을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반면 독해력은, ‘문장 그대로를 받아 들일 수 있는 능력’ 이라고 생각을 하고요.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2018학년도 9월 모의평가 지문의 일부입니다. 오르비, 수만휘 등은 물론 페이스북 등에서도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고 난리가 난 부분이었죠.
고전 논리에서는 전건 긍정 규칙이 성립한다. 이는 ㉡“P이면 Q이다.”라는 조건문과 그것의 전건인 P가 ‘참’이라면 그것의 후건인 Q도 반드시 ‘참’이 된다는 것이다. 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LP에서 전건 긍정 규칙이 성립하려면, 조건문과 그것의 전건인 P가 모두 ‘참’ 또는 ‘참인 동시에 거짓’이라면 그것의 후건인 Q도 반드시 ‘참’ 또는 ‘참인 동시에 거짓’이어야 한다. 그러나 LP에서 조건문의 전건은 ‘참인 동시에 거짓’이고 후건은 ‘거짓’인 경우, 조건문과 전건은 모두 ‘참인 동시에 거짓’이지만 후건은 ‘거짓’이 된다.
이 문장들은 간단하게
- 'P이면 Q이다.‘ 라는 문장에서 문장 자체는 조건문이고, P는 전건, Q는 후건이다.
- 고전 논리에서는 ’P이면 Q이다’ 라는 문장이 있을 때, 조건문과 전건이 참이면 후건도 참이다. (=전건 긍정 규칙)
- LP에서는 전건은 ‘참인 동시에 거짓’이고 후건은 ‘거짓’인 경우, 조건문과 전건은 모두 ‘참인 동시에 거짓’이지만 후건은 ‘거짓’이 된다.
- LP에서는 전건 긍정 규칙이 성립하지 않는다.
라고 정리할 수 있습니다.
이게 왜 그런지를 이해하려고 들면, 굉장히 어렵습니다. 그러니까 왜 LP에서 전건이 ‘참인 동시에 거짓’이고 후건이 ‘거짓’이면 조건문이 ‘참인 동시에 거짓’이 되는지 말이죠. 물론 가능은 합니다. 이 지문의 다른 내용들을 종합하면 말이죠. 이걸 해내는 학생들에게 저는 엄청난 ‘이해력’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걸 시간의 압박을 받고 있는 시험장에서 해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저는 ‘독해력’, 즉 ‘텍스트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능력’을 이용하여 LP에서 전건이 참인 동시에 거짓이고 후건이 거짓이면 조건문은 참인 동시에 거짓이 된다.’ 라고 글자 그대로를 이해하고 넘어가자고 주장합니다.
수능 국어에서는 절대로 지문 내용 이상의 추론을 묻지 않기 때문에, 저 문장에 숨어있는 why?는 문제를 풀 때도 큰 도움이 되지 못합니다. 그래서 해당 지문의 30번 문제에서는 저 문장들의 과정을 묻지 않고, 결과만을 가지고 선지를 구성하고 있습니다.
물론 모든 문장을 완벽하게 이해해서 자기 것으로 만드는 연습을 하는 것은 중요하고, 바람직합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봤을 때 국어 성적이 나오지 않는 학생들은 제가 말하는 ‘독해력’에 집중해볼 것을 권합니다.
굳이 문장을 압도적으로 이해하려고 노력하지 말고, 문장의 텍스트 그대로를 체크하는 것.
그래서 님이 말하는 독해력을 어떻게 기를 수 있나요? 라고 물어보신다면, 글쎄요.. 경험이 최고의 방법이지 않을까 싶네요. 일단 여러분이 금두뇌나 독서광이 아니라면, 원칙을 체화하는 공부를 우선시하며 많은 텍스트를 접하는 ‘경험’을 해보시기 바랍니다.
그 과정에서 문장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연습‘을 해보세요. 그것은 절체절명의 순간 여러분을 답으로 이끌어주는 무기가 될 것입니다.
너무 횡설수설했네요. 그래서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수능 국어에서 압도적인 이해를 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된다. 문장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독해력을 기르자.’ 라는 것입니다.
사실 독해력을 중점으로 강의하시는 강사분들이 많아 이런글을 쓰는게 조금 무섭긴 한데, 그래도 나름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해서 용기를 내봅니다.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하네요. 다음 수능을 준비하시는 모든 분들을 응원합니다. 화이팅!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수능이 더이상 나에게 크게 의미가 있을까 나의 인생의 전부였던 수능이 이젠 멀어져간다
-
홈버튼 꾹 누르고 동그라미 그리면 다~ 알려주네 이거거든!!
-
반수할건데 1학기 12학점 들을 예정입니다 1학기 학교 다닐 때 아싸vs적당한친목...
-
이정도면 여르비 ㅇㅈ?
-
문제퀄 별로면 구체적 요구도 괜찮아욧 'ㅅ'
-
왜왔냐는 말은 ㄴㄴ
-
다들 마라탕 양에 대한 감각이 없어서 이 꼴남ㅋㅋ 양 개많아서 다들 남김..
-
ㅇㅈ 8
푸르댕댕들 인증
-
ㄹㅇ
-
진짜 이쁘냐고 물었어
-
죽고싶어졌다
-
님들 6
대가리 깨질거ㅜ같은데 해결방안 추천좀 해줘요오
-
선배님들 2
별표 처놓은 대학들 따로 제출하라는 게 없어 보이는데 진짜 안해도 될까여 좀...
-
국어 1컷 70점대 수학 1컷 70점대 영어 1등급 1% 과탐 1컷 40점 교육과정...
-
이 방법대로 적용하면 은근 귀찮은 경우의 수에서 금액관련 문제 전부 해결가능합니다
-
동생 쓰담쓰담 5
귀엽군
-
재수합니다 2
충북대 등록포기했고 진주교대 바로 앞에서 문닫혔고 수능날 평백 25내리고 재수라.....
-
어디가 이성적으로 맞는 선택이라 보시나요
-
뭐임? 신기하다
-
질문 ㄱㄱ 울학교에서 30명은 간듯ㅋㅋ ㅎㅇㄱㅎㅇㅌ
-
하츠오브 아이언 0
개 재밌어 보이는데 전쟁덕후로서 참을 수 없음
-
2년 남았다 4
국어 2컷 (이 ㅅㄲ 가 가장 문제) 미적분 100 영어 2 지1 98 물2 94...
-
화학러 고민 4
처음엔 고석용 선생님 강의로 쭉 갈 생각이었는데, 김준 선생님이 압도적이라는 얘기가...
-
난이도 둘중하나로나오면 머고를거임?
-
설대 필수 시절에는 투 하나만 꼈는데 이제 투하는 애들은 거의 두개씩 끼는게 변수임...
-
내가 맨날 배달 음식 시켜주고 심부름도 해주는데 왜 ㅈㄴ 까칠할까 나랑 13살 차이나는데
-
참고로 본인은 1년정지먹어서 글 못씀
-
ㅜㅠㅠㅠㅠㅠㅠ
-
시립대 0
추가모집 자연 949.80 이면 붙을까요??
-
이 신발 어때요 9
1,2,3번 다 이쁨?☃️
-
필기감도 좋고 울트라라서 화면 넓직한 것도 좋은데 그 펜슬 자체가 진짜 확실히 좀...
-
한양대 목표 재수생인데 내신 2.1이면 ㄱㅊ은거임?ㅜㅜㅜ… 수시러엿다가 6광탈하고...
-
22수능 대비 교재로 23 24 25 26수능 돌려막기
-
아빠가 수능 준비할때 이런 조건을 내거셨음 "수능 끝나고 대학 가면 자취시켜줄게"...
-
진짜눈만ㅇㅈ 29
다른사진올리면특정당할거거ㅏㅌ음 ㅎ
-
1. 트밀 끝나고 바로 러쉬 들어가나요? 2. 단과 라이브 기준 작년 내신 휴강 없었나요?
-
걍 살아야지
-
대성 새로 오신 것 같은데 어느정도 입지가 있는 것 같아서요 강대에서 유명한 분이셨나요?!
-
목동 시대인재 재종 정규반 개강했나요? 그리고 수업이랑 컨텐츠 말고 인강이랑 병행...
-
ㅅ. ㅍ
-
공부하러 감 1
-
끔찍한 상상 해버렸는데 14
양손에 스시모듬 들고 서빙하다가 혹시라도 실수해서 넘어져버리면 개닦이고 3만원...
-
대학생입장에서 피자한판 치킨 한마리 다 먹을 수 있는게 넘 커요
-
수학 - 김범준 + a (아마 쫑느 라이브 중간합류할듯) 국어 - 정석민 사문 -...
-
근데 왜 뽀삐가 딜 1등이냐?
-
표본 꼬라지 ㅅㅂ
-
차영진 수1 팔로워,기무적 다듣고 뭐하는게 좋을까요? 12월달부터 해서 수1수2...
-
물론 본인은 저능해서 1년박고도 사문 만점 못받음
-
아니 다 상대평가 잖아 똑같이 4퍼인데 기준이 뭔지 잘 모르겠네 쉬우면 다 쉬운거 아녀요?
호오..정말좋은글이네용
좋은 글 감사합니다
개추
'독해'라는게 읽고 이해한다 라는 뜻인데
이해력과 구분하는 의미로 '독해력'이라는 표현말고 다른 표현을 찾는게 좋지 않을까요?
저도 그 부분에서 고민중입니다..!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기' 라고 표현하긴 하는데 너무 길어서ㅠ ㅋㅋ 좋은 말씀 정말 감사합니다!
수용력이라는 표현은 어떨까요
자신의 직관과 반대되도 뇌에서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하니까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추천 ~!
좋은 글이네요
제 개인 과외 수업에서 본문의 내용을 인용해도 괜찮을까요?
네네 물론입니다!!
감사합니다~저와 정확히 똑같은 풀이 방법을 사용하고 계셔서 아주 많은 도움 받고 있습니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