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격의 뒷면 - 숫자 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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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른 느낌의 수기, 합격 후에 느껴지는 권태
수기를 보면서 용기와 힘을 얻고 싶으신 분들은 읽지 않으시는걸 권장합니다.
대수능 날, 탐구 영역마저 끝나자 눈물이 핑 돌았다.
결과를 떠나서, 내 인생의 안개가 되어 몸을 휘돌아 감은 수능이 끝났다는 사실 그 자체가 마음을 울렁였다.
사회의 추함을 잠시나마 가려주고 또 그 추함을 가끔 비쳐주던 그 안개가 연기처럼 사라진 것이다.
전국적으로 권장되는 '숫자 놀음'때문에 나를 압박해야 했던 그 시대가 지나간 것이다.
그렇게 온 몸으로 왔던 수능은 뒤 끝 추하게 손가락 사이로 스쳐갔다.
추했다.
수능은 대놓고 비판할 동내북 같던 존재였음을, 수능은 내가 비판하고자하는 대상의 화신이 아닌 그 그림자일 뿐임을 알았다.
이제 그림자가 걷히고 보이는건 왠걸, 남은 건 숫자들뿐.
100 / 97 / 98 / 48 / 50 / 50 / 50
1kb도 안돼보이는 저 숫자들이 내 1년 동안의 성과물이다.
'숫자 놀음'은 대다수의 사람이 중독되어 있지만 이에 중독되었다는 사실도 인식하지 못하는,
사고(thought)라는 등잔 밑에서 그 등잔을 지지해주는 어두운 받침대같은 존재이다.
애꾸 밖에 없는 섬에서는 애꾸가 정상인 것과 같이, 숫자 놀음은 질병이 아니다.
이러한 대수의 폐해는 무엇으로 부터 유래되었을까? 한 치 앞을 내다 볼 수 없는 미래 때문이다.
현대 문명은 미래를 완전히 확정하는 것(결정론)이 불가능하다는 것 그 자체에 대해서는 관심이 별로 없고
얼마나 예측 가능한가에 대해 관심을 가진다.
전자의 위치와 운동량이 동시에 확정될 수 없다는 불확정성의 원리는 얼마나 '확정 불가능'한지를 '예측 가능'한 부등식으로 표현해내고 있다.
그리고 학자들은 원자에 존재하는 전자의 위치의 불확정성을 대할 때 오비탈,
즉 전자 궤도 확률 함수를 동원해 이 '확정 불가능'한 전자의 위치를 확률을 통해서 얼만큼 '예측 가능'한지 표현하고 있다.
이들은 미래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아내고 싶어하는 현대의 욕망의 결과물이다.
이런 욕망이 파생된 이유는 바로 미래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미래가 어떤 면에서 불투명한가요?'라는 질문에 친절히 대답해 주는 것이 무의미해 보일 정도로 미래는 불투명하다.
이런 불안감을 해소시키기 위한 대안으로 채택된 것은 바로 '숫자'다.
숫자는 불변하고, 또 대소(大小) 비교가 명확하다. 그래서 예측 가능하며, 그러한 예측이 유의미하다.
이런 특징을 가진 숫자야 말로 현대 문명의 총아다.
숫자에 매료된 사람들은 퍼지 이론까지 세워가며 모든 특성을 0과 1 사이의 수로 나타내려는 시도까지 하고 있을 정도니
숫자 중독은 현대인에게 고질적으로 나타나는 질병이다.
이런 숫자가 사람을 평가하는데 있어 얼마나 위세를 떨치고 있는가.
거의 모든 시험은 사람을 숫자로 평가한다. ABCDF나 수우미양가, 이런 것도 결국 숫자의 다른 모습일 뿐이다.
사람의 실력을 숫자로 환원시키면 실력은 특정 값으로 고정되며 이들 사이의 가치 비교가 매우 용이하게 된다.
이 방법이 정말로 빛을 발하는 이유는 인간의 지식이 표현될 때 그 결과가 불확정성을 갖기 때문이다.
인간의 지식은 바이오 리듬처럼 요동치는 이성을 거쳐서 표현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사람에 대한 평가의 결과는 여러가지 요인(건강 상태, 시험실의 환경, 컨디션, 찍신 강림 여부 등)에 따라 가변적일 수 밖에 없다.
이로 인해 인재 시장에서 인재를 뽑을 때,
평가하는 사람은 누가 정말로 더 우월한 인재인지를 알아내기 힘들다는 점에서 불편한 입장에 처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평가받는 사람도 자신의 실력이 실제에 비해 저평가될까봐 불안하게 된다.
이들 사이의 멋진 타협의 결과가 바로 숫자에 근거한 시험이다.
평가원은 학생들이 모의고사를 여러 번 치르게 하면서 최후의 시험 결과만이 유의미하다고 선포하고 있다.
지식이 표현되는 과정에서의 '가변성'을 무시하면서,
사람을 항상 똑같은 결과만을 내놓는 기계로 취급할 것이니 모의고사나 여러번 보고 그 과정에서 스스로를 기계화하라는 뜻이겠다.
또 학생들은 스스로가 지닌 인간미를 포기하고, 더 큰 숫자로 표현되어지기 위해 노력하는 샘이다.
그런데 평가하는 사람, 평가 받는 사람 어느 누구도 이 체계에 대해 비판을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평가하는 사람이건 평가당하는 사람이건 숫자에 중독되었기 때문이다.
평가하는 사람은 숫자의 편리함(대소 비교 가능성)에, 평가당하는 사람의 경우는 숫자의 편안함(불변성)에 매혹당한다.
시험 주최측은 학생들을 최대한 공정하게 평가할 수 있는 판단 근거를 숫자를 통해 얻기 때문에 편리하다.
시험을 보는 사람은 바이오리듬이 하늘을 찌르거나 확률의 여신이 미소를 지어주면 영원히 남는 숫자를 얻기 때문에 편안하다.
아름다운 win-win의 현장이다.
사실상 인간은 살아가면서 평가하거나 평가 받을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인간을 숫자 놀음에 중독된 동물이라고 해도 이 진술에 어긋나는 사람은 속세를 저버리고 종교에 귀의한 사람이 아니고서야 없다고 할 수 있겠다.
숫자 중독 사례는 수능 외에도 얼마든지 들 수 있다. 사실상 평가표가 존재하는 모든 시험은 숫자 중독 현상의 결과이다.
토익, 토플, 텝스 시험 같은 경우에도 시험을 한 두 번 보는게 아니잖는가? 딱 한 번만 스스로의 실력에 비해 과한 점수를 받으면 되는 것이다.
그러면 그 점수는 개인을 대변하게되고, 이후 개인의 노력 여하에 상관 없이 그 수치는 불변이다.
그리고 학교나 회사는 눈 딱 감고 그 점수를 토대로 사람을 선발하면 된다.
편안하고 편리하기 그지 없지 않은가?
한 번 귀족으로 태어나면 그 후에 무슨 짓을 해도 평생 귀족으로서 떵떵거리면서 하층 계급을 무시하며 살 수 있듯이,
숫자는 옅어지지 않는 보증 수표이다.
IQ 테스트에서도 숫자 놀음의 전형을 볼 수 있다.
이 테스트의 기본 가정 중에서는 '테스트 결과에서 도출된 IQ는 절대로 개인의 실제 IQ보다 크게 나올 수 없다'라는 게 있다.
이게 무슨 뜻인가하면, 테스트를 여러번 보았을 때 가장 크게 나온 IQ가 개인의 실제 IQ에 가장 근접한다라는 소리다.
토익, 토플, 텝스 시험하고 전혀 다를 바가 없다.
한 번 잘보면 그 다음엔 무슨 일이 일어나건 IQ는 안 변한다. 멘사도, 멘사 회원도 더 낮은 IQ로 바꾸겠다고 하지 않는다.
다시 한번, 숫자는 옅어지지 않는 보증 수표이다.
시험의 개념과는 다소 빗나가는 사례이지만, 남자들이 키에 연연하는 것도 숫자 놀음에 일부이다.
현대 과학 기술은 키를 대폭 늘여주지는 못할 뿐만 아니라 이에 큰 신체적 장애까지 동반되기에, 사실상 키는 불변한다.
더 중요한건 키가 '숫자'로 환원될 수 있다는 것이다. 불변성과 비교 가능성. 역시 숫자 중독 현상을 나타내는 사례라 하겠다.
대학 줄 새우기도 결국 숫자 놀음의 다른 방법이다.
입시 사이트에서 다음과 같은 리플을 읽은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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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XX 07학번 학생입니다. 솔직히 제가 서울대 재학생 입장이지만
학교내에 학우들과 이런 이야기를 한번씩 하는데.
사실 연고대에게 관심따윈 없어요. 냉정히 경쟁 상대가 아니에요.
한국을 대표하는 명문대학은 맞는데. 연고전 하는것도 그저 관심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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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수하면서 서울대를 간 친구에게 응원 문자를 받았는데, 서울대로 '오라'고 했다.
그리고 '같이' 수업듣자는 말을 들었다.
숫자 놀음의 수혜자로써 당당히 말하는 저 태도에서 무언가 느껴지지 않는가.
변하지 않는 숫자에 대한 자신감, 그리고 거기서 뿜어나오는 여유
나는 거기서 숫자 놀음의 중독을 보았다.
그만큼 공부했으니 자만심을 가져도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자신도 숫자 놀음 중독을 의심해봐야 한다.
사람을 알기 전에 숫자를 먼저 안다.
편리한 수능, 대학 서열, 그 자체가 숫자 놀음이다.
예측 불가능한 미래를 맞이하는데 있어서 숫자만큼 매력적인 유혹이 어디있겠는가.
결국 현대는 대수학이 정복했다.
평가하는 이들은 최대한 공정한 척을 하고, 평가받는 이들은 좀비처럼 소모적 군비 경쟁을 한다.
숫자 놀음을 하지 않는 사람은 도리어 비이성적인 우리의 사회이다.
숫자 뒤의 가능성을 보지 못하는 사람들은 놀음 중독자들이다.
뿐만 아니라,
숫자로 가능성을 가늠하는 자들도 놀음 중독자들이다.
하지만 사람에게 팔 두 개 있다고 비판할 수 없듯이, 어찌 숫자 놀음을 비판하겠나.
그냥 안고 살아가야할 사회의 추함이다.
수학을 97점 맞은 내가 "특정 실력 이상이 되었을 때의 시험 점수는 주사위 굴리기에 비유할 수 밖에 없다"라고 한다면
사람들은 100점 맞지 못한 패자의 구차한 변명이라며 나를 무시할 것이다.
내가 무시 당하지 않으려면, 100점을 맞고 저런 소리를 해야한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숫자의 편안함은 다 누리면서 겸손같지도 않은 헛소리를 해댄다고 비판 받을 수 있다.
자기는 담배를 피우면서 친구에게는 담배 피우지 말라고 하는 역설적 우정과도 같은 상황이다.
어쨌건 숫자 놀음을 비판하는 것은 거울 속의 나에게 비판한 것처럼 누워서 침 뱉기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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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글 잘쓰심....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글이었습니다.
와우...
커헉...글 솜씨가 장난이 아니시네요. 잘읽었습니다. 매버릭님 논술 쓰신거 교수님들 보다가 감격해서 우셨을듯...
=_=.. 숫자로 편입견 갖지 말자는 제 소견에 근거거리를 하나 더 제공해주시는군요. 여튼 수고하셨습니다
그래서 어쩌라구요?
세상은 숫자로 이루어진걸 어쩌라구요?
이해가 안되면 그냥 싸물...
이해가 안되서 이러시는게 아니거 같은데요...
시험은 숫자싸움 인생은 확률싸움..
솔직히 무슨말 하는지 못알아먹겠는거 나뿐인가;;
쩐다.....ㄷㄷ
음....
도대체 얼마의 독서량이 저분을 이토록 논리적이고 매끄러운 글을 쓰게 할수 있게 했는지 책좀 읽어 놀걸
역시 설의는 아무나 가는게 아니구나 하는걸 깨달았어요...
또 다른 느낌의 수기라서 그런가요? 그닥 논리적이지 못한데요-_-; 연결이 매끄럽고 이런건 떠나서
전체적으로 내용들이 난잡합니다..
[SE]문학가님 말대로 다 읽고나도 '어쩌라고요?'가 떠오릅니다.
설의는 특별한분만가신다던 ㅎㄷㄷ
흠 글쎄..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는 알겠는데..그닥 훌륭한 글 솜씨는 아닌데요..;; 뭐 본인이 의도한 건지 아닌지야 모르지만, 좀 현학적으로 쓰려는 티가 나는데... 제가 그렇게 글을 잘쓰는 건 아니지만 독자의 입장에서 상당히 난잡한 글이네요. 문장 구조도 두 번 봐야 이해가는 것도 있고..같은 이야기를 계속 중언부언.. 이런 깊은 사고를 한다는 건 좋은데 표현력은 아직 다듬어야 하는 것 같네요.
결국 불확실성을 극복하기 위해 숫자라는 지표를 사용하지만, 그 숫자 속에도 또 다른 불확실성 즉 가변성이 있음으로서 숫자 역시 인간을 평가하는 지표가 되지 못한다는 결론이군요. 사회의 추함이라..글쎄..사회 내에서도 충분히 숫자 놀음에 연연하지 않고 자기 실현을 해내는 사례가 있습니다만.. 너무 회의주의에 빠지시진 마시길 바랍니다.
솔직히... 좀 그렇군요... 요새 제 눈이 높아져서 그런걸까요... 좋은글인것은 맞습니다..
이게 잘쓰는건가.. 그냥 현학적인 글 같은데
아 쓰고나니 브레인 님하고 같은 리플이네요.. 저 분 의견에 동감합니다
하핫; 어린 나이에 이런 사람이 있다니...정말 세상은 넓군요
결국 어쩌라고?이런 식의 댓글이 달리는건 당연하군요.
하지만 이 글에서 말하는 것을 인식 함으로써 수동적 인간이 아닌
자유를 얻는 인간으로 나아갈 수 있고, 그러한 현실에 개혁에 발판을
마련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요...?
인식하지 못하는 인간에게는 개혁따윈 아예 존재하지도 않는 개념이죠.
하지만 위 글은 인식에서 멈춘 게 아니라 인식에서 나아가 개혁이 아닌 안주를 선택하는 모습으로 보입니다만..그저 안고 가야할 추함으로..적절히 타협하는 모습일뿐이지요..
어느정도 공감도 가고 글 매우 잘쓰셧지만
솔직히 요점을 찾을수가 없음.
그냥 자조적인글.....
언어 100점 ㅋ
수기를 보면서 용기와 힘을 얻었습니다 ㄳ
어떤놈이 조금 비판을 하면 추천하고 칭찬하면 비추천을 .. 망할늠 ㅡㅡ;
이나이에 이정도글을..ㅎㄷㄷ
현학적이다
자조적이다
요점을 찾을 수 없다.
전혀 현학적이지 않고
그다지 자조적이지 않으며
요점이 있는데요 -_-;;;;
이런 생각 누구나 한 번쯤 해볼 수는 있지만
역시 아무나 할 수 있는건 아닌가 보네요...
솔직히 사고방향이 마음에 들지 않는데요.
수능을 잘 보고나서도 마음상태가 저런다면
도데체 언제 기쁨을 느낄 수 있을지 참 궁금하네요.
물론 기쁨이나 행복을 느끼는게 그닦 중요한 가치라 생각지 않는다면
저런식으로 부정적인 사고방식을 가질 수 있겠지만요.
숫자놀음이 추하다...???
저는 숫자놀음이라고 평가절하하여 표현하는 것도 맘에 안듭니다.
물론 숫자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것도 많은 문제가 있지만
결국 숫자 만큼 사람의 능력과 가치를 가장 신속하고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는 척도는 없습니다.
항상 완벽한 것만 찾으려고 불평해대는 모습이
참 닮기 싫네요.ㅡㅡ.....
서울대라는 학교를 동경하는 학생인데도 별로 닮고 싶은
마음은 전혀 안드네요.
그래도 수능이나 모의고사는 그나마 공정한 시험인 것 같아요. 제가 수리 원점수가 아무리 시험마다 변해도 정말 백분위는 그대로네요.. 잘 만든 시험은 맞음.
그냥 자기들이 조금 이해 못하고 동의 안하면 글 자체를 못쓰는 글로 만들어버리네..
ㅋㅋㅋ ㅋㅋㅋ ㅋㅋㅋ ㅋㅋㅋ 재밌는 글이네요 그런데 그런 숫자놀이 그렇게 외쳐놓고 결국 우리나라 커트라인이 가장 높은 서울대 의대를 가시건 정말 의사가 어릴때부터 하고싶어서 가신건가요? 혹은, 숫자가 생각을 난 의사가 하고싶어~라고 생각하게 만든건 아닐까요?
자기가 이런생각을 해본사람이라면 동감하는글
나도 이런생각 많이했는데 숫자의 편리성과 함께 공존하는 잔인함