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램 [476057] · MS 2013 · 쪽지

2017-12-23 20:5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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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국어-이해력과 독해력에 관하여..(지문을 대하는 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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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갑자기 수능 국어영역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졌는데, 소재가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가 ‘이해력’과 ‘독해력’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싶어서 이 글을 씁니다. 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이 글은 이해력과 독해력의 사전적 정의를 가지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수능 국어’에 있어서의 이해력과 독해력에 대한 저의 ‘주관적’인 생각임을 밝힙니다.



 일단 수능 국어 시험은 사실 흔히들 말하는 ‘금두뇌’ 혹은 ‘독서 덕후’에게 압도적으로 유리한 시험입니다. 시험의 목적 자체가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을 테스트하는 것이다보니 이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대부분의 학생들은 그다지 머리가 좋지도, 어릴 때 책을 많이 읽어 경험치가 쌓여있지도 않습니다. 그럼 이런 학생들은 포기해야 할까요?



 그건 아니죠. 그래서 많은 강사분들은 ‘원칙’이라는 것을 제시합니다. 결국 목적이 명확하고, 한정된 교육과정 내에서 출제하는 국어 시험은 모든 지문, 모든 문제에 통용되는 ‘원칙’이라는 것이 존재할 수 밖에 없고, 그것을 분석해서 학생들에게 전달해주는 것이죠. 



 이 원칙을 제대로 이해하고 기출 문제를 통해 체화하는 연습을 한다면, 금두뇌나 독서광이 아니라도 국어 영역에서 좋은 점수를 받는 것은 가능합니다. 그래서 저도 과외를 할 때 이 부분을 가장 강조하고 있고요.



 하지만 아무리 원칙이 완벽하고 체화가 잘 되었더라도, 제한된 시간 내에 많은 문제를 풀어야 하는 시험장에서 갑자기 이 원칙이 통하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 수 있습니다. 작년에 저와 과외를 했던 학생도 그러더라고요. ‘원칙을 써보지도 못하고, 머릿속이 하얘졌다.’ 라고 말이죠. 



 이 경우 정말 원칙이 잘못 되었을 수도 있고, 학생이 그것을 제대로 이용하지 못했을 수도 있지요.



 하지만 확실한 것은, 이 상황에서는 결국 학생의 이해력, 독해력만이 문제 해결의 열쇠가 된다는 것입니다. 그냥 글을 읽고, 이해해서 문제를 풀어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죠.



 말이 좀 돌고 돌았는데, 이 때 학생들이 발휘해야 할 것은 ‘이해력’ 보다는 ‘독해력’ 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수능 국어에서의 이해력이란, ‘문장을 읽고 그 속에 숨은 추론 과정 혹은 말 뜻을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반면 독해력은, ‘문장 그대로를 받아 들일 수 있는 능력’ 이라고 생각을 하고요.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2018학년도 9월 모의평가 지문의 일부입니다. 오르비, 수만휘 등은 물론 페이스북 등에서도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고 난리가 난 부분이었죠.


고전 논리에서는 전건 긍정 규칙이 성립한다. 이는 ㉡“P이면 Q이다.”라는 조건문과 그것의 전건인 P가 ‘참’이라면 그것의 후건인 Q도 반드시 ‘참’이 된다는 것이다. 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LP에서 전건 긍정 규칙이 성립하려면, 조건문과 그것의 전건인 P가 모두 ‘참’ 또는 ‘참인 동시에 거짓’이라면 그것의 후건인 Q도 반드시 ‘참’ 또는 ‘참인 동시에 거짓’이어야 한다. 그러나 LP에서 조건문의 전건은 ‘참인 동시에 거짓’이고 후건은 ‘거짓’인 경우, 조건문과 전건은 모두 ‘참인 동시에 거짓’이지만 후건은 ‘거짓’이 된다.


 이 문장들은 간단하게 

- 'P이면 Q이다.‘ 라는 문장에서 문장 자체는 조건문이고, P는 전건, Q는 후건이다.

- 고전 논리에서는 ’P이면 Q이다’ 라는 문장이 있을 때, 조건문과 전건이 참이면 후건도 참이다. (=전건 긍정 규칙)

- LP에서는 전건은 ‘참인 동시에 거짓’이고 후건은 ‘거짓’인 경우, 조건문과 전건은 모두 ‘참인 동시에 거짓’이지만 후건은 ‘거짓’이 된다.

- LP에서는 전건 긍정 규칙이 성립하지 않는다. 

 라고 정리할 수 있습니다.



 이게 왜 그런지를 이해하려고 들면, 굉장히 어렵습니다. 그러니까 왜 LP에서 전건이 ‘참인 동시에 거짓’이고 후건이 ‘거짓’이면 조건문이 ‘참인 동시에 거짓’이 되는지 말이죠. 물론 가능은 합니다. 이 지문의 다른 내용들을 종합하면 말이죠. 이걸 해내는 학생들에게 저는 엄청난 ‘이해력’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걸 시간의 압박을 받고 있는 시험장에서 해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저는 ‘독해력’, 즉 ‘텍스트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능력’을 이용하여 LP에서 전건이 참인 동시에 거짓이고 후건이 거짓이면 조건문은 참인 동시에 거짓이 된다.’ 라고 글자 그대로를 이해하고 넘어가자고 주장합니다.



 수능 국어에서는 절대로 지문 내용 이상의 추론을 묻지 않기 때문에, 저 문장에 숨어있는 why?는 문제를 풀 때도 큰 도움이 되지 못합니다. 그래서 해당 지문의 30번 문제에서는 저 문장들의 과정을 묻지 않고, 결과만을 가지고 선지를 구성하고 있습니다.

 물론 모든 문장을 완벽하게 이해해서 자기 것으로 만드는 연습을 하는 것은 중요하고, 바람직합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봤을 때 국어 성적이 나오지 않는 학생들은 제가 말하는 ‘독해력’에 집중해볼 것을 권합니다.



 굳이 문장을 압도적으로 이해하려고 노력하지 말고, 문장의 텍스트 그대로를 체크하는 것. 



 그래서 님이 말하는 독해력을 어떻게 기를 수 있나요? 라고 물어보신다면, 글쎄요.. 경험이 최고의 방법이지 않을까 싶네요. 일단 여러분이 금두뇌나 독서광이 아니라면, 원칙을 체화하는 공부를 우선시하며 많은 텍스트를 접하는 ‘경험’을 해보시기 바랍니다.



 그 과정에서 문장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연습‘을 해보세요. 그것은 절체절명의 순간 여러분을 답으로 이끌어주는 무기가 될 것입니다.



 너무 횡설수설했네요. 그래서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수능 국어에서 압도적인 이해를 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된다. 문장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독해력을 기르자.’ 라는 것입니다.


 사실 독해력을 중점으로 강의하시는 강사분들이 많아 이런글을 쓰는게 조금 무섭긴 한데, 그래도 나름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해서 용기를 내봅니다.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하네요. 다음 수능을 준비하시는 모든 분들을 응원합니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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