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로 [726894] · MS 2017 · 쪽지

2017-12-15 05:45:44
조회수 2,505

고1때 나보다 덩치큰 여사친한테 고백받은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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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말하지만


난 체구가 조금 작아.


반에서 조금 큰 여학생들과 비슷한수준?



중학생때부터 학원에서 알던


키와 덩치 모두 나보다 큰(...) 여학생이 있었어.



약간 비만이지만 공부를 잘하고


수줍음 많은 성격에 착해서


나랑 연락을 좀 많이 했어.


물론 공부 위주로.



애초에 내가 그친구를 여자로 보지 않아서(....)


편하게 대한 것도 있고,


그친구 남사친이 나뿐인걸 알아서


좀 많이 친절하게 대해줬었거든.



시험기간에 내가 시험범위를 물어본다거나,


학원 가기전에 숙제를 물어본다거나 하면


그친구는 다 대답해주고,


내가 고마워서 사족을 좀 붙이는게 대부분이었지.



어느날 학원을 내가 끊게되서


그 친구한테 미리말해주고 학원을 나오는데,


그 친구가 따라나오더라고.


그리고 편지를 하나 주더라.



난 걔네엄마랑 우리엄마가 친해서 뭐 전해주라는줄 알았어.


근데 주면서 하는말이,


'집에 가서 혼자 읽어봐...' 하고 배시시 웃으며 도망가더라고.



어? 잠깐?



머릿속에 퍼뜩 예감이 들었으나


솔직히 펴볼때까지 '설마?'라는 생각 뿐이었어.



내가 이 친구를 여자로 보지않은것과 마찬가지로


이 친구가 자기보다 키도 덩치도 작은 나를 좋아할거란 생각도


0.0001%도 해본적이 없었지.



집에 가서 읽어보기는 개뿔,


집에가다가 농협 ATM기 앞에서 바로 펴봤지.



장문의 공을 쓴듯한 편지.


난 수능 국어시간보다 빠르게 글을 읽어나갔고,


마지막 줄까지 도달했어.



'나 그동안 너 좋아했어. 니가 날 좋아하지 않을 걸 알아서 무리하진 않을게. 잘가.'



아.....


이친구가 나를 좋아했었구나.


그리고 내가 여자로 대하지 않는 것도 알고있었구나.


그럼에도 고백을 한 거구나.



너무 충격을 받아 이불속에서 한시간은 고뇌했었어.



'얘가? 도대체 날 왜? 언제부터? 무엇때문에?'



솔직히 지금에 와서 하는 생각이지만


자신의 체형때문에 자존감이 낮은 친구였는데


고백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용기가 필요했을까.



난 이 편지를 읽고


도저히 무엇을 해야할지 몰라,


결국 핸드폰 문자 한통 보내지않았어.


아무 감정도 없는데 사귀자고 할 수도 없고,


거절하자니 그 친구가 상처받을 것 같고,


계속 친구로 지내자고 하기엔 용기가 없었어.



내가 아무런 답장도 안해서


그 친구는 아마 고백해서 내가 멀어졌다고 생각할테고,


그 친구는 자존감이 더 떨어졌을테고,


다시는...


다른 누군가에게 고백을 못하게 되지 않았을까?



미안하다.


내가 너무나도 겁쟁이라,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나같은걸 좋아해준 것에 감사하고,


다른 누군가를 만나 행복해지길 진심으로 빈다.


내 친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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